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서머싯 몸) :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Book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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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저자 서머싯 몸(지은이), 송무(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00.06.20

원제: The Moon and Sixpence (1919)


 

 

 

 

>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6펜스.

 

 <달과 6펜스>는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p.310 

 

  이 책에서 달의 세계와 6펜스의 세계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삶을 통해 두 세계를 독자에게 펼쳐 보인다. 둘 다 동그랗고 빛나는 물체라는 점이 굉장히 닮았다. 하지만 두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옮긴이의 말을 빌려 설명하자면 달빛은 영혼을 설레게 하며 삶의 비밀에 이르는 신비로운 통로로 사람을 유혹하고, 마음속 깊은 곳의 어두운 욕망을 건드려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와 반대로 6펜스는 차갑고 냉소적이다. 세속적이고 상업적이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이 두 세계를 넘나들면서 이 책은 전개된다.

 

 

 이 소설은 <6펜스>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그곳의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p.313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돈과 관련되지 않은 답을 내놓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 좋은 차를 사고 원하는 걸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삶. 우리는 그것을 이상적인 삶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러한 목표들이 가득 찬 현실을 부술 수 있을까? 6펜스의 세계에서 과연 부의 축적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6펜스의 세계를 부숴본 적이 있는가 자문한다. 당연한 것들에 대해 의심해본 적 있는가. 나는 정말 행복한가.


..

 

 변화를, 그리고 미지의 세계가 주는 흥분을 체험할 수만 있다면 험한 암초와 무서운 여울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p.3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바로 6펜스의 세계를 부수고 달의 세계로 탈출한 사람이다.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삶을 모두 내던지고 자신만의 세계로 떠난 사람. 6펜스 세계에 남겨진 사람들은 그것을 '도망'이라고 부르지만, 그에게는 '탈출'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영원한 욕망인 이 탈출과 해방의 욕망이 영혼의 세계를 추구하는 천재의 신비한 개성과 치열한 삶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것이다. p.320 

 

  나는 탈출한 경험이 있을까. 지난 경험을 돌아보면 아주 작은 탈출은 내게도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하루를 지새운 경험, 시간도 못 보고 글을 쓰다가 어두워진 바깥을 뒤늦게 발견한 경험. 스트릭랜드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포기해 본 경험은 없지만, 몰두해본 경험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내 작은 세상에서의 내 나름대로의 탈출, 짧지만 행복한 경험들 같은 것 말이다.

 


.균형.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p.75 

 

  하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6펜스의 세계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둘 중 하나를 빼놓고는 나머지 한 세계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전이 앞면, 뒷면을 가졌어도 결국 하나의 동전인 것처럼 달의 세계와 6펜스의 세계도 결국 하나의 세계인 것이다. 어떤 세계에서 살 것인가는 이제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내가 고민할 것은 어떻게 이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거부하는 세계의 기준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은 파렴치하기 대문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양심의 기준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세상 윤리를 부인한다기보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윤리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314 

 

  스트릭랜드는 상식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 읽는 내내 그의 행동에 의문이 들고, 심지어 화가 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불쾌함의 정도가 내가 얼마나 6펜스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었는지를 반증하는 것 같다(물론 여전히 도덕적으로 이해하고 싶지 않은 행동들도 있다). 6펜스의 세계의 사람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달의 세계에 기준을 맞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냉담한 얼굴을 비추었는가. 이제는 그 균형을 잡을 때이다. 완전히 6펜스의 세계를 등진 채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내가 가진 달의 세계를 잘 살아내고 싶다. 그 중심에 대해 고민하는 일. 그것이 이제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책 속 한 문장

 

난 사랑 같은 건 원치 않아.
그럴 시간이 없소.
그건 약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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