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김영하) : 숨 거둬야 숨 쉴 수 있다면

Book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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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

저자 김영하 | 출판 밀리 오리지널 | 발매 2020.02.15


 

 

 

 

> 숨 거둬야 숨 쉴 수 있다면


.인간.

 

  마음을 울리는 SF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나는 '인간이 아닌 것들로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한 인간으로서 이 장르를 접할 때, 조금은 긴장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과 그 이면에 커지는 그림자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그렇다. 《작별 인사》는 주인공 '철이'의 삶을 통해 사회의 민낯을 비추고, 삶의 의미를 던지는 김영하 작가의 SF 소설이다.

 

  밤잠에서 깨어나 새롭게 맞이한 오늘의 아침이 어제의 저녁과 이어진다고 우리는 어떻게 확신하게 될까. 아마 잠들기 직전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일 거다. 거울을 보면 어제와 같은 나의 모습이 보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변한 것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이어짐을 받아들인다.

 

  나는 내가 일반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또 내가 '나'라고 믿는 것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잘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납득하지 못 할 거다. 반박할 근거 없이 '나는 인간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대부분 (어쩌면 모두는) 자신이 인간이며 '나'라는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으며 살아간다.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참인 명제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본질.

 

  다정함과 따뜻함, 어쩌면 바보 같을지 모르는 친절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탐욕과 이기심 또한 함께 피어난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후자가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성악설, 성선설 따위를 떠올리며 인간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묻는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 (그것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다양한 사회적 약속과 선택에 의해 만들어나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다정함과 친절을 가지고 있고, 또 탐욕과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저 후자의 것들에 몸을 기울이게 될까 봐 무섭기도 서글프기도 할 뿐이다.

 


.평화.

 

  거창한 단어 필요 없이 그저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때는 이런 말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낭만을 좇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억울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낄 새도 없이 또 누군가 죽는다. 끝없이 사람이 다치고, 거칠게 싸운다. 서로 기대어 쉬는 일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진 것일까. 돈을 좇지 않으면 어리석다고 누가 말하기 시작했을까. 내 마음의 풍요조차 지키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일은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로봇과 인간, 등록과 미등록, 열등과 우열. 남과 여, 고졸과 대졸, 부유와 가난. 세상을 병들게 하는 이분법이 지긋지긋하다. 또 지구와 숨 쉬는 모든 것, 어쩌면 숨을 쉬지 않는 것들까지도 모두 파괴해버리는 이기심과 욕망에 넌더리가 난다. 언제쯤 이 모든 것들에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정말 "인간들의 세상이 끝나고"(154쪽) 나서야 비로소 이 지구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사라지고 싶다.

 


 


 

책 속 한 문장

 

얼마나 위태로운 믿음 속에서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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