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 돔이 없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Book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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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저자 김초엽 | 출판 밀리 오리지널 | 발매 2020.10.01


 

 

 

 

 

> 돔이 없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차별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돔에 의한 차별이다. 돔은 외부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모두가 들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명백히 차별을 낳고 있다. 두 번째는 내성종에 의한 차별이다. 책에 등장하는 나오미와 아마라는 내성종이라 불린다. 내성종들은 생체 탐지기를 통해 발각되면, 죽거나 실험체로 이용된다. 돔 바깥의 내성종인 두 사람은 수많은 차별과 위험을 겪어내면서 평화로운 한 마을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 마을도 파멸을 맞게 된다.

 

 

 결국 이 마을의 삶조차 다른 멸망의 잔여물 위에 세워진 것이었고, 숲 바깥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삶 역시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었다. p.285, 4부 구원자들 

 

  책을 읽으면서 '돔'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물리적으로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형태로 말이다. 넓게는 사회적으로, 좁게는 개인적으로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돔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숲속 마을을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마을이 연상된다. 차별받는 사람들만이 모여있는 공간. 돔과 마을의 분리. 나는 이제 이 두 세계에 속한 사람들을 감히 분류할 수 없으며 크고 작은 돔을 세우던 개개인의 기준이, 사회의 기준이 바뀌어야 함을 안다.

 


.희망.

 

 희망이라는 것의 본질이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상승할 때는 의미가 있지만, 다 같이 처박히고 있을 때는, 그저 마음의 낭비인 것이다. p.189, 2부 더스트 폴 

 

  생존을 위한 나오미와 아마라의 싸움을 보면서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이기심과 희망, 절망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성종, 돔. 이것들이 분리되는 출발점에는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며, 우리가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오만함. 자신들이 기득권이라고 믿는 그들의 카르텔이 견고해질수록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절망하게 된다. 마치 돔 바깥의 사람들이 점점 희망을 잃어갔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요. 아무도 믿지 않아도 또 한 번 시도해볼 때가 되었네요. p.83, 모스바나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책의 말처럼 아무리 믿지 않아도 또 한 번, 다시 한번 계속해서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 덕분에 이 세상은 바뀌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목소리를 실어야 할 쪽은 오만함과 이기심이 아니라 희망 쪽이라고.


.차별.

 

 모스바나는 어디서부터 자연의 것이고 어디서부터 인간의 것인지, 혹은 기계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혼성체였다. p.321, 5부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작가의 글은 '차별'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소외와 차별을 다양한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려낸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들과 더불어 김원영 작가와 함께 집필한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어본다면 그녀가 어떤 식으로 차별을 그려내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SF라는 장르는 그러한 김초엽 작가의 시선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돔이 없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목소리를 내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담

오랜만에 북리뷰를 쓴다. 그 사이에는 아예 다른 장르의 글을 쓰다보니까 문체가 미묘하게 바뀐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글이 마음에 안들어서 업로드 직전까지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올린다. 계속 쓰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책 속 한 문장

 

인류의 구원자가 되라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저지른 짓 때문에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죠.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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