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윤이형) : 연대, 재생산되는 차별을 막고 함께 나아가기

Book 202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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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저자 윤이형 | 출판 작가정신 | 발매 2020.01.14


 

 

 

책 소개

제5회, 제6회 젊은작가상, 제5회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이형의 신작소설이다. 리얼리즘과 SF·판타지 등을 오가는 개성적인 서사로 주목받은 윤이형은 2007년 첫 번째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를 펴낸 이래,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내는 등 꾸준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붕대 감기』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묘파하며 작가가 현재 몰두하는 ‘여성 서사’라는 화두를 가장 적실하게 그려 보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소설에서는 계층, 학력, 나이, 직업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였던 친구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미용사 지현, 영화 홍보기획사에 다니는 워킹맘이자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 서균을 둔 은정, 그런 서균과 한반인 딸 율아의 엄마 진경, 진경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기획자인 세연 등 바톤터치를 하듯 연결되는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자리한 우리 사회의 환부에까지 가 닿는다.

 

 

 

저자소개

윤이형
2005년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4년, 2015년 젊은작가상, 2015년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작은마음동호회』, 중편소설 『개인적 기억』, 청소년소설 『졸업』, 로맨스소설 『설랑』 등이 있다.

 

 

 

 

 

 

 

❥ 연대, 재생산되는 차별을 막고 함께 나아가기


.페미니즘.

 

 내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적이 얼마나 있을까. 다양한 여성의 개별적인 서사를 연쇄적으로 풀어내는 이 책은 내 주변과 이 사회에 자리한 여성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더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제안한다.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노력을 살펴보며, 나는 과연 어떤 상처를 주고받았는지, 어떤 위로와 응원을 건네왔었는지 돌이켜본다.

 

 

 우리나라에 '페미니즘'이 대두한 이래로 '탈코르셋 운동'이 급속도로 퍼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장품을 부수고 자른 머리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 해시태그 게시글이 물밀듯 쏟아졌다. 탈코르셋 운동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상에 벗어남으로써 마음의 해방을 주는 더 큰 범위의 운동이다. 그 외에도 불법 촬영 근절, 낙태죄 시위가 꾸준히 개최되는 등, 사회를 바꾸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 긍정적인 의도의 운동 아래,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소외 당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굴복한 여성이라며 배제했고,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하는 여성들은 '그 쉬운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운동에 편승하려는 이기적인 여성' 취급을 받으며 여성 운동의 대척자 취급을 받았다. 특히 책 속의 지현처럼 미용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더욱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여성.

 

 이 책은 여성들이 여성 연대와 집단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한다. 차별의 격차를 줄이고자 모인 여성들이 앞선 이유로 또 다른 차별을 생산해내는 이 모순적인 상황은 결국 소외된 자들이 연대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리게 만든다. 누가 화장을 했고 안 했고, 치마를 입었고 안 입었고, 남자친구가 있고 없고의 분류는 운동의 근본적인 의미를 지운다. 우리에게는 불법 촬영물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의 고리를 끊고, 데이트 폭력 등으로 죽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이분법이 낳는 또 다른 차별을 멈추고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이분법은 또 다른 모순을 낳는다. 바로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성'(이하 여성성이라 함)이라는 성질 자체를 부정하고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즘이 여성성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평등의 의미가 약화 된다. "페미니스트는 투블럭 커트 헤어스타일을 하고, 핑크와 액세서리를 혐오하며 "분노로 불타는 불주먹"을 가진, 강철 같은 심장의 소유자들이어야 하는가? 페미니스트는 매사에 일관적이고 논리정연해야 하는가? 상냥하게 미소 짓는 페미니스트, 외모 가꾸기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페미니스트는 존재하지 않는가?" '모든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누구든 페미니스트로 받아들일 준비'가 먼저 필요하다. 우리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

 

결국 우리는 사람 안에 묶여 있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세상을 나누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가끔은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연대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내가 맞고 너는 틀렸다' 식의 논의는 이제 막을 내릴 때가 왔다. 누구나 틀릴 수 있고, 누구나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한발 한발 같이 내딛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이 세상의 평등을 꿈꾼다. 하지만 그 평등이 누군가를 배제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차별을 낳는 이름뿐인 평등이며, 본질과는 멀어질 뿐이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평등이 아니다.

 

 

 '평등'이라는 그 단어에 가까이 가기가 너무나 어렵다. 아직도 일상적인 소외를 포함해 사회에서 배제되고 고립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다친 사람에게 밧줄을 던져주는 것만으로 '균등한 기회'를 제공했다며 불평등이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너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는 인고와 희생, 분노와 눈물이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분명히 행복도 있을 것이다. 연대가 주는 따뜻함과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런 것들이 합쳐져 많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선물하고자 하는 의지를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임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예기치 않은 고통과 좌절을 안겨준다고 하더라도 계속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괜찮아지기를, 더 힘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붕대 감기 인물관계도



 

 

책 속 한 문장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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