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 불행과 죽음은 반의어
Book 2020. 8. 22.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지은이), 김춘미(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04.05.15.
원제: 人間失格 (1948)
> 불행과 죽음은 반의어
.인간실격.
'인간 실격이 무슨 뜻일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스스로 던졌던 질문이다. '실격'을 사전에 검색해보면 이렇게 나온다. "1. 격식에 맞지 아니함. 2. 기준 미달이나 기준 초과, 규칙 위반 따위로 자격을 잃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인간의 격식은 뭘까? 기준이 있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로, 일본의 신흥 졸부 집안이라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집안이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고, 대학 입학 후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0년에는 연인과 투신자살해 본인만 살아남았고, 1935년에는 파비날에 중독된다. 파비날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1948년 연인과 함께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작가 소개나, 줄거리를 먼저 읽는다. 작품을 알고 읽으면 보이는 게 많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를 간략하게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비극적이다'였다.
.삶은 비극이다.
"삶은 비지."
"아니. 그것도 희."
"아니야, 그렇게 되면 모든 게 희가 돼버려." p.110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 속 이야기를 모두 작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발상은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인간실격의 '요조'는 마치 다자이 오사무 본인을 투영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가 겪었던 일을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꾸어 서술한 듯한 사건들도 보인다.
요조는 호리키와 희극 명사, 비극 명사 놀이를 한다. 삶이 '희'라는 호리키의 말에 요조는 위와 같이 반박한다. 비극과 희극은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삶이 희가 된다면, 모든 것이 희가 돼버린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다른 문장에서도 '삶은 비'라는 그의 입장을 조금은 살필 수 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32
그의 말대로 인생이 비극이라고 했을 때, 그가 시도한 자살행위를 나는 '비극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였다. 작품에는 비극 명사, 희극 명사 놀이 말고도 또 다른 놀이가 등장한다. 바로 반의어 놀이이다. 작품 속에서는 '꽃의 반의어는 여자, 여자의 유의어는 창자'라고 말한다. 나도 반의어 놀이에 동참해보자면 '삶의 유의어는 불행, 삶의 반의어는 죽음'이라는 말들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불행의 반의어는 죽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
보통 죽음은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죽음, 어두움, 우울함, 불행 등은 누구나 '유의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동의할 수 없지만) 꽃과 여자를 유의어라고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극 중 등장하는 두 놀이는 그가 삶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죽음.
세네카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칭송한 카토의 '의지적 죽음', 즉 자살은 "자기 목숨으로 자유의 가치를 조명해 낸" 정의로운 죽음으로 평가되었다. p.164, 작품 해설
결국 요조는 그러지 못했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목숨으로 자유의 가치를 조명해냈다. 요조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배신'을 두려워했고, '순수함'을 원했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서, 마음을 줄 곳을 찾아 헤맸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p.131
현대사회는 많이 병들어 있다. 미디어가 발달되고, 누군가의 죽음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안타까운 소식들이 수도 없이 들려온다. 작품 속 요조는 모든 것에 배반당한 후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악성 댓글이나, 끊임없는 평가, 저울질 등이 사람을 인간 실격자로 내몰고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잃게 하고, 사랑을 잃게 해, 인간 실격자로 만들어간다고 말이다.
나는 작품 속 요조를 만나게 된다면 감히, 정말 감히 당신은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인간 실격자가 아니라고.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책 속 한 문장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신에게 묻껬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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