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김영하) : 숨을 거둬야 숨 쉴 수 있다면
Book 2022. 2. 16.
작별 인사
저자 김영하 | 출판 밀리 오리지널 | 발매 2020.02.15
책 소개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세 번째 책, 『작별 인사』
낯선 세상에 갑자기 던져진 존재들이 충격과 고난 속에서 다양한 타자들과의 만남과 연대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
김영하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작별 인사』. 작가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의 성장기를 통해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열일곱 살 소년 철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끌려가면서 시작된다. 소년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환경에서 고난을 겪지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도움으로 삭막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데…
작가 특유의 흡입력 있는 탄탄한 구성과 그림을 그려내는 듯한 묘사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인 공감대로 이끈다. 작품 속 소년의 생을 따라가다 보면,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 삶의 의미를 재조명해보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김영하 (지은이)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호출』 산문집 『여행의 이유』, 『보다』, 『말하다』, 『읽다』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숨을 거둬야 숨 쉴 수 있다면
.인간.
마음을 울리는 SF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나는 '인간이 아닌 것들로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한 인간으로서 이 장르를 접할 때, 조금은 긴장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과 그 이면에 커지는 그림자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그렇다. 《작별 인사》는 주인공 '철이'의 삶을 통해 사회의 민낯을 비추고, 삶의 의미를 던지는 김영하 작가의 SF 소설이다.
밤잠에서 깨어나 새롭게 맞이한 오늘의 아침이 어제의 저녁과 이어진다고 우리는 어떻게 확신하게 될까. 아마 잠들기 직전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일 거다. 거울을 보면 어제와 같은 나의 모습이 보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변한 것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이어짐을 받아들인다.
나는 내가 일반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또 내가 '나'라고 믿는 것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잘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납득하지 못 할 거다. 반박할 근거 없이 '나는 인간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대부분 (어쩌면 모두는) 자신이 인간이며 '나'라는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으며 살아간다.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참인 명제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본질.
다정함과 따뜻함, 어쩌면 바보 같을지 모르는 친절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탐욕과 이기심 또한 함께 피어난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후자가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성악설, 성선설 따위를 떠올리며 인간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묻는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 (그것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다양한 사회적 약속과 선택에 의해 만들어나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다정함과 친절을 가지고 있고, 또 탐욕과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저 후자의 것들에 몸을 기울이게 될까 봐 무섭기도 서글프기도 할 뿐이다.
.평화.
거창한 단어 필요 없이 그저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때는 이런 말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낭만을 좇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억울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낄 새도 없이 또 누군가 죽는다. 끝없이 사람이 다치고, 거칠게 싸운다. 서로 기대어 쉬는 일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진 것일까. 돈을 좇지 않으면 어리석다고 누가 말하기 시작했을까. 내 마음의 풍요조차 지키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일은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로봇과 인간, 등록과 미등록, 열등과 우열. 남과 여, 고졸과 대졸, 부유와 가난. 세상을 병들게 하는 이분법이 지긋지긋하다. 또 지구와 숨 쉬는 모든 것, 어쩌면 숨을 쉬지 않는 것들까지도 모두 파괴해버리는 이기심과 욕망에 넌더리가 난다. 언제쯤 이 모든 것들에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정말 "인간들의 세상이 끝나고"(154쪽) 나서야 비로소 이 지구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사라지고 싶다.
책 속 한 문장
얼마나 위태로운 믿음 속에서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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