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윌리엄 셰익스피어) : 완전한 중간은 없다

Book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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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지은이), 최종철(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10.12.28

원제: The Merchant of Venice (1596)


 

 

 

책 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2권. 셰익스피어가 32세 무렵이던 1596~1597년에 쓴 비교적 초기 작품으로, 주인공인 '베니스의 상인' 외에도 유대인 샤일록과 지혜로운 여성 포셔까지 모든 인물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희비극이다. 1605년에 초연된 후 지금까지 수없이 공연되었으며, 각각의 인물의 시건으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졌다.

또한 1914년 무성영화로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2004년 알파치노와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까지 수차례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연세대 최종철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최종철 교수는 여러 판본을 꼼꼼히 검토하여, 셰익스피어의 언어적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원문을 최대한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하였다.

 

 

 

저자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지은이)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극작가이자 세계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멸의 거장.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를 위한 작가”로 불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상연되며 늘 새롭게 해석되고 사랑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문학은 물론, 세대와 분야를 불문하고 문화 전반에 방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최종철 (옮긴이)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와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 미시간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셰익스피어와 희곡 연구를 바탕으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93년부터 셰익스피어 작품을 운문 형식으로 번역하는 데 매진하여,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를 비롯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번역하여 출간했다.

 

 

 

 

 

 

 

❥ 완전한 중간은 없다


.신뢰.

 

《베니스의 상인》은 극 중 인물 사이의 관계를 그리며 다양한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다. 작품 곳곳에 스며든 우정과 사랑은 독자를 몰입시키고 감탄하게 만든다.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아무리 애써도 자신의 모든 면을 보여줄 수 없다. 사람들은 평생 서로의 일부만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그러니 일부를 보고 전체에 대해 믿음을 던지는 이 '신뢰'라는 행위는 절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목숨을 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우정과 신뢰는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중간.

 

 이 책의 유일한 악역은 고리대금업자 유대인, 샤일록뿐인 듯하다. 그러나 그를 악인으로만 볼 수 있을까.  "유대인은 오랫동안 영국에서, 베니스에서, 그리고 유럽 사회 전역에서 오해와 편견과 그로 인한 핍박의 대상이었다."(136쪽) 그러한 관점에서 이 인물을 살피면 어딘가 마음이 아려온다. 그에게 있어 1파운드의 살덩이가 가지는 의미는 표면적인 것보다 훨씬 크다. 악랄함보다는 울분에 가깝고, 비인간적인 면모보다는 인간적인 포효에 알맞아 보인다. 책은 샤일록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완전한 선과 악이 존재하는가.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젓는다.

 

 

 나에게 있어 감정의 가운데, 즉 평정심은 평생의 숙제다.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고 싶으나 절대 쉽지 않다. "오, 사랑이여, 적당히 와 다오, 황홀감은 약하게 기쁨은 알맞게 내리고 이 넘침은 줄여 다오!"(77쪽)라는 책 속의 외침이 뼈저리게 와닿는다. 행복하고 기쁜 일에 주체할 수 없이 들떴다가도 진정하라며 되새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토록 중간에 매달리면서 그 중간이 무엇인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지혜.

 

 내가 중간에 묶이기 시작한 이유는 덜 불행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너무 가라앉고 싶지 않아서다. 내게 주어진 행복의 총량이 너무 빨리 소진될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행복과 불행은 그런 식으로 오지 않는다. 감정은 유예할 수도, 적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이것이 반쪽짜리 평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평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애썼던 지난날들이 조금은 어리석게 느껴진다.

 

 

 나는 고민 끝에 양극단에 선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전한 중간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러니 내게 찾아온 감정의 가운데를 찾기보다는 그저 수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 아닐까. 극 중 포샤는 자기에게 주어진 감정을 "일단 받아들인다. 그러나 집착하거나 머물지도 않는다."(143쪽) 모든 것이 흘러가는 대로 둔다.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되 집착하지 않고, 순간의 우울을 받아들이되 머무르지 않는다. 지나온 것을 추억하되 미련을 두지 않고 그저 다음 단계로 넘어설 준비를 한다.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지혜는 분명 그런 생김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지혜를 조금이나마 흉내 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종이 사이 숨은 질문들의 무게가 삶을 짓누른다.


 


 

책 속 한 문장

 

이 세상 모든 것은
얻었을 때보다 좇을 때가 더 좋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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