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티카페 운영자(정연철) : 보듬어 주지 못한 상처의 비극을 끝내려면

Book 2021.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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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티카페 운영자

저자 정연철 | 출판 주니어김영사 | 발매 2020.07.23


 

 

 

책 소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4권. 한 반의 은따 사건에 비추어진 사춘기 아이들의 인간관계와 청소년 사이버 폭력 문제를 묘사한 작품이다. 편견과 적대심에 사로잡힌 청소년들이 각자의 잘못을 직시하고 풀어간다. 모두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평범한 십 대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인 ‘오사랑 안티카페’는 정원이 스무 명도 채 안 되지만 비방, 욕설, 허위 사실 유포, 초상권 침해 등 거의 모든 사이버 범죄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오사랑’을 흉볼 밑밥을 던지고, 거짓 정보인 걸 알면서도 반응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거들고, 동조 욕구로 또 다른 밑밥을 던진다.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오사랑을 겨냥하여 풀기도 한다. 이 모든 회원은 같은 반 아이들이다. 그리고 안티카페 운영자는 과거에 오사랑이 주도한 ‘학폭’의 피해자였다.

이 책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학교 폭력의 여러 모습을 다루어, 사이버 불링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제각각 악역의 모습을 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여러 입장을 살펴볼 수 있고, 주인공이 부정적인 행동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 내는 과정을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의 사적인 상황을 이해하며 미움의 간극을 좁힌다. 작가는 어느 한 명 미워할 수 없는 소설 속 아이들과 닮은 청소년들에게 푸른 날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소개

정연철
이야기나 시를 떠올리거나 짓는 시간이 좋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 《주병국 주방장》 《속상해서 그랬어!》 《만도슈퍼 불량 만두》 《받아쓰기 백 점 대작전》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엉터리 처방전》 《비교 마왕》, 동시집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 《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꽈배기 월드》, 그림책 《두근두근 집 보기 대작전》, 청소년소설 《마법의 꽃》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꼴값》 《나는 안티카페 운영자》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등이 있다

 

 

 

 

 

 

 

❥ 보듬어 주지 못한 상처의 비극을 끝내려면


.아이.

 

 10대를 소재로 만든 창작물들은 언제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환 감독의 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윤가은 감독의 영화인〈우리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서 방영한 〈인간수업〉 등 내가 여러 번 돌려 본 작품들은 모두 10대라는 키워드를 안고 있다. 20대인 내가 유일하게 거쳐온 구간이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른다. 온전하지 않은 나이에서 겪는 내적, 외적 갈등은 나에게 언제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김려령 작가의 〈우아한 거짓말〉,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등, 역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도 10대가 주인공인 청소년 소설이다. '오사랑'과 '진가인'이라는 두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로 은따, 왕따, 사이버 폭력 등의 학교 내 문제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풀어나간다.

 

 

 아이와 어른은 다를까? 우리는 모두 아이였던 시절을 거친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의 나는 크게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자라왔는데 19살에서 20살이 되는 순간 '성인'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많은 변화를 요구받는다. 이제 성인이니까, 이제 아이가 아니니까 등의 말로 순식간에 내가 속한 세계가 바뀐다. 열아홉의 마지막 밤에서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나에게 학교는 굉장히 치열하고 어려운 세계였다. 무리에 속하지 않은 아이를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리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은근히 따돌렸다. 갖가지 이유를 붙여 돌아가며 왕따를 시켰고, 다른 친구를 시켜 또 다른 친구에게 험담을 유도하는 경우도 몇몇 있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갔었는데, 그때의 놀라운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다 친할 수 있다고?', '이렇게 학교가 평화로울 수 있다고?' 누구 하나에게 내색하지 못했지만 속으로 떠오르는 감탄 섞인 의문들을 삼켰다. 신기했다. 열다섯 이전의 나에게 학교는 전쟁터였으니까.

 


.다름.

 

 오사랑을 괴롭히는데 주축이 되는 진가인은 사실, 오사랑에 의한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피해자로서 겪은 분노가 시간이 지나 곪으면서 증오와 혐오로 바뀌고, 또 다른 가해자를 낳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모두 가해자였고, 피해자였고, 방관자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 중요한 사실을 '어린 날의 무엇' 안에 가두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는 나무의 옹이처럼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웬만한 상처와 모진 말에도 '그럴 수도 있다'며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어린 날의 상처는 불현듯 떠올라 나를 괴롭히곤 한다. 나를 보호할 방법을 몰랐던 시기에 받은 상처는 치유하기가 어렵다.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상처들의 근원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다름'이라는 단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조금 이해하고,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는 것만으로도 겪지 않았을 일들이 많았다. 우리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어린 날의 상처와 실수를 지금으로 가져와 보듬어주고 사과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과 친하게 즐겁게 지내라는 뜻이 아니다. 그저 서로 인간적인 배려를 행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유지하는 그런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상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건 얼마나 아픈 일인가. 악성 댓글로 연예인들이 목숨을 끊고, 끝없이 이어지는 학교폭력에 아이들이 옥상으로 올라가 눈물을 흘린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뉴스 기사를 보다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부고가 들려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은 하던 일도 멈추고 멍해진다. 죽음은 만연한데 무뎌지기는 정말 어렵고, 아마 평생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슬퍼진다.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이유가 없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심지어는 재미있어서 그랬다는 사람도 있다. 제 이기심이 누군가의 목숨을 쥐고 흔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는 것이 확실하다.

 

 

 자꾸 누가 죽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에 의해 사람이 죽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데, 자꾸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죽게 만든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인정의 태도와 진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상처를 받은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를 원할 뿐이다. 상처에 주저앉는 게 아니라 정당한 사과를 받고,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을 원한다. 일부러 누군가를 상처 내려고 기를 쓰지 않고, 상처받은 자가 혼자 남겨져 눈물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듬어 주지 못한 상처 때문에 쓸쓸한 죽음을 맞는 비극이 막을 내렸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향을 못 잡아 헤매더라도' 계속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진심이 모이고 모인다면, 누군가 이상理想이라며 비웃던 그 세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 속 한 문장

 

나랑 맞지 않는다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오만한 처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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