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김려령) : 당신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Book 202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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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저자 김려령 | 출판 창비 | 발매 2009.11.20


 

 

 

책 소개

2008년, 출판계에 성장소설 붐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된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새로운 청소년 소설. 촌철살인의 문장과 날카로운 재치가 돋보이는 ‘김려령표’ 문체는 여전하지만, 인간관계와 심리를 깊숙이 파고든 작품의 메시지가 새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야기는 평범하게만 보이던 열네 살 소녀 천지가 자살하는 사건에서 시작한다. 천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 만지는 동생이 남긴 흔적을 좇으며 퍼즐을 맞추어가고, 가슴 아픈 진실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천지와 가까웠던 친구 화연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고, 천지가 사랑했던 가족들은 이러한 천지의 고민을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천지가 자신이 미워했고 사랑했던 이들에게 용서의 편지를 남긴 것을 발견하면서 만지는 화연을 감싸안게 된다.

 

 

 

저자소개

김려령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마해송문학상,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2012년 『우아한 거짓말』이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작품으로 동화 『기억을 가져온 아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요란요란 푸른아파트』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소설 『가시고백』 『샹들리에』 『너를 봤어』 『트렁크』 『일주일』 등이 있다.

 

 

 

목차

009 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036 우박 섞인 비
071 키 큰 피에로
095 아픈 영혼
115 다섯 개의 봉인 실
152 그렇게 사는 거야
173 방향 읽은 용서
205 우아한 거짓말

226 작가의 말

 

 

 

 

 

❥ 당신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실타래.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이 책은 서점에서 마주쳐 꼭 읽어봐야겠다 다짐한 <두 번째 엔딩>을 읽기 위해 구매하게 되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영화로는 많이 접했지만 글로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중학생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천지의 언니인 만지가 동생의 흔적을 따라 진실을 밝혀나가는 이야기이다.

 

 

 

 용서하지 못하고 가서, 미안합니다. 이제, 가야겠습니다. p.101, 아픈 영혼 

 

 

 만지를 따라 천지의 시간을 훑다 보면 읽는 내내 소름이 돋고 마음이 아파 먹먹해지기도 한다. 한 아이의 죽음에 얽힌 수많은 일을 보고 있으면 그 근원을 찾을 수 없어 막막해진다. 어디서부터 엉켰는지 알 수 없는 실타래들이 내 목을 죄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용서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누구보다 용서한다는 말을 뱉고 싶었을 천지의 손을 잡고 싶어진다. 오늘도 누군가는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려 기를 쓰다가 결국 포기하지는 않았을까. 엉망이 된 실타래를 내려다보고는 좌절하며 울고 있진 않을까. 그 손을 내가 잡을 수 있을까.

 

 


.학교.

 

 학교는 세계와 같다. 학교에서 맺어진 인간관계가 학교 밖의 울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친구를 사귀고,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끝없이 눈치를 본다.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리에서 낙오되는 과정은 곧 학교폭력으로 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라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은밀한 곳이 아닌 다른 친구들이 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상도 못 할 모멸감과 굴욕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파티에 일부러 늦게 초대한 화연, 늦게 도착한 보신각에서 혼자 짜장면을 먹던 천지. 조용한 그 공간에서 자신을 제외한 친구들의 메신저 알림음과 타자 소리, 웃음소리를 듣고 있을 천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무엇보다 천지가 그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태연하게 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경험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사이버폭력과 집단따돌림의 비중이 예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¹ 얼굴도 모르는 친구를 단체채팅방에 초대해 괴롭히거나 메신저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등 학교폭력 범죄는 더 다양하고 교묘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천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함께.

 

 그들을 제일 먼저 용서해야 할 사람은 나여야 했습니다. p.213, 우아한 거짓말 

 

 

 이 책은 모든 아이를 끌어 안는다는 점에서 잊히지 않는다. 응당 가해자라고 하면 정당한 처벌을 받고, 죄에 걸맞는 응징을 당하는 결론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지가 화연을 감싸 안음으로 인해 또 천지가 남긴 편지를 통해 화연은 용서받는다. 이 장면은 또 다른 질문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학교폭력이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일까?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것을 묵인하는 가정과 사회의 책임도 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 이것을 이 책에 빗대어 다시 말해보자면, 아이 하나가 고통에 빠져 죽음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는 개인과 더불어 사회 전체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늘 나를 따라다니는 검은 그림자가, 내일은 검은 바다가 되어 나를 삼켜버릴 것이라는 걸. 그래서 미리 가려고 합니다. 당신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p.213, 우아한 거짓말 

 

 

 당신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이 '당신'에 얼마나 수많은 얼굴이 숨어 있을지 가늠해보려 눈을 감는다. 김화연, 곽미라. 두 얼굴이 떠오르지만 내가 얻고 싶은 답은 단순히 가해자의 이름이 아니다.

 

 나는 천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차례다. 천지에게 필요한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결코 큰 것이 아니다. 다정한 인사, 진심 어린 걱정, 조심스레 내민 손, 김려령 작가를 끈질기게 붙잡던 "잘 지내니?" 같은 안부. 그런 것들이 엉킨 실타래를 풀고 우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낼 수 있다.

 

 이 책을 덮은 나는 천지의 아픈 마지막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김려령 작가의 말을 빌려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1) ‘비대면 학교’ 1년, 학폭 줄었지만 사이버폭력·집단따돌림 비중은 늘어, 최원형 기자, 한겨레, 2021,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79756.html#csidxf40819a501035e59ba46b13fb88fc38 



 

 

책 속 한 문장

 

당신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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