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최혜인) : 진정한 생존수영의 의미

Book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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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

저자 최혜인 | 출판 봄름 | 발매 2017.07.16


 

 

 

책 소개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 직장갑질 전문 노무사의 <직장갑질 감수성 안내서>. 2019년 7월 16일,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는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이제 우리의 일터는 안전해졌을까.

2020년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들의 퇴사 사유’에 대해 공동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갑질 등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 1위로 나타났다. 이어 2021년 사람인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를 조사하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겪어봤다’고 답했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등의 질병으로 병원 진료까지 받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에 직접적인 대응을 한 경우는 응답자의 절반도 못 미쳤다. ‘어차피 바뀔 것 같지 않아서’가 그 이유였다.

직장 내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지만, 생계를 위해 또다시 회사를 찾아야 하는 굴레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 분간할 수 있는 시야를 갖춰야 한다. 다시 말해 상사의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 구분하고, 나도 모르게 후배를 괴롭힌 건 아닌지에 대한 ‘직장갑질 감수성’이 필요하다.

직장갑질 전문 최혜인 노무사의 《직장인 A씨》는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동자를 겁쟁이로 만드는 사회를 날카롭고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노동자들을 위해 노무사로서 건넬 수 있는 위로와 지식을 아낌없이 전한다. 저자의 단단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부족한 직장갑질 감수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저자소개

최혜인 (지은이)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비정부기구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첫 직장이었던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정책 담당으로 일했다. 주로 비정규직의 노동 실태 파악, 문제 개선을 위한 대안 제시 등의 거시적 측면의 일을 맡았다. 그러다 지금의 법과 제도가 노동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실용적인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노동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노무사가 됐다.

 

 

 

 

 

 

 

❥ 진정한 생존수영의 의미


.폭력.

 

 집단에서의 괴롭힘은 지독하다. 어느 집단이든지 명확한 이유가 없고,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을 더욱 지독하게 만든다. 《직장인 A씨》는 직장 내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직장갑질 전문 노무사로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더불어 어둠에 갇힌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아직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으나 주변 지인들의 직장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토로에 가까운 이 이야기들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동료들은 좋은데 일이 너무 싫거나, 일은 좋은데 사람들이 싫은 경우가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일을 포기해도 사람과의 연은 이어갈 수 있으나,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일을 지키기 위해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버틴다. 누군가는 미련하다며 손가락질할 지 모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당장의 생계와 경력, 미래 계획같이 중요한 것들이 인간관계 안에 눌어붙어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도망.

 

 괴롭힘이 지독한 이유는 모든 책임이 결국 자신을 향하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더 일을 잘했다면 같은 수많은 자기검열에 빠지기 쉽다.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이것도 버티지 못할까 자책하며 자기비하의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좌절감과 도망쳤다는 패배감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보이지 않는 폭력은 마음에 가시로 남아 작은 진동에도 끝없이 생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그만두거나 도망친다고 해도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버티고 버티다 부서져 버린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봤다. 도망치고 지면 어떤가. "살면서 때로는 뒤처지기도 하고 한동안 한곳에 머물러만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빠른 달리기에만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생존.

 

 중학생 때 노랫말을 붙여 외운 원소의 이름이나, 고등학교 시절 구역질이 나게 외웠던 수학 공식들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교는 한 번도 생존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다.

 

 

 최근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서는 초등학생 자녀의 주식 열풍을 '생존수영'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는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며 일하고 당장 한 끼를 먹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말이다. 과연 무엇이 생존에 맞닿아 있는가? 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많은 이들의 존재가 흐려지고 있다.

 

 

 진정한 '생존수영'의 의미는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고 사는 것에 있다. 덜 다치고, 덜 부서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부당함의 토로는 어디서 해야 하는지, 폭력에는 어떻게 맞서고 도망치는지, 당장 숨이 부족해 호흡할 수 없을 때는 누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지 같은 것 말이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에 구멍이 나 있어서, 힘없는 사람들이 끝없이 추락한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었고,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살지 못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맨 밑부터 꼼꼼히, 허나 너무 느리지는 않게 땅을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구멍 하나까지 모두 메웠을 때, 그제야 아무도 부서지지 않는 세상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구멍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넘어지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살고 싶은 이들이 마음껏 살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속 한 문장

 

약한 존재의 희생으로 굴러가는 열차는
기꺼이 멈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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