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알베르 카뮈) : 가장 적게 말함으로써 가장 많이 말하다
Book 2021. 1. 19.
이방인
저자 알베르 카뮈(지은이), 김화영(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11.03.25
원제 : L'etranger (1942)
책 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권. 20세기의 지성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신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1942년 <이방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카뮈는 젊은 무명작가에 불과했다. 낯선 인물과 독창적인 형식으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 이방인처럼 나타난 이 소설은 출간 이후 한순간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는 걸작이 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을 겪으며 정신적인 공허를 경험한 당대 독자들에게 카뮈는,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김화영 교수가 원문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친근한 언어로 번역하였다.
저자소개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지은이)
1913년 알제리의 몽도비(Mondovi, Dr?an)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포도 농장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대전 중에 사망한 뒤,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1918년에 공립초등학교에 들어가 뛰어난 교사 루이 제르맹의 가르침을 받았고, 이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알제 대학 철학과에 입학한다. 카뮈는 이 시기에 장 그르니에를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는다. 1934년 장 그르니에의 권유로 공산당에도 가입하지만 내적 갈등을 겪다 탈퇴한다. 1936년에 고등 교육 수료증을 받고 교수 자격 심사에 지원해 대학 교수로 살고자 했지만 결핵이 재발해 교수직을 포기했다. 이후 진보 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한다.
알베르 카뮈는 1942년에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같은 해에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발표하여 철학적 작가로 인정을 받았다. 또한 1944년에 극작가로서도 《오해》, 《칼리굴라》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47년에는 칠 년여를 매달린 끝에 탈고한 《페스트》를 출간해 즉각적인 선풍을 일으켰으며 이 작품으로 ‘비평가상’을 수상한다. 1951년 그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반항하는 인간》을 발표했다. 이 책은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동료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1957년에 카뮈는 마흔네 살의 젊은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이때의 수상연설문을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이끌어준 선생님에게 바쳤다. 삼 년 후인 1960년 겨울 가족과 함께 프로방스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후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던 중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로 숨졌다. 사고 당시 카뮈의 품에는 발표되지 않은 《최초의 인간》 원고가, 코트 주머니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전철 티켓이 있었다고 한다. 《이방인》 외에도 《표리》, 《결혼》, 《정의의 사람들》, 《행복한 죽음》, 《최초의 인간》 등을 집필했다.
수상: 1957년 노벨문학상
[출처: 알라딘]
김화영 (옮긴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 평론가, 불문학 번역가로 활동하며 팔봉 비평상, 인촌상을 받았고,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되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여름의 묘약』, 『문학 상상력의 연구』, 『행복의 충격』, 『바람을 담는 집』, 『한국 문학의 사생활』 등이, 옮긴 책으로 미셸 투르니에, 파트리크 모디아노, 로제 그르니에, 르 클레지오 등의 작품들과 『알베르 카뮈 전집』(전 20권), 『섬』, 『마담 보바리』, 『지상의 양식』, 『어린 왕자』,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등이 있다.
❥ 가장 적게 말함으로써 가장 많이 말하다
.진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는가? 하나씩 세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거짓말과 거리를 두기가 더 어렵겠다. 또 굳이 사회생활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보면 의도치 않게 끊임없는 거짓말을 주고 받을 때가 생긴다. 크든 작든, 의도가 선하든 악하든 우리는 수많은 거짓 속에 살아간다.
나는 사장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의 삶을 바꿔야 할 이유는 없었다. p.57, 1부
정상적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많게건 적게건 바란 적이 있는 법이다. p.83, 2부
앞의 두 문장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책 속 주인공인 뫼르소는 굉장히 진실한 사람이다. 그는 그 흔한 빈말, 아첨 하나 없었다. 그는 그로서 존재했고, 그러한 점이 그를 비극으로 몰았다. 거짓으로 점철된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고립되기 시작했다.
만약 재판에서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우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버겁게 눈물을 참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면 그는 사형 선고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배심원단의 마음을 움직여 몇년의 구형을 받는 선에서 문제가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방인'이 되었다. 진실한 사람이 고립되어 섞이지 못하고 결국 혼자 남겨지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어떤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한 인간을 『이방인』 속에서 읽는다면 크게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p.154, 미국판 서문
'진실'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긍정적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입 아프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진실의 가치가 점점 저평가 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방인은 그러한 점에서 진실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유의미한 책이다.
.부조리.
"본인은, 범죄자의 마음으로 자기 어머니를 땅에 묻었다는 이유로 이 사람의 유죄를 주장합니다." p.118, 2부
앞서 언급한 재판 이야기를 조금 자세히 해보자. 뫼르소가 사형을 선고받은 재판 이야기를 하려면 어머니의 장례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슬프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비난을 샀다. 사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었다. 뫼르소가 아랍인을 총으로 쏜 것은 장례식과 별개의 사건임이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다른 사건에서의 그의 태도를 문제 삼았고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정의롭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누구의 기준에서, 누구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일일까. 감정적인 호소에 형량이 바뀌고, 거짓으로 꾸며낸 모습으로 결과가 달라진다면 과연 정의는 실현된다고 할 수 있을까? 당장 뫼르소의 재판만 살펴보아도 '아랍인을 총살'한 범죄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도 않는 파렴치한'이라는 점이 그의 사형 선고에 더욱 영향을 끼치는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삶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죽음.
책에는 세가지 죽음이 나온다. 어머니의 죽음(자연사), 아랍인의 죽음(살인), 뫼르소의 사형 선고(사형)가 그것이다.
법정에서 뫼르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지만 사실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죽은 후, 발코니에 하루종일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또 옆집 살라마노 영감이 개를 잃어버린 슬픔에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때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과장해서 꾸며내지 않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p.148, 2부
뫼르소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은 나에게로 하여금 많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극한의 순간 즉, 죽음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행복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방인'이라며 고립시켰지만, 그는 본인 스스로에게 마저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서야그는 자신을 믿고 확신하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가치를 느끼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죽음이 그에게 많은 가치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
이 책은 뫼르소가 죽음에 이르러 행복을 깨달은 것처럼, 우리에게도 삶의 행복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이방인을 다 읽어 내니, 그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특히 작품 해설에 빈번히 언급되는 『행복한 죽음』이나 『작가 수첩』, 그 외에도 그가 남긴 여러 작품들을 시간 내어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나에게는 꽤 어려운 작품이지만 이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굉장히 유의미했다.
여담
1. 제목은 책 속 글을 참고했다. (폴 발레리의 표현을 빌리건대 그는 가장 적게 말함으로써 가장 많이 말합니다. p.175, 『이방인』을 다시 읽는다, 로제 키요)
2. 주인공의 이름 '뫼르소'는 '살인(meurtre)'과 '태양(soleil)'을 의미하는 단어의 앞부분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3. 태양(빛)이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련된 글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 한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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