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더글라스 케네디) : 우리 삶은 휩쓸려 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Book 2022. 3. 24.
빅 픽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지은이), 조동섭(옮긴이) | 출판 밝은세상 | 발매 2010.06.10
원제: The Big Picture
책 소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린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이다.「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에 대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마지막 페이지가 다가오는 게 두려울 만큼 흥미진진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빅 픽처>는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이다.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앞날이 탄탄하게 보장된 뉴욕 월가의 변호사다. 안정된 수입, 중상류층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교외 고급 주택 거주, 미모의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을 둔 가장…. 겉모습만 보자면 모두들 부러워 할 대상이지만 벤 자신은 조금도 즐겁지 않다. 벤의 오랜 소망은 사진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꿈은 호사스런 취미로 남았을 뿐이다.
벤의 자괴감은 아내 베스와의 결혼생활이 삐거덕거리는 상황과 맞물려 점점 더 위기상황을 향해 치닫는다. 벤과 갈수록 사이가 멀어지던 베스는 이웃집에 사는 사진가 게리와 혼외정사에 탐닉한다. 벤은 우연히 베스가 이웃집 남자 게리의 집에서 불륜행각을 벌이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날 밤, 게리의 집을 찾아간 벤은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요트사고를 위장해 게리의 시신을 소각하고 사건을 은폐한 벤은 남은 생애를 게리의 신분으로 살아가기로 작정하고 도주의 길에 올라 몬태나 주 마운틴폴스에 정착한다. 심심풀이로 마운틴폴스의 토착인물들을 사진에 담았던 벤, 우연히 그 사진이 지역 신문에 게재되면서 일약 유명 사진가가 되는데…
저자소개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지은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런던,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며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2009년에는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에서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조동섭 (옮긴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이매진] 수석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 [TTL 매거진] 편집 고문을 지냈으며, 현재 번역가와 자유 기고가로 일하고 있다.
❥ 우리 삶은 휩쓸려 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선택.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나의 취향과 내 주위의 사람들은 어떠한 선택에서 파생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우리가 당연하게 걸어온 길들 역시 하나의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면, 선택만큼이나 삶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빅 픽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에 관한 이야기다. 여러 선택으로 인해 삶이 바뀐 주인공은 후회와 위기 속에서 갈등한다. 이전의 삶과 현재의 삶. 종국에는 어떤 것이 진짜 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어떤 삶을 원하는 걸까. 그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유.
주인공 벤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남자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명문대학에 진학에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착실히 출근하고 가정을 꾸렸다. 허나 그가 원하는 것은 그런 삶이 아니었다. 그는 자유를 갈망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가진 것들을 잃을 용기가 없었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의무(라고 믿는 것) 속에 갇혀 자유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 책에서의 살인은 단순히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가 아니다. (벤의 입장에서) 새 삶의 시작이다. 벤은 개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까워졌다. 재미없는 일상으로부터 달아나 매일 사진을 찍었다. 사진가로서 성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삶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책임.
하루아침에 새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과거와 연결된 하루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표현의 한계를 '살인'이라는 사건을 통해 극복해냈다. "우리는 태어났지만,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문장은 이 책이 하고 싶은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에는 이전의 것들을 포기하는 것도 포함된다. 무거운 선택일수록 용기의 크기가 큰 법이다.
벤의 선택을 복기해본다. 벤이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라는 합리화에서 빠져나왔다면? 그가 각종 경제적 지원과 가족을 포기한 뒤, 사진과 자유를 위한 선택을 했다면 삶은 많이 달라졌을까? 우리 삶은 휩쓸려 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주 사소한 것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결국 선택의 복합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책을 덮은 후, 일상에 수도없이 펼쳐진 선택의 무게들을 가늠해본다. 그리곤 합리화, 비겁함 같은 것들에 숨지 않기로 다짐한다.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고, 그 책임 역시 마찬가지다.
여담
살인을 표현의 매개체로 사용한 것과 별개로 살인의 합리화나 주인공의 각종 범죄는 역하기만 하다.
책 속 한 문장
우리는 태어났지만,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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