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김원영) : 구원이라는 허상
Book 2021. 3. 8.
책제목
저자 김초엽, 김원영 | 출판 사계절 | 발매 2021.01.15
책 소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오늘날 ‘미래’라는 말을 채우고 있는 내용을 보면, 마치 그 미래는 인간의 몸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것만 같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로 움직이는 세상,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고통도 갈등도 불가능도 없는 편리하고 매끄러운 곳일까? 열다섯 살 전후로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보청기와 휠체어)과 만나 ‘사이보그’로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각기 청각장애(김초엽)와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닌 채 살아온 시간과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키워온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 환경,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다른 내일을 제시한다. 장애인의 인지 세계와 감각, 동작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세계를 상상하는 김초엽, 각기 다른 취약함과 의존성을 지닌 존재들이 더 긴밀하게 접속하여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을 기대하는 김원영. 두 사람은 각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멀리, 또 깊숙이 밀고 나아가 이 세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든 위계와 정상성 규범 너머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환대할 미래를 그린다. 여기,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과해 더 인간적인 미래의 어느 날에 도달할 짜릿한 여행이 준비되어 있다.
저자소개
김초엽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등을 출간했다.
김원영
대학에서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로스쿨 졸업 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했다. 지금은 작가이자 배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희망 대신 욕망』이 있다. 연극《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인정투쟁 - 예술가 편》등에 출연했다. 휠체어를 탄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_ 김원영
1부 우리는 사이보그인가
1장 사이보그가 되다 _ 김초엽
2장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_ 김원영
3장 장애와 기술, 약속과 현실 사이 _ 김초엽
4장 청테이프형 사이보그 _ 김원영
2부 돌봄과 수선의 상상력
5장 불화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6장 장애-사이보그 디자인 _ 김원영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8장 슈퍼휴먼의 틈새들 _ 김원영
3부 연립과 환대의 미래론
9장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_ 김초엽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_ 김원영
대담 _ 김초엽, 김원영
나오며 _ 김초엽
감사의 말
참고문헌
❥ 구원이라는 허상
.기술.
장애는 사회적 장애물과 사회적 억압의 문제이지, 손상의 문제가 아니다. p.227, 8장 슈퍼휴먼의 틈새들
수많은 기술이 끝없이 쏟아진다. 특히 누군가의 시각에서 '결함'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치는' 기술은 끝없이 개발되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3D 프린터로 인공 신체와 장기를 만들어 인식하고, 시각을, 청각을……. 이런 엄청난 기술에 집중하는 한편, 장애인들의 삶에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은 파손되어 있고, 그들이 타는 택시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휠체어가 지나가지 못하게 엉망인 도로와 그 흔한 경사로 하나 없는 건물들이 팽배하다.
많은 기술이 기존의 장애물을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듯이, 장애 기술이 장애 자체를 '혁신'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p.186,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아직까지 휠체어가 자유롭게 지하철의 문턱을 넘나들 수조차 없는데, 그들이 넘으려는 문턱은 대체 어떤 것일까. 이런 모순점을 발견할 때면,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과 혁신이라는 허상에 심취해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0에서 1, 1에서 2로 가는 것이 아니라 0에서 100으로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0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과정, 목적, 대상은 잊히고 기술만이 남은 이 사회를 우리는 냉소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오류.
주류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장애인을 위한 설계라는 최초의 목적이 쉽게 지워진다는 것이다. p.205,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구부러지는 빨대가 장애인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플라스틱을 줄이자며 팩 음료에 붙어있는 빨대를 없애거나, 커피숍의 빨대들이 전부 종이 빨대로 교체되고 있는 현실은 보편 설계의 허점을 명백히 드러낸다. 기술의 주류화, 보편성 때문에 실제로 이 기술이 필요한 이들이 기술을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도무지 생각지 못했던 어떤 세계와 정체성으로 우리를 이동시키는 이 '타자'들은 확고하다고 믿었던 지식과 기술, 사상, 정치적 신념과 지혜의 매끄러운 질서에 오류로서 등장한다. p.307,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책을 읽으면서 가장 소름이 돋았던 구절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닭살이 돋는다. 프로그래밍을 예로 들어보자. 모든 코드가 다 짜여있는데, 오류가 하나 발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라면 이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앞뒤 맥락을 살펴 코드를 고쳐나갈 것이다. 오류 났다고 해서 무작정 지워버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자꾸 이 오류를 애초에 없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류가 코드 내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이러한 시선은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스스로 끊임없이 묻게 된다.
.구원이라는 착각.
왜 휠체어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보다 로봇 외골격이 더 주목과 찬사를 받을까? 이동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더 정상성에 가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p.87, 3장 장애와 기술, 약속과 현실 사이
정상성 규범을 따르는 보조 기술이 당사자에게 더 나은 일상을 약속하는가? '고쳐준다'는 말은 언뜻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이 맥락에서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강압적이게 느껴진다. '고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고장이 나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손질하여 제대로 되게 하다. 2. 병 따위를 낫게 하다. 3. 잘못되거나 틀린 것을 바로잡다. 어떠한 정의를 갖다 붙여도 매끄럽지 못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애초에 장애는 '고장'이 아니며,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보고, 돌봄을 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기술이 아니라, 돌보는 일을 돕고 돌봄을 받는 사람이 더 잘 돌봄을 받도록 돕는 기술도 가능할까? p.291,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그러니 기술로서 그들을 정상성 규범에 끼워 넣겠다는 것은 절대 '구원'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구원이라는 허상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더 편하게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편히 이동하고, 고립이 아닌 연립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장애인은 절대 돌봄을 제공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이가 아직 너무 많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꿈꾼다.
"나는 휠체어만 탔을 뿐(탔음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대신, "나는 휠체어를 탔고 그 점에서 당신과 같지 않지만, 우리는 동등하다"라고 말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p.63, 2장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책을 덮으면서 장애가 규범 되지 않는 사회. 구원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누군가가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회. 모두가 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동등한 사회. 그런 연립의 사회를 꿈꿔 본다.
책 속 한 문장
장애인은 단순히 세계의 수용자이거나
세계에 의해 형성되는 이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게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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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 김원영 서평 북리뷰 독후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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