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 불행과 죽음은 반의어

Book 2020.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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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지은이), 김춘미(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04.05.15.

원제: 人間失格 (1948)


 

 

 

책 소개

자살 미수와 약물 중독, 39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인간 실격>이 출간됐다.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는 한 젊은이가 파멸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뉴욕 타임스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고 평했다.

작품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작품의 주인공인 요조가 쓴 세 개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세상에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하지만 번번히 좌절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거듭된 동반 자살 시도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요조는 본가로부터 절연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함께 실린 '직소'는 유다가 예수를 고발하는 자리에서 늘어놓는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해석과 달리, 예수를 흠모하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거부당한 데 대한 분노와 반발심으로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의 갈등과 번민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저자소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지은이) 
본명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아오모리현 북쓰가루군 가나기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오모리중학교, 히로사키고등학교 재학 중 문예지를 창간해 대지주인 자기 집안을 폭로하는 《무간나락》과 《지주일대》, 고등학교 교장의 비리에 반발하는 학생운동을 다룬 《학생군》과 같은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1930년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해 도쿄 생활을 시작했으며 학교보다는 글쓰기에 전념하며 손수 만든 문예지에 여러 소설을 발표했다. 1936년 첫 창작집 《만년》을 출간하며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지만 주목받지는 못했다. 1939년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 후 《달려라 메로스》, 《여학생》, 《정의와 미소》 등을 발표하며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전쟁 시절에는 《쓰가루》, 《옛날이야기》, 《우대신 사네토모》와 같은 여행기와 시대물을 발표하며 국가의 검열을 피했다. 1947년 《사양》을 출간하며 전후 사상적 공허감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 1948년 다자이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 《인간 실격》을 완성하고, 책의 출간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연인과 함께 강에 뛰어들어 서른아홉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인생에서 다섯 번째 자살 시도였다. 
김춘미 (옮긴이)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에서 석사 학위를,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및 일본학연구센터장, 한국일본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일본번역원장을 맡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비롯해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 가와카미 미에코의 『헤븐』, 미즈무라 마나에의 『본격 소설』, 요시다 슈이치의 『열대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 밖에도 일본어 교재 및 일본 문학 연구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필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목차

인간 실격
서문 / 첫 번째 수기 / 두 번째 수기 / 세 번째 수기 / 후기

직소

작품 해설 / 김춘미
작가 연보

 

 

 

 

 

❥ 불행과 죽음은 반의어


.인간실격.

 

 '인간 실격이 무슨 뜻일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스스로 던졌던 질문이다. '실격'을 사전에 검색해보면 이렇게 나온다. "1. 격식에 맞지 아니함. 2. 기준 미달이나 기준 초과, 규칙 위반 따위로 자격을 잃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인간의 격식은 뭘까? 기준이 있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로, 일본의 신흥 졸부 집안이라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집안이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고, 대학 입학 후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0년에는 연인과 투신자살해 본인만 살아남았고, 1935년에는 파비날에 중독된다. 파비날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1948년 연인과 함께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작가 소개나, 줄거리를 먼저 읽는다. 작품을 알고 읽으면 보이는 게 많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를 간략하게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비극적이다'였다.


.삶은 비극이다.

 

 "삶은 비지." 
 "아니. 그것도 희." 
 "아니야, 그렇게 되면 모든 게 희가 돼버려."
p.110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 속 이야기를 모두 작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발상은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인간실격의 '요조'는 마치 다자이 오사무 본인을 투영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가 겪었던 일을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꾸어 서술한 듯한 사건들도 보인다.

 

 

 요조는 호리키와 희극 명사, 비극 명사 놀이를 한다. 삶이 '희'라는 호리키의 말에 요조는 위와 같이 반박한다. 비극과 희극은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삶이 희가 된다면, 모든 것이 희가 돼버린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다른 문장에서도 '삶은 비'라는 그의 입장을 조금은 살필 수 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32 

 

 

 그의 말대로 인생이 비극이라고 했을 때, 그가 시도한 자살행위를 나는 '비극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였다. 작품에는 비극 명사, 희극 명사 놀이 말고도 또 다른 놀이가 등장한다. 바로 반의어 놀이이다. 작품 속에서는 '꽃의 반의어는 여자, 여자의 유의어는 창자'라고 말한다. 나도 반의어 놀이에 동참해보자면 '삶의 유의어는 불행, 삶의 반의어는 죽음'이라는 말들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불행의 반의어는 죽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

 

 

 보통 죽음은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죽음, 어두움, 우울함, 불행 등은 누구나 '유의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동의할 수 없지만) 꽃과 여자를 유의어라고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극 중 등장하는 두 놀이는 그가 삶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죽음.

 

 세네카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칭송한 카토의 '의지적 죽음', 즉 자살은 "자기 목숨으로 자유의 가치를 조명해 낸" 정의로운 죽음으로 평가되었다. p.164, 작품 해설 

 

 

 결국 요조는 그러지 못했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목숨으로 자유의 가치를 조명해냈다. 요조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배신'을 두려워했고, '순수함'을 원했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서, 마음을 줄 곳을 찾아 헤맸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p.131 

 

 

 현대사회는 많이 병들어 있다. 미디어가 발달되고, 누군가의 죽음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안타까운 소식들이 수도 없이 들려온다. 작품 속 요조는 모든 것에 배반당한 후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악성 댓글이나, 끊임없는 평가, 저울질 등이 사람을 인간 실격자로 내몰고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잃게 하고, 사랑을 잃게 해, 인간 실격자로 만들어간다고 말이다.

 

 나는 작품 속 요조를 만나게 된다면 감히, 정말 감히 당신은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인간 실격자가 아니라고.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책 속 한 문장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신에게 묻껬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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