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박서련) : 저기 숨 쉬는 사람이 있다

Book 2021.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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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저자 박서련 | 출판 한겨레출판 | 발매 2018.07.18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책 소개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장강명의 <표백> 등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의 스물세 번째 수상작.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 소설이다.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심사 당시 "거침없이 나아가되 쓸데없이 비장하지 않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으나 자기 연민이나 감상에 젖지 않는 이 인물을 통해 우리는 전혀 다른 여성 서사를 만난다"(평론가 서영인), "이렇게 근사한 소설, 참으로 오랜만이다"(소설가 한창훈), "놀라운 생동감으로 역사의 책갈피 깊숙이 숨어 있는 아름다운 인간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든다"(작가 정여울) 등 심사위원들의 강렬한 지지를 받으며 205편의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작가가 구사하는 간도 사투리의 말맛은 '새터민일 것이다', '나이 지긋한 기성 작가일 것이다'라는 추측과 함께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수상자 박서련은 2015년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신인으로, <체공녀 강주룡>은 그가 처음 완성한 장편이자 첫 책이다. 작가는 새롭고도 단단한 상상의 힘으로 미처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역사 속 인물 '강주룡'을 지금의 우리 곁으로 소환한다.

 

 

 

저자소개

박서련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이 있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 플랫폼 던전의 운영자이다.

 

 

 

 

 

 

 

❥ 저기 숨 쉬는 사람이 있다


.선택.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급여와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 그들은 싸웠다. 《체공녀 강주룡》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실존 인물 '강주룡'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노동자였던 그녀는 을밀대 지붕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이는 사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박서련 작가가 그려낸 강주룡의 삶은 내 뇌리에 박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강주룡은 크게 두 가지 운동에 참여한다. 독립운동과 노동운동이다. 이 운동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는, 타인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독립운동은 자신의 남편인 최전빈을 따라나서면서, 노동 운동은 같은 노동자였던 '삼이'를 위해 조합에 가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두 번째 공통점은 과정에 있다. 시작은 타인에 의했을지 몰라도 강주룡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투했다. 그녀는 기꺼이 목숨을 내주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승리를 향해 나아간다.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이라는 다짐과 '총파업 승리를 믿는다'는 결연함,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도 '다음이 있다'며 다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우리는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동지.

 

 경제력, 권력, 성별, 나이 등은 절대 어떤 일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력이나 권력이 없어서, 특정 성별과 나이이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하고,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강주룡은 여성이기 때문에 독립운동에서 '부엌데기' 취급을 받았으며, 최선을 다해 임무에 참여했음에도 희롱을 들어야 했다. 또 강주룡은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일하는 공장에서 공장주에게 얻어맞고, 꿈을 짓밟히는 그 순간에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 있을 뿐이야. 그냥 사람들 말이지."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며 자꾸 편을 가르는 현실이 애석하기만 하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형성' 된다고 말했다.¹ 우리는 '타인' 없이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서로에게 기대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연대에서 오는 따뜻함이 정말로 필요하다. 나는 절대 이상주의자가 아니며 앞선 주장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우리가 반드시 전 생애를 걸쳐 이루어내야 할 세상의 모습이다.

 


.오늘.

 

 강주룡이 노동 운동을 펼친 것은 1931년이다. 억울함과 분노,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이고 을밀대 지붕으로 올라가 "여성 해방, 노동 해방"을 외치던 강주룡의 투쟁에서 90년이 지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처참하다. 제대로 된 휴게 공간도 마련되지 않은 병원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겨우 10분을 쉬고 일을 한다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마스크를 지급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² 펜데믹 동안 240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직원들의 병가조차 허용하지 않은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의 사례는 눈에만 보이지 않는 신분제의 존재를 입증하는 듯하다.³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을 자꾸 지붕 위로 떠밀고, 그들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단순 노동자의 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비교적 '가지지 못한 자'들의 일상에서 만연하게 벌어진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들은 '싸우고 싶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감수하고 목숨을 거는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사실은 두려워서 죽을 것'같고 '그 누구보다도 더 살고 싶어서 활활 불타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강주룡의 이름과 더불어 이 을밀대 지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지붕 위에서 숨 쉬고,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을밀대 지붕을 떠올린다. 그 위에 앉은 강주룡의 뒤로 오늘날의 수많은 사람의 울부짖음이 들린다. 그들을 위해서 나는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저기 사람이 있다'고, 누구보다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숨 쉬는 사람이 있다고.

 


출처

1) 청소노동자 유족에 사과 못 한다던 서울대, 고개 숙였다, 곽혜진, 서울신문, 2021,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802500127&wlog_tag3=naver 

2) 더 케어 컬렉티브. 「돌봄 선언」, 정소영, 니케북스, 2021, E-book

3) 위와 동일.



 

 

책 속 한 문장

 

지붕 위에서 잠든 그 여자를 향해
누군가가 외친다.
저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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