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 :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Book 2021. 8. 5.
시지프 신화
저자 알베르 카뮈(지은이), 김화영(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16.06.17
원제: Le Mythede Sisyphe (1942)
>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부조리.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p.15, 부조리의 추론 : 부조리와 자살
책의 첫 문장은 마치 첫인상과 같다. 우리가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떤 말부터 꺼낼지 고민하는 것처럼, 작가들은 책의 인상을 결정할 첫 문장을 공들여 쓴다. 카뮈의 작품들은 유독 이 첫 문장이 주는 인상이 강하다. 《이방인》의 첫 문장 역시 책을 읽어 보지 않은 이들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은 앞으로 카뮈가 풀어나갈 이야기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순식간에 화두에 올리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카뮈는 앞서 던진 의문의 논의를 위해 먼저 부조리에 대해 설명한다. 옮긴이 김화영의 해설을 빌리자면 세계의 파열과 붕괴, 세계·타자·나의 낯섦, 시간의 인식, 죽음에 대한 의식이 바로 이 부조리에 속한다. 부조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에 나의 삶이 던져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카뮈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부조리로 가득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식은 회피하거나, 안주安住하거나, 버티는 것 세 가지로 나뉜다.
.회피.
먼저, 부조리의 회피는 다시 한번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바로 희망과 자살이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부조리의 귀결로는 이르지 못한다. 첫째로 희망은 부조리의 본질에 위배된다. 부조리는 인간의 열망과 세계의 침묵의 양자 관계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희망은 이 양자 균형의 균열을 일으켜 본질을 사라지게 한다. 둘째로 자살은 부조리의 본질을 소멸시킨다.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거부'(84쪽)이다. 즉, 부조리는 삶과 동시에 끝나게 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귀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갈래 길의 끝에는 모두 소멸만이 있다. 말 그대로 회피인 것이다.
다음으로 안주는 부조리한 세계에 맞대응하지 않고 '분수에 맞는 관념과 형상들의 집을 짓'(247쪽)는 행위이다. 이는 일종의 합리화로, 자기기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회피와 안주 모두 소멸과 자기기만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으며 바람직한 삶의 태도에서는 멀어진다.
.반항.
이제 버티는 일을 살펴볼 차례다. 부조리의 세계에서 버티는 행위는 우리를 세 가지 귀결로 안내한다. 반항, 자유, 열정이 그것이다.
첫 번째로 반항이다. 앞서 부조리는 인간의 열망과 세계의 침묵의 양자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카뮈는 책에서 이 두 항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보다 부조리한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필사적으로 열망하고 치열하게 호소할수록 세계의 무심함과 침묵은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현상에서 한가지 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부조리해질수록 우리는 자신을 더욱 또렷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반항은 인간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현존함'(84쪽)을 의식하게 하고, 그 '의식과 반항을 통해 운명에 대한 도전'이라는 '유일한 진실을 증언'(255쪽)하게 된다.
첫 번째 귀결인 반항은 두 번째, 세 번째 귀결의 출발점이 된다. 반항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된 두 번째 귀결은 바로 자유다. 삶에 반항하다 보면 절대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을 마주친다. 바로 '죽음'이다. 사람은 모두 죽음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그것을 깨달은 자들은 '내일'이 없음을 깨닫고 '희망'을 가지지 않는 인간이 되어 오늘의 자유를 모두 누리기 위해 애쓴다. '모든 영광 중에서 가장 덜 거짓된 것은 스스로 체험하는 영광'(120쪽)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귀결은 열정이다. 반항과 자유의 태도를 가진 인간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리고 주어진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누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진'하기 위한 행위를 카뮈는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기력해 보이는 이 질문으로 시작한 책은 자유와 열정이라는 역설적인 답을 내놓았다. 즉 이 책은 "자살이 행복한 삶으로 역전되는 과정의 기술인 것이다."(247쪽) 내일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늘뿐이다. 희망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희망과 안주가 아닌 '반항'을 답으로 내놓은 카뮈의 논의가 절망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카뮈의 생각을 좇아 이 책을 읽어나간 사람이라면 이 선택과 생각이 가져오는 결과가 절망의 정반대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를 모르는 이들은 희망과 안주 뒤에 숨은 회피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반항 안에 굳세게 자리 잡고 있는 자유와 열정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인간은 왜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살하지 않는가.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카뮈가 던진 질문에 답해본다. '반항하기 위해서'라고. 지금을 똑바로 응시하기 위해서라고. 부조리가 두려워 눈을 감거나 뒤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명확히 바라보고 나아가기 위해 내 온 힘을 다하는 태도를 갖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삶의 결론이다. 나의 '삶, 반항, 자유를 최대한 많이 느낀다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며 최대한 많이 사는 것'(95쪽)이기 때문에.


책 속 한 문장
나는 나 자신에게
영원히 이방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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