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선언(더 케어 컬렉티브) : 세상의 경계를 허물 난잡한 돌봄

Book 202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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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선언

저자 더 케어 컬렉티브(지은이), 정소영(옮긴이) | 출판 니케북스 | 발매 2021.05.25

원제: The Care Manifesto


 

 

 

책 소개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돌봄’이라는 이슈를 비극적인 방식으로 조명했다. 간호사를 비롯해 수많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코로나 방역 현장에서 적절한 보상 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요양시설, 장애인 거주시설, 교정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빈곤층 아동들은 결식 상태로 방치되었으며, 택배 노동자가 업무량을 견디지 못해 길에서 쓰러지고,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빈곤 인구가 방치되거나 고독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재난의 위험은 불균등하게 분포되며, 소수자와 취약 계층에게 이 위험은 가장 먼저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돌봄 사각지대에 관심이 높아진 코로나 위기의 한가운데서 출판된 《돌봄 선언》은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편적인 돌봄의 필요성을 선언한다.

 

 

 

저자소개

더 케어 컬렉티브 (The Care Collective) (지은이) 
2017년 영국 런던에서 학술 모임으로 시작한 단체. 오늘날 세계적으로 ‘돌봄care’이 마주한 다면적이고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각기 다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개인적, 학술적, 정치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또는 단체로 활동해왔다. 안드레아스 차지다키스Andreas Chatzidakis, 제이미 하킴Jamie Hakim, 조 리틀러Jo Littler, 캐서린 로튼버그Catherine Rottenberg, 린 시걸Lynne Segal이 활동 중이다.
정소영 (옮긴이)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미디어 및 문화연구로 석사학위를, (인)문학의 위기 담론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제를 비롯해 주류-비주류, 공식-비공식, 인간-비인간, 현실-가상세계, 젠더 구분 등 권력의 기재로 작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경계가 구축되고 와해하는 현상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 런던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고, 저서로 《맛, 그 지적 유혹》이 있다.

 

 

 

 

 

 

 

❥ 세상의 경계를 허물 난잡한 돌봄


.무관심.

 

 우리는 돌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이 돌봄을 받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날이 지날수록 개인주의와 독립성이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생계를 위협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을 뒤로한 채 자신만의 쾌락을 좆아 전염병의 확산에 동참한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 죽어가도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체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예 쳐다보지 않거나, 눈이 마주쳤음에도 눈을 감아버린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돌봄 선언》은 우리 사회에 결여되어 있는 보편적인 돌봄의 필요성을 선언하며, 상호의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 이후 잘 감춰두었던 사회의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가진 돌봄 시스템과 상호의존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동시에 우리는 '돌봄'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 각종 어린이 시설들이 폐쇄하고 나서,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가 지닌 위대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밤낮없이 일하는 의료진들의 불어터진 손발을 목격하고 나서, 그들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당장 집 밖으로 한 발도 못 움직이게 되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물류를 옮기는 택배기사의 노고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왜 '돌봄'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을까?


.돌봄.

 

 부유층은 그들의 의존성을 그들이 고용한 돌봄 종사자들에게 투영한다. 의존의 의미를 저임금 돌봄 노동에 내몰린 사람들의 경제적 종속으로 한정하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1장 돌보는 정치 

 

 

 돌봄의 가치가 평가 절하된 가장 큰 이유는 돌봄 시스템이 자본주의 시장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밥을 먹고, 운전하고, 청소하는 일마저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한다. 돌봄을 사고파는 모양새다. 이렇게 돌봄이 상품화되면 될수록 돌봄은 누구나 나누어야 할 보편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고파는 서비스 중 하나로 인식되기 쉽다. 더불어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돌봄을 받는다는 자각도 하지 못한다. 그저 지불한 돈에 응당한 서비스를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돌봄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논의가 발끝에도 닿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돌봄은 시장에서 굉장히 낮은 값어치를 지닌다. 이에 대한 이유는 제일 먼저 가정에서 찾을 수 있다. 가정 내에 아이를 기르고,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 즉, 돌봄의 무급노동을 강요받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를 돌보는 일은 대부분 '어머니'의 역할로 굳어져 왔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누가 돌보는가? 이 책은 이러한 빈틈을 파고든다. "우리는 너무 많은 돌봄 요구를 너무 오랫동안 '시장'과 '가족'에 의존해 해결해왔다." 이 책이 꿈꾸는 사회는 아이뿐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다. "우리는 그 의미의 범주가 훨씬 넓은 돌봄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의존.

 

 '의존'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수동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주체는 무기력하고, 타인의 삶에 편승하려는 이기적인 태도로까지 비추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의존'이 절대 나약하지 않음을, 또 우리 사회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의존'의 가치가 중요해지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나약해진 채 제 삶을 포기하고 누군가 해주기만을 기다리게 될까?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과 더불어 나의 따뜻한 손길이 타인의 삶 구석까지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에 드리워진 그늘에도 따뜻한 빛이 비치게 될 것이다.

 

 

 특정 사람들만이 돌봄을 제공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멈추어야 한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의 구분 없이 '난잡한 돌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모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 이 세계에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다.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두가 손을 잡을 수 있는 세상, 더불어 잘 살기 위해 돌봄의 지구를 향해 발을 뻗는 세상이 도래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책 속 한 문장

 

돌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개인적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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