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이금이) : 파도를 건너온 당신께 레이를

Book 202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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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저자 이금이 | 출판 창비 | 발매 2020.03.25


 

 

 

책 소개

따스한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 시대 선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장편소설.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여성들의 삶을 그렸다. 백여 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하와이라는 신선하고 새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혼인을 올리고 생활을 꾸려 가는 여성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존중하고 보듬어 줌으로써 서로에게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 주는 세 여성 버들, 홍주, 송화는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형태,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뭉클하게 펼쳐 보인다. 한 시대를 살아 낸 선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2020년 현재의 우리에게 소중한 편지처럼 가슴 아린 울림을 전해준다.

 

 

 

저자소개

이금이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이야기꾼 할머니와 라디오 연속극, 만화책 등과 함께하며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섭렵하듯 읽으며 작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는, 우리 어린이문학의 새로운 모색기였던 1980년대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1984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 1987년 계몽사아동문학상, 2007년 소천아동문학상, 2012년 윤석중문학상, 2015년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20년엔 작가의 업적 전반을 평가해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한국 후보로 공식 지명되었다.

 

 

 

목차

1917년, 어진말 / 거울 속 여자, 사진 속 남자 / 알로하, 포와 / 5월의 신부들 / 삶의 터전 / 떠나온 사람들 / 에와 묘지 / 소식 / 1919년 / 호놀룰루의 바람 / 떠도는 삶 / 윗동네, 아랫동네 / 와히아와의 무지개 / 판도라 상자 / 나의 엄마들

작가의 말
참고 자료

 

 

 

 

 

❥ 파도를 건너온 당신께 레이를


.갈등.

 

 백여 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는 사람들의 기억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이 책은 하와이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의 혼인을 위해 떠난 조선 사진신부들의 이야기로 막을 연다.

 

 

 

 홍주 말대로 둘 다 아무 데도 속해 있지 않은 게 도움이 됐다. p.315, 와히아와의 무지개 

 

 

 주인공인 버들을 보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버들은 조선과 하와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 조선에 남겨진 가족들 얼굴 한번 보러 가지 못했고, 하와이에서는 이민자라며 선을 긋는 바람에 차별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하와이에 거주하는 조선인들 사이에서도 독립의 파가 나뉘기 시작했다. 버들의 남편인 태완은 박용만 파였고, 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웃과 친구들은 이승만 파였다. 버들은 윗 교회와 아랫 교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버들은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이민자들은 거부당하고, 편견의 시선을 받는다. 사람들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상식 비상식, 옳고 그름의 문제 따위게 아님에도) 끊임없이 무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다. 결국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독립의 파가 나뉘어도 결국 독립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같은 것처럼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 사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계속해서 사람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어느 집단에 속하는 일부로 바라보는 시선, 진영과 편을 가르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백여 년 전 하와이에서 단 한치도 나아가지 못한다.


.연대.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 감히 가늠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조선에서 '조선물산장려 운동이 벌어지자 하와이의 부인들이 일본 물건 안 사기 운동을 펼'(327쪽)친 것처럼. 또, 먹는 것 아껴 돈을 보태고, 독립운동에 생애를 바친 사람들처럼 말이다. 개인에서 시작한 움직임이 세상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하나의 큰 파동이 되어 세계를 뒤흔드는 물결이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연대의 의미가 아닐까.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p.334, 와히아와의 무지개 

 

 

 이 책은 여성들의 연대가 잘 드러나는 책이다. 맞아서 울고 있는 송화에게 손을 내밀어준 버들, '우리끼리는 편 가르지 말고 살자'(292쪽)며 고립된 버들을 안아주는 홍주,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눈물 겨운 노력이 자연스레 '연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이 삶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름.

 

 사진신부들은 '나'를 지우며 살아갔다. 누군가의 부인으로, 엄마로, 혹은 타지의 이방인으로. 어디에도 속할 수도 없고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았다는 고립감을 마음 한편에 끌어안고 살았다. 화려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며 도착한 하와이에서 정반대의 삶이 닥쳐왔음에도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팔을 뻗는다. 게다가 자신의 삶이 그렇게 버거우면서도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선물하고 싶어 끊임없이 움직인다. 우리는 이 마음을 떠올려야 한다. 세대를 거쳐 갈수록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세상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 세상의 모든 버들과 펄이 '꿈꾸는 세상을 찾아 훨훨 날아'(395쪽)가는 미래를 만들어내겠다는 마음.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 어떤 가정에 속하고, 어떤 단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어떠한 수식어도 붙지 않은 진정한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우리는 버들, 홍주, 송화 이 여성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책에 적히지 못한 수많은 삶을 마음속에 담아야 한다. 그 누구도 '나'의 삶과 이름을 잊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무수한 파도를 건너며 제 이름을 지키기 위해 애쓴 당신께 레이Lei를 건넨다. 누구와도 이어진 그 사랑의 목걸이가 당신의 이름을 두 팔로 껴안을 수 있길, 그래서 당신의 삶에 사랑이 가득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 속 한 문장

 

레이의 끝과 끝처럼
세 명의 엄마와 나는 이어져 있다.
나는 또 어느 곳에 있든 하와이,
그리고 조선과도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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