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요가(박상아) : 가벼운 동작들로 가득 찬 삶
Book 2022. 3. 7.
아무튼, 요가
저자 박상아 | 출판 위고 | 발매 2019.05.08
책 소개
뉴욕에 도착하면 당장 적응해 취직할 줄 알았는데, 막상 영어학원에 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간만 많고 돈이 없어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에 친구가 5불만 내면 되는 요가원이 있으니 한번 가보자고 한다. 그렇게 뉴욕에서 얼떨결에 요가를 시작해 점점 진지해진 이야기.
급기야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단계의 무아를 경험하고는 이런 경험을 한 데에는 어떤 우주의 뜻이 있는 것은 아닌가, 초능력이 생긴 건 아닌가 혼란스럽기도 했던 이야기. 아무튼 시리즈 스물한 번째 이야기는 뉴욕에 사는 요기(yogi)의 이야기다.
저자소개
박상아 (지은이)
2011년 뉴욕으로 떠났다. 얼떨결에 요가를 시작했는데 점점 진지해졌다. 요가 자세뿐만 아니라 호흡, 명상, 크리야 수련을 하며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단계의 무아를 경험했다. 한때 이런 경험을 한 데에는 어떤 우주의 뜻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세속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려고도 했고, 초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혼란스럽기도 했으나, 깊은 단계의 명상을 해도 화와 분노는 매 순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통제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공중도덕이나 잘 지키며 살아가기로 했다. 뉴욕, 일본, 태국, 한국을 오가며 일반인과 요가 강사를 위한 요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가벼운 동작들로 가득 찬 삶
.처음.
10대 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요가를 배웠다. 끈기라고는 없던 내가 유일하게 거르지 않는 일이었다. 저녁에 약속이 생기면 아침반을 찾아가 수업을 들을 정도로 집요하게 굴었다. 그때 배운 것 중 기억에 남은 몇 가지 동작들은 여전히 내 하루의 마무리에 함께 한다.
처음에는 몸을 접어 손끝과 발을 닿게 하는 간단한 동작조차 어려워 잘하지 못했다. 종아리부터 다리 뒤편이 저려와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른 동작들도 마찬가지였다. 균형을 잃고 흔들리거나 엉뚱한 곳에 힘을 주어 호흡을 잊기도 했다. 그래도 하다 보니 늘긴 늘었다. 한 번도 요가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으나, 각종 사정으로 요가원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는 처음에 비해 능숙할 수 있었다.
.능숙.
나는 유독 시작에 대한 기억들이 강렬한데 그 기억들은 빠짐없이 서툴다. 시작은 무지하다는 상태에서 오는 긴장감과 뒤섞여 나를 더욱 서툴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 오랜 취미들의 시작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다. 작고 허술하지만 즐거웠다. 그 취미 중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없으나 이제 꽤 능숙해졌다고는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그렇다. 처음에는 서툴고 느리고 자주 넘어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넘어질 때도 나름의 내공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덜 넘어지고 능숙하게 된다. 종국에는 넘어져도 웃을 수 있는 여유마저 갖게 된다.
운동을 잘하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다. 종잇장 같은 체력과 근육이라곤 없는 나는 꾸준히 움직일 수 있음에, 또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작은 동작들이라도 해내고 나면 뿌듯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삶의 넘어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아마 삶을 너무 잘 살아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엉뚱한 곳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지는 요가 동작들처럼, 삶의 모든 부분에 힘을 주고 살아와서 더 위태로웠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내 삶을 가벼운 동작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넘어져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채.
책 속 한 문장
괜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왜 그동안 그것들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당연히 괜찮지 않다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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