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 :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Book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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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저자 알베르 카뮈(지은이), 김화영(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16.06.17

원제: Le Mythede Sisyphe (1942)


 

 

 

책 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권.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그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임을 밝힌다. 카뮈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 대한 열정이다.

 

 

 

저자소개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지은이) 
1913년 알제리의 몽도비(Mondovi, Dr?an)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포도 농장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대전 중에 사망한 뒤,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1918년에 공립초등학교에 들어가 뛰어난 교사 루이 제르맹의 가르침을 받았고, 이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알제 대학 철학과에 입학한다. 카뮈는 이 시기에 장 그르니에를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는다. 1934년 장 그르니에의 권유로 공산당에도 가입하지만 내적 갈등을 겪다 탈퇴한다. 1936년에 고등 교육 수료증을 받고 교수 자격 심사에 지원해 대학 교수로 살고자 했지만 결핵이 재발해 교수직을 포기했다. 이후 진보 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한다.
알베르 카뮈는 1942년에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같은 해에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발표하여 철학적 작가로 인정을 받았다. 또한 1944년에 극작가로서도 《오해》, 《칼리굴라》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47년에는 칠 년여를 매달린 끝에 탈고한 《페스트》를 출간해 즉각적인 선풍을 일으켰으며 이 작품으로 ‘비평가상’을 수상한다. 1951년 그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반항하는 인간》을 발표했다. 이 책은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동료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1957년에 카뮈는 마흔네 살의 젊은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이때의 수상연설문을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이끌어준 선생님에게 바쳤다. 삼 년 후인 1960년 겨울 가족과 함께 프로방스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후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던 중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로 숨졌다. 사고 당시 카뮈의 품에는 발표되지 않은 《최초의 인간》 원고가, 코트 주머니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전철 티켓이 있었다고 한다. 《이방인》 외에도 《표리》, 《결혼》, 《정의의 사람들》, 《행복한 죽음》, 《최초의 인간》 등을 집필했다.
수상 : 1957년 노벨문학상
김화영 (옮긴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 평론가, 불문학 번역가로 활동하며 팔봉 비평상, 인촌상을 받았고,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되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여름의 묘약』, 『문학 상상력의 연구』, 『행복의 충격』, 『바람을 담는 집』, 『한국 문학의 사생활』 등이, 옮긴 책으로 미셸 투르니에, 파트리크 모디아노, 로제 그르니에, 르 클레지오 등의 작품들과 『알베르 카뮈 전집』(전 20권), 『섬』, 『마담 보바리』, 『지상의 양식』, 『어린 왕자』,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등이 있다.

 

 

 

 

 

 

 

❥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부조리.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p.15, 부조리의 추론 : 부조리와 자살 

 

 

 책의 첫 문장은 마치 첫인상과 같다. 우리가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떤 말부터 꺼낼지 고민하는 것처럼, 작가들은 책의 인상을 결정할 첫 문장을 공들여 쓴다. 카뮈의 작품들은 유독 이 첫 문장이 주는 인상이 강하다. 《이방인》의 첫 문장 역시 책을 읽어 보지 않은 이들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은 앞으로 카뮈가 풀어나갈 이야기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순식간에 화두에 올리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카뮈는 앞서 던진 의문의 논의를 위해 먼저 부조리에 대해 설명한다. 옮긴이 김화영의 해설을 빌리자면 세계의 파열과 붕괴, 세계·타자·나의 낯섦, 시간의 인식, 죽음에 대한 의식이 바로 이 부조리에 속한다. 부조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에 나의 삶이 던져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카뮈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부조리로 가득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식은 회피하거나, 안주安住하거나, 버티는 것 세 가지로 나뉜다.


.회피.

 

 먼저, 부조리의 회피는 다시 한번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바로 희망과 자살이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부조리의 귀결로는 이르지 못한다. 첫째로 희망은 부조리의 본질에 위배된다. 부조리는 인간의 열망과 세계의 침묵의 양자 관계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희망은 이 양자 균형의 균열을 일으켜 본질을 사라지게 한다. 둘째로 자살은 부조리의 본질을 소멸시킨다.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거부'(84쪽)이다. 즉, 부조리는 삶과 동시에 끝나게 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귀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갈래 길의 끝에는 모두 소멸만이 있다. 말 그대로 회피인 것이다.

 

 

 다음으로 안주는 부조리한 세계에 맞대응하지 않고 '분수에 맞는 관념과 형상들의 집을 짓'(247쪽)는 행위이다. 이는 일종의 합리화로, 자기기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회피와 안주 모두 소멸과 자기기만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으며 바람직한 삶의 태도에서는 멀어진다.

 


.반항.

 

 이제 버티는 일을 살펴볼 차례다. 부조리의 세계에서 버티는 행위는 우리를 세 가지 귀결로 안내한다. 반항, 자유, 열정이 그것이다.

 

 

 첫 번째로 반항이다. 앞서 부조리는 인간의 열망과 세계의 침묵의 양자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카뮈는 책에서 이 두 항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보다 부조리한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필사적으로 열망하고 치열하게 호소할수록 세계의 무심함과 침묵은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현상에서 한가지 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부조리해질수록 우리는 자신을 더욱 또렷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반항은 인간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현존함'(84쪽)을 의식하게 하고, 그 '의식과 반항을 통해 운명에 대한 도전'이라는 '유일한 진실을 증언'(255쪽)하게 된다.

 

 

 첫 번째 귀결인 반항은 두 번째, 세 번째 귀결의 출발점이 된다. 반항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된 두 번째 귀결은 바로 자유다. 삶에 반항하다 보면 절대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을 마주친다. 바로 '죽음'이다. 사람은 모두 죽음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그것을 깨달은 자들은 '내일'이 없음을 깨닫고 '희망'을 가지지 않는 인간이 되어 오늘의 자유를 모두 누리기 위해 애쓴다. '모든 영광 중에서 가장 덜 거짓된 것은 스스로 체험하는 영광'(120쪽)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귀결은 열정이다. 반항과 자유의 태도를 가진 인간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리고 주어진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누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진'하기 위한 행위를 카뮈는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기력해 보이는 이 질문으로 시작한 책은 자유와 열정이라는 역설적인 답을 내놓았다. 즉 이 책은 "자살이 행복한 삶으로 역전되는 과정의 기술인 것이다."(247쪽) 내일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늘뿐이다. 희망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희망과 안주가 아닌 '반항'을 답으로 내놓은 카뮈의 논의가 절망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카뮈의 생각을 좇아 이 책을 읽어나간 사람이라면 이 선택과 생각이 가져오는 결과가 절망의 정반대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를 모르는 이들은 희망과 안주 뒤에 숨은 회피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반항 안에 굳세게 자리 잡고 있는 자유와 열정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인간은 왜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살하지 않는가.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카뮈가 던진 질문에 답해본다. '반항하기 위해서'라고. 지금을 똑바로 응시하기 위해서라고. 부조리가 두려워 눈을 감거나 뒤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명확히 바라보고 나아가기 위해 내 온 힘을 다하는 태도를 갖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삶의 결론이다. 나의 '삶, 반항, 자유를 최대한 많이 느낀다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며 최대한 많이 사는 것'(95쪽)이기 때문에.

 



 

 

책 속 한 문장

 

나는 나 자신에게
영원히 이방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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