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 : 구원은 멀리 있지 않다
Book 2021. 6. 17.
약간의 거리를 둔다
저자 소노 아야코(지은이), 김욱(옮긴이) | 출판 책읽는고양이 | 발매 2016.10.20
원제 人間の分際 (2015)
책 소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한 일본의 소설가 소노아야코의 에세이로, 원저인 <인간의 분수>는 출간되자마자 종합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객관적 행복을 좇느라 지쳐버린 영혼을 위로하고, 나 자신을 속박해온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나답게 사는 삶'으로 가볍게 터닝할 수 있도록 이끈다.
아무리 다가가도 만질 수 없는 무지개처럼 우리가 좇는 행복은 매번 다다를 수 없어 절망감을 맛보게 한다. 허나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면 100전 100패 하는 게 당연하다.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남들이 말하는 행복에 나 자신을 꿰맞추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반복되는 절망이 더욱 견고해지기 전에 대대적인 탈출을 시도하라는 듯 마음을 부추긴다.
소노 아야코 특유의 쉽고도 가슴에 와닿는 표현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만만하다. 정말 맞는 말이라 무릎치게 만드는 조언들은 소소하지만 중요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감히 뒤집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들이기에 신선하다.
저자소개
소노 아야코 (會野綾子) (지은이)
소설가.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불화로 이혼에 이른 부모 밑에서 자란 외동딸의 기억에 단란한 가정은 없었다. 게다가 선천적인 고도근시를 앓았기에 작품을 통해 표현된 어린시절은 늘 어둡고 폐쇄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조리는 소설가로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소설가에 대한 편견이 심하던 시대였으나 반골 기질인 소노 아야코는 망설임 없이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김욱 (옮긴이)
작가.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인생 후반부에 인문, 사회,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탐독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는 삶을 살았다. 지은 책으로는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삶의 끝이 오니 보이는 것들』『상처의 인문학』『폭주 노년』『친애하는 청춘에게』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약간의 거리를 둔다』『지적 생활의 즐거움』『메이난 제작소 이야기』『여행하는 나무』『지로 이야기』『동양 기행』『황천의 개』『노던 라이츠』『푸른 묘점』『나이듦의 지혜』『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등이 있다.
목차
1부 나답게가 중요해
2부 고통은 뒤집어볼 일
3부 타인의 오해
4부 보통의 행복
❥ 구원은 멀리 있지 않다
.여유.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수용했다는 너그러움이다. 그들은 현실로부터 도망치지도, 몸을 숨기지도 않는다. 2부 고통은 뒤집어볼 일 :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
몇 번이고, 몇십번이고 얘기하지만 나는 여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여유야말로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치이다. 외로움의 반대말이 없는 것 같다는 아이유의 말을 접한 뒤로, 마음에 드는 단어가 생기면 그 반대말을 떠올려보는 게 습관이 됐다. 그렇게 결론 내린 여유의 반댓말은 조급함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 본질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운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큼직큼직한 사건들은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작은 일들에는 끝없이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죽음 직전에 다시 살아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2부 고통은 뒤집어볼 일 : 인생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주어진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 속에는 어떠한 자기합리화나 왜곡이 없어야 하므로 더 어렵다.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이런 모습이다. 내가 꿈꾸는 어른의 모습에 언제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매일 한다.
.타인.
거부당하고 미움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때로는 사랑받고 구원받으며 칭찬받았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있다. 3부 타인의 오해 : 타인의 역할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나라고 굳건히 믿어왔지만 요즘 들어 그 생각이 깨지고 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독립성은 여유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버텨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사실 나는 타인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크기의 구원을,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이제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걸 안다.
사실,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남이 나에게 의지하는 것은 괜찮으면서 나의 경우에는 용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앞선 깨달음과 마찬가지로 나는 언제나 타인에게 의지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민을 털어놓고 엉엉 울어야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의지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타인 속에 섞여 살 것이다. 그 속에 잘 섞여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구원.
모른다. 내겐 노력이 꼭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 기막힌 현실이 구원이다. 4부 보통의 행복 : 불분명하므로 부드럽다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고, 절망에 갇힌 순간들이 있었다. 또 반대로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행운이 내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경험도 있다. 이뤄내고 싶어 온 힘 다해 노력했지만 결국 손에 잡히지 않은 꿈들도 있다. 이처럼 짧은 인생의 경험으로도 노력과 결과가 실과 바늘처럼 이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망도 했었고, 납득하지 못해 괴로워도 했었다. 하지만 왜 저자가 이러한 현실을 두고 '구원'이라고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운명은 매우 중요한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 나 역시 노력으로 운명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라지만 그에 못잖게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나는 이 두 가지 믿음을 모순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4부 보통의 행복 : 불분명하므로 부드럽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루지 못해 아쉬웠던 것들보다는 내가 했던 노력이 더 기억에 남는다. 또, 내게 찾아와 나를 뒤흔들었던 행운들이 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답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선택지에서 발견한 새로운 길, 막막한 현실에 손 내밀어주었던 사람들. 모든 것들을 세세히 적을 수 없겠지만 당장 앉은 자리에서만 해도 많은 일과 이름이 떠오른다. 나는 이러한 행운들을 잘 안고 살아가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 찾아온 행운을 충분히 즐기되, 그 행운이 나에게 오기 전까지 거쳐온 수많은 사람의 흔적을 잊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 이 행운 가득한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원에 대해 떠올린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는 구원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완전히 틀렸다. 나는 스스로를 구원하고, 타인에 의해 구원받아 미완성이지만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의 굴곡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나에게 되돌려 준 것도 많다. 이 말을 조금의 거짓도 없이 적어 내리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소리 내어 읽으면 목이 메는 문장들을 진솔히 적을 수 있다는 것. 현실을 부정하고, 내 아픔을 외면하던 과거들과 그 시간을 거쳐 조금은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거창할 것 없이, 그 모든 시간 속의 내가 나에게는 구원이다.
책 속 한 문장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우리는 배운다.
그것을 배우지 못한 인간만이
운명에 패배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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