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경계 그리고 이해

Book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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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 출판 허블 | 발매 2019.06.24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2019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올해의 책

2019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선정 올해의 책

2019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책 소개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저자소개

김초엽 (지은이)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을 출간했고,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다.

 

 

 

목차

007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057 스펙트럼
097 공생 가설
145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가작 수상)
189 감정의 물성
219 관내분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 수상)
273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231 해설-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인아영(문학평론가)

337 작가의 말

 

 

 

 

 

❥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경계 그리고 이해


.차별.

 

 첨단 과학기술로 인류가 도달한 세계는 정말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을까?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차별, 억압, 소외, 고통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까? p.334, 해설-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인아영(문학평론가) 

 

 

 기술은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들이 발표되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차별을 해소했느냐에 대한 질문은 우리가 끊임없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차별은 아직도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술이 발전된 미래를 상상하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릴리가 초기에 만들어낸 아이들처럼 완벽한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를 꿈꾼다. 하지만 '완벽'이라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애초에 '완벽'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규정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먼저 필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고 서로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즉,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스펙트럼의 희진은 이 '차이'가 '차별'로 번질까 두려워 몇십 년 동안이나 우주를 떠돌았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부족하다는 것은 상대적인 기준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상대적인 인간이므로, 절대적 기준인 '완벽'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p.18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안나는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슬렌포니아행 우주선 운행이 중지되어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안나는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우주 밖의 사람들을 '버렸다'고. 또,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으면서, 우주의 일부만을 알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오만함'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이 '오만함'에서 차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도 무언가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해, 상처 주고 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내 스스로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 끝없는 외로움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p.187,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많은 편견과 부딪힌다. 관내분실의 지민의 엄마가 본인의 삶을 잃어버리고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내거나,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 재경 이모가 미혼모, 동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받았듯이 말이다. 소설 속 세계는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한 세계다. 그럼에도 이 실질적인 불평등과 차별의 시선은 전혀 극복되지 않았다.

 

 

 우리는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안나처럼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가고자 했던 곳에 닿을 수 없어도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또렷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공존.

 

 혼밥, 혼코노, 혼영 등 혼자 하는 무언가를 일컫는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혼자 무언가를 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있을 때 유대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 유대감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크고 작은 관계들을 필연적으로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유토피아란 신체적인 결함이 말끔하게 소거된 세상도,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격리해놓은 세상도 아닐지 모른다고. 오히려 장애와 더불어 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께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 모른다고. 어쩌면 폐기해야 할 것은 소수자들의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정상성 개념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p.329, 해설-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인아영(문학평론가) 

 

 

 이 책에서는 '유대감'을 다양한 형태로 그려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데이지는 지구에서 사는 것은 확실히 '마을'에서 사는 것보다 고통스럽겠지만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공생가설에서는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류드밀라의 행성에서 공감대를 얻고, 위로를 받는다. 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안나는 100-200년 동안 본인의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가족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관내분실의 지민은 어머니의 흔적을 찾으며 그리워한다. 스펙트럼의 루이와 희진은 외계 생명체라는 장벽을 뛰어넘고 교감한다.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어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살아생전에 사랑했든, 미워했든 이들은 '함께'라는 가치를 좇고 있었다. 김초엽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혼자만 잘되는 건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¹'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공존과 함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시점에 그 의미를 일깨워 준다.

 

 


.경계와 이해.

 

 "이모에게는 우주에 가지 않는 것이 해방인 게 아니었을까?" p.306,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우주 저편을 보기 위해서 인간이 본래의 신체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인간의 성취일까? p.281,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대립되는 개념들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지구는 디스토피아이고 '마을'은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릴리는 마을과 지구 중 어느 세계에서 정상이며, 어느 세계에서 비정상인가. 마을에 있는 아이들은 배제된 것일까 사랑으로 살아나가는 것일까.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의 재경은 성공한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자유를 찾아 선택한 것이 성공과 실패로 규정될 수 있는 범위일까. 또 개조된 몸으로 우주를 건너간 가윤의 성공은 인간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초엽 작가는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²'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앞서 언급된 대립된 개념들의 경계와 간극을 차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지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든 유토피아를 그려내든 그 세계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³'.


출처

1) 씨네21 인터뷰(이다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 혼자만 잘되는 건 잘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www.cine21.com/news/view/?mag_id=94757)

2) 뉴시스 인터뷰(신효령): 김초엽 "도저히 이해 못하는 무엇을 이해하려는 이야기" (newsis.com/view/?id=NISX20190618_0000684089%EF%BB%BF)

3) 한대신문 인터뷰(우지훈): SF 작가 김초엽에게 '빛의 속도로 빠져들다' (www.hy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9867)


여담

1. 처음으로 읽어본 SF 소설인데 너무 재미있어 다른 SF 장르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

2. 김초엽 작가의 팬이 되었다.

3.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찾아본 것은 처음이다.


 

 

책 속 한 문장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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