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한동일) : Si vales bene set, ego valeo(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전 잘 있습니다)
Book 2021. 1. 12.
라틴어 수업
저자 한동일 | 출판 흐름출판 | 발매 2017.06.30
❥ Si vales bene se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전 잘 있습니다
.현재의 행복.
인간은 오늘을 산다고 하지만 어쩌면 단 한순간도 현재를 살고 있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한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때와 오늘을 비교합니다. 미래를 꿈꾸고 오늘을 소모하죠. Lectio 15 오늘 하루를 즐겨라
오늘자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추억도, 행복한 일들도 분명히 많았지만 사실 허무하기도 했다. 3년간의 학교 생활이 고작 대학교 합격 여부에 따라 가치가 나뉜다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대회와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당장이라도 잠들고 싶은 욕구를 밀어내고 집중하는 게 버거울 때가 꽤 있었다. 또 태생부터 바닥난 체력을 가지고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공부하다가 한계가 찾아오면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2021년의 나를 위해서 수많은 '오늘의 나'들을 혹사시켜왔다.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했던 경쟁과 과정에서 벗어난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지금을 오롯이 살아가는 건 언제인가?'
들떠서 실수하고 집에 가서 후회하지 말자. 항상 기분이 필요 이상으로 좋아지면 속으로 이 말을 새긴다. 들뜬상태가 되면 나도 모르게 여러 말들을 쏟아내버리곤 한다. 그리고 그 말들은 꼭 후회로 돌아온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알고, 항상 차분한 사람들을 동경해왔으며 닮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기분이 들뜰 때가 있는 것처럼 당연히 가라앉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번 바닥을 친 기분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온 마음 다해 기뻐할 수 있는 걸까? 슬픈 상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기쁜 상태를 용납하지 않는 건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모든 감정들을 공평히 수용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좌절과 치열함.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무언가를 이뤘지만 나는 아직 눈에 띄게 이룬 것이 없다면, 그와 내가 걷는 걸음이 다르기 때문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나와 그가 가는 길이 다를 뿐이죠. Lectio 17 로마인의 나이
당장 대한민국 대학 입시판만 보아도 '성공'과 '실패'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그 결과를 가르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경쟁에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사람들이 치열하게 사는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 이를 아득바득 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다가는 나를 잃기 십상이다.
가수 아이유의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가 저를 좋아한대요. 그 이유가 제가 똑똑하게 굴어서래요. 약아서. 약아서 저를 좋아한대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저를 싫어한대요. 제가 영악해서, 약아서 싫대요. 그러니까 사실 어느 장단에도 맞출 수가 없어요. (2015년 11월 23일 GQ인터뷰) 어느 장단에도 맞출 수가 없다. 이 말처럼 와 닿는 말이 있을까.
모든 기준에 나를 완벽히 맞출 순 없다. 내 기준을 내가 만들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나를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나뿐 아니라 타인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입체적인 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사실 타인을 받아들이는 일은 아직 내게는 너무 어렵다. 그래도 하나씩 천천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책 속 구절처럼 그저 나의 길을 묵묵하게 가야 할 뿐이다.
.나눔.
이제는 정말 공부해서 남을 줘야 할 시대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더 힘든 것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한 공부를 나눌 줄 모르고 사회를 위해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Lectio 4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책은 누군가의 경험이나 생각을 '나누기'위해서 쓰인다. 한동일 변호사의 라틴어 수업이 유명해진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동일 변호사는 본인이 가진 것들과 경험을 나누려고 했다. 나눔을 받은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권유하여 또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다. 나눔은 '사랑'에서부터 출발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부족한 요즘 사회에서는 나눔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개인주의'라는 말 뒤에 숨어있는 '이기주의'가 사회 곳곳에 팽배한 것 같다. 사소한 나눔과 배려가 결여된 상태에서 본인의 시간,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사람들은 계속 부딪히게 된다. '함께'하고 '더불어'하는 것의 가치를 잊은 사람들의 사례가 들려올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금만 배려하면, 조금만 이해하려고 하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끝없이 쏟아지는 느낌이다. 아주 약간의 사랑만 있었더라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 나라도 작은 사랑을 나누자고 그렇게 다짐하게 된다.
여담
제목은 책에서 착안했다. 'Si vales bene est, ago valeo.'라는 문장은 로마인들에 편지를 쓸 때 애용한 첫 인사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사소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위를 걱정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책 속 한 문장
지나가는 것들에 매이지 마세요.
우리조차도 유구한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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