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집(TJ 클룬) : 소수가 소수여도 괜찮은 세상
Book 2022. 2. 12.
벼랑 위의 집
저자 TJ 클룬(지은이), 송섬별(옮긴이) | 출판 든 | 발매 2021.11.18
원제: The House In The Cerulean Sea(2020)
책 소개
2014년 람다 문학상 수상 이후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넓혀온 작가 TJ 클룬의 스토리텔러 일인자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아마존 순위가 점차 상승해 마침내 ‘판타지 부문 1위’에 올랐다. 해당 도서의 인기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올라온 1만 6천개가 넘는 리뷰, 그리고 팬 아트가 증명한다.
마법적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마법적 존재들의 능력이 두려웠던 사람들은 특별 기관을 만들어 그들을 관리하고자 한다. 그렇게 세워진 ‘DICOMY(마법관리부서)’. 거대한 건물은 힘과 규율, 제한을 상징하듯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세워진다. 모든 마법적 존재들은 DICOMY에 자신의 존재를 등록해야 했고, 짧은 문구가 가게마다, 골목마다 붙어 있었다. ‘상상력이 있는데 마법이 왜 필요해?’, ‘무언가를 보면 말하라.’ 따위의.
바로 그 DICOMY에서 마법아동 ‘고아원’을 조사하는 라이너스 베이커. 가족도, 친구도, 애인은 당연히 없는 존재감 제로의 그에게 어느 날 4급 기밀 업무가 주어진다. 마르시아스 고아원으로 파견을 나가 해당 고아원이 안전한지를 조사하라는 것. 상부에서는 그곳에 사는 6명의 아이들을 특히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베일에 싸여있는 원장 ‘아서’까지도. 그렇게 떠나게 된 한 달 간의 여정. 꼬박 8시간을 달려 도착한 종착역, 마르시아스섬에 발을 내디딘 순간 라이너스는 놀라운 광경과 마주한다.
저자소개
TJ 클룬 (Tj Klune) (지은이)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 2014년 슬픔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판타지로 풀어낸 《Into This River I Drown》으로 람다 문학상 ‘베스트 퀴어 로맨스’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2016년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 소설인 《Withered + Sere》로 플로리다 출판협회 도서상 SF판타지 분야의 골드 메달 위너로 선정되었다.
송섬별 (옮긴이)
영문학을 공부했고, 더 잘 읽고 쓰기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 주로 여성, 성소수자, 노인과 청소년을 다루는 책에 관심을 가졌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 옮긴 책으로는 『사라지지 않는 여름』『당신 엄마 맞아?』『애너벨』『불태워라』『너를 비밀로』『뜻밖의 스파이 폴리 팩스 부인』 등이 있다.
❥ 소수가 소수여도 괜찮은 세상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집.
판타지, SF는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존재하는 것을 극대화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 역시 그렇다. 《벼랑 위의 집》은 마법적 존재들을 세상과 분리하여 관리하는 특별기관과 그를 감시하는 마법관리부서 사이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집은 마음이 가장 편하고,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이다. 좁은 의미로서의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이 당신의 집인 셈이다. 애석하게도 모두가 집을 가진 건 아닌 듯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마법적 존재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편견과 상식 바깥의 규정 사이 세상 어느 곳도 맘 편히 디딜 수 없다.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 싸워야 하며, 고요 속에서도 불안을 느낀다. 가상의 세계관이지만 현실과는 멀지 않다. 모두에게 집이 생긴다는 것은 가능할까.
.소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싸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일 때면 나도 모르게 탄식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 쌓여왔는지, 얼마나 세상이 병들었는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그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그들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못을 박는다.
'벼랑 위의 집'에 사는 아이들은 고립된 섬에서 나올 수 없었다. 세상이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들을 '사회구성원'이라며 다독이는 형식적인 위로마저, 그들을 배제하는 규정들에 의해 설득력을 잃었다. 주인공 라이너스의 말처럼 "변화란 소수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것"(535쪽)이다. 그리고 다수의 기준으로 굴러가는 세상이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소수가 다수가 될 때까지 목소리 내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개인.
사람이 속하는 단체나, 그들이 가진 특성은 개인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나 그 자체는 아니다. 인종, 성별, 취향 등의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오만한 일반화일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는 듯하다. 카롤린 엠케는 《혐오사회》에서 "정확한 것은 온전히 미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움이 가득한 사회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개인을 개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그토록 많은 것"(532쪽)의 존재를 감히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부정하려 들지라도, 고유한 빛깔을 가진 존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벼랑 위에 지어진 집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덕분에 더 넓은 바다를 시야에 담을 수 있다. 때론 작은 것들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을 분명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실제로 작은 행위는 아니지만) 이 작은 행위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소수가 소수여도 괜찮은 세상을 꿈꾼다.
책 속 한 문장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아이들이
마음껏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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