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집(TJ 클룬) : 소수가 소수여도 괜찮은 세상
Book 2022. 2. 12.
벼랑 위의 집
저자 TJ 클룬(지은이), 송섬별(옮긴이) | 출판 든 | 발매 2021.11.18
원제: The House In The Cerulean Sea(2020)
> 소수가 소수여도 괜찮은 세상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집.
판타지, SF는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존재하는 것을 극대화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 역시 그렇다. 《벼랑 위의 집》은 마법적 존재들을 세상과 분리하여 관리하는 특별기관과 그를 감시하는 마법관리부서 사이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집은 마음이 가장 편하고,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이다. 좁은 의미로서의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이 당신의 집인 셈이다. 애석하게도 모두가 집을 가진 건 아닌 듯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마법적 존재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편견과 상식 바깥의 규정 사이 세상 어느 곳도 맘 편히 디딜 수 없다.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 싸워야 하며, 고요 속에서도 불안을 느낀다. 가상의 세계관이지만 현실과는 멀지 않다. 모두에게 집이 생긴다는 것은 가능할까.
.소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싸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일 때면 나도 모르게 탄식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 쌓여왔는지, 얼마나 세상이 병들었는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그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그들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못을 박는다.
'벼랑 위의 집'에 사는 아이들은 고립된 섬에서 나올 수 없었다. 세상이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들을 '사회구성원'이라며 다독이는 형식적인 위로마저, 그들을 배제하는 규정들에 의해 설득력을 잃었다. 주인공 라이너스의 말처럼 "변화란 소수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것"(535쪽)이다. 그리고 다수의 기준으로 굴러가는 세상이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소수가 다수가 될 때까지 목소리 내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개인.
사람이 속하는 단체나, 그들이 가진 특성은 개인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나 그 자체는 아니다. 인종, 성별, 취향 등의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오만한 일반화일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는 듯하다. 카롤린 엠케는 《혐오사회》에서 "정확한 것은 온전히 미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움이 가득한 사회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개인을 개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그토록 많은 것"(532쪽)의 존재를 감히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부정하려 들지라도, 고유한 빛깔을 가진 존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벼랑 위에 지어진 집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덕분에 더 넓은 바다를 시야에 담을 수 있다. 때론 작은 것들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을 분명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실제로 작은 행위는 아니지만) 이 작은 행위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소수가 소수여도 괜찮은 세상을 꿈꾼다.


책 속 한 문장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아이들이
마음껏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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