유괴의 날(정해연) : 몰라서 아프고, 알아서 괴로운
Book 2022. 2. 23.
유괴의 날
저자 정해연 | 출판 시공사 | 발매 2019.07.17
> 몰라서 아프고, 알아서 괴로운
.욕심.
과한 욕심은 독이다. 쉽게 돈을 벌려는 욕심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거래되고,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된다.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선 욕심은 자기합리화 속에 갇혀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쓴다. 합리화는 무언가가 바람직하지 않음을 확신할 때 싹트는 자기방어의 수단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자의 정체가 수면 위로 드러날 때면 그들의 생애 또한 주목받는다. 각종 방송사는 출생과 가정사를 읊으며 범죄의 배경에 대해 살을 붙인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너무도 싫다. 삶이 불행하다고 해서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끔찍한 범죄자들의 자기합리화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 들어 속이 뒤틀린다.
적어도 내가 떠올리는 파렴치한들의 범죄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렇게 살기로, 그런 일을 저지르기로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것뿐이다. 그러니 '환경 때문에'라는 말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실례이자 지독한 편견이다.
.힘.
아는 게 힘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두 문장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알기에 다행인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 내가 아는 것이 어떤 일에 도움이 될 때면 보람을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불행은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는 종종 '아는 것이 힘'이라는 문장에 기대어 살았다. 그러나 알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외쳐도 바뀌는 것이 하나 없다. 그러한 종류의 좌절감은 차라리 몰랐을 때가 나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두 문장 중 어떤 것이 옳을까. 안다는 이유로 힘을 행세하거나, 모른다는 이유로 끝없이 배제되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나는 그 어느 편도 들을 수가 없다. 책 속 '로희'는 기억을 잃어 괴로웠다. 그러나 기억이 돌아오고, 너무 많은 진실과 마주하게 되자 더욱 괴로워했다. 그 아이의 괴로움이 책 너머의 나에게까지 전이되어 가슴이 아프다. 그 누구도 몰라서 아프지 않고, 알아서 괴롭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아는 것에 상처받지 않도록, 몰라도 힘 있게 살 수 있도록 욕심을 덜어낼 때다.


책 속 한 문장
혜은은 말했었다.
세상은 꼭 잘못한 사람에게만 불행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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