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양귀자) :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도록
Book 2022. 2. 28.
모순
저자 양귀자 | 출판 쓰다 | 발매 2013.04.01
초판출간 1998년
책 소개
작가 양귀자가 1998년 펴낸 네 번째 장편소설로, 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무서운 속도로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 출판계를 놀라게 하고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면서 ‘양귀자 소설의 힘’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 소설이다.
초판이 나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이 소설 <모순>은 아주 특별한 길을 걷고 있다. 그때 20대였던 독자들은 지금 결혼을 하고 30대가 되어서도 가끔씩 <모순>을 꺼내 다시 읽는다고 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세월의 힘이 알려준 다른 해석에 놀라면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책 한 권”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모순>이 특별한 것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한 번만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 되풀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모순>을 열 번도 더 읽었다는 블로그 독후감도 종종 만난다. 열성 독자들은 끊임없이 소설 속 문장들을 기록하고 전달하고 반추하며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소설이 지금까지 132쇄를 찍으면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힘은 참 불가사의하다.
최근 양귀자 소설의 모든 저작권을 양도받은 도서출판 「쓰다」는 새로이 <모순>의 개정판을 내면서 그런 독자들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책, 진정한 내 인생의 책으로 소유할 수 있는 책이 되고자 세련된 양장본으로 독자와 만난다.
저자소개
양귀자 (지은이)
195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원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후, 창작집 『귀머거리새』와 『원미동 사람들』을 출간, “단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1990년대 들어서 양귀자는 장편소설에 주력했다. 한때 출판계에 퍼져있던 ‘양귀자 3년 주기설’이 말해주듯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 등을 3년 간격으로 펴내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 탁월한 문장력과 놀라울 만큼 정교한 소설적 구성으로 문학성을 담보해내는 양귀자의 소설적 재능은 단편과 장편을 포함, 가장 잘 읽히는 작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도록
.모순.
사람마다 각자 삶을 쫓아오는 질문이 있는 법이다. 소설가는 그 질문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직업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명확한 답은 아니어도 형태를 잡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순》은 쉽사리 답을 내놓지 않는다. 답은커녕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질문이 무엇인지 흐려져 갈 때쯤에 서야 나는 이 혼란스러움이야말로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답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 모순적으로 이 한 줄의 문장이 삶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만 같다.
.삶.
삶이 선택의 연속이라면 나에게 삶은 좀 더 바람직한 일을 가려내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바람직하지 않은 길을 선택해 걸어야만 했다.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그런 선택지 앞에 적지 않게 부딪혔다. "인생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173쪽)을 머리가 알기도 전에 몸으로 배웠다.
내 삶의 크고 작은 굴곡 사이에는 그러한 사실이 만들어낸 모순이 끼어있다. 그 모순은 회의감과 후회를 낳아 얼마 남지 않은 빈틈까지 모두 메워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허나, 세상엔 옳고 그름으로 정의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176쪽)이다. 그런데도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 모순을 해결하려 들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움직이고 싶어 한다.
삶은 우리의 손아귀 안에서 통제될 수 있을까. 계획 속에 몸을 밀어 넣고 하루의 할 일을 착실히 해내면 삶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삶은 감히 어딘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움직이고 싶다고 해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나, 그것만이 모순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법인 듯싶다.
.뿌리.
나는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또다시 삶을 내 손아귀에 넣어보려 애쓰다 황량한 밤을 맞이할지 모른다. 딱 떨어지는 무언가가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 세상을 자꾸 두 갈래로 나누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지쳐버린 나는 '완전한 중간은 없다'는 스스로의 결론도 잊은 채 또다시 중간에 목맬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나는 이 짧은 글에서조차 모순으로 가득하다.
삶, 모순, 옳고 그름. 나는 이 모든 것 앞에 답을 내놓을 수 없다. 내 나름의 생각을 써 내려가도 그것이 해(解)가 될 수 없음을 안다. 이 혼란스러움 사이에서 책을 덮자, 그저 굳건하고 싶다는 마음만이 떠오른다. 나는 생애를 거쳐 쌓여가기만 할 물음표들에 휘청이고 싶지만은 않다. 나의 모순에 무너질 것 같다가도 그것 역시 나의 선택이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고 싶다. 정말 남은 것이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296쪽)이라면 어떤 결정이든 덜 괴로울 수 있도록 강해지고 싶다. 어떤 종류의 무엇이든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도록 깊은 뿌리를 내리고 싶다.
책 속 한 문장
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이 소설을 시작했으나,
모순으로 얽힌 이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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