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정세랑) : 당신으로부터 뻗어나갈 이야기
Book 2021. 1. 31.
시선으로부터,
작가 정세랑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20.06.05
책 소개
출판계에서 2020년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문학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시선으로부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시선으로부터,>는 예악판매 기간 중 종합 베스트셀러 1위(알라딘)에 올랐으며 출간 즉시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문학사에 남을 독창적인 인물 심시선 여사를 통해 모계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문화계 전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소설 속 한 문장이 특정 사건과 관련하여 KBS 뉴스에 인용되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함으로써, 현실을 대변하는 또다른 언어로서의 문학 작품의 파급력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이경미 감독이 연출하고 정유미, 남주혁 배우가 주연한 넷플릭스의 화제작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자이자 각본가로도 바쁜 한 해를 보낸 정세랑 작가는, <시선으로부터,>가 각종 조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현재 대중과 문학계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작가임을 증명했다.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는 다소 엉뚱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시선으로부터,>는, 현대사의 비극과 이 시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세계의 부조리를 관통하며 나아간다. 미술가이자 작가이며 시대를 앞서간 어른이었던 심시선. 그녀가 두 번의 결혼으로 만들어낸 이 독특한 가계의 구성원들은 하와이에서 그녀를 기리며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나간다.
정세랑이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시선으로부터,>는 한 시대의 여성들에 대한 올곧고 따스한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작품이다. 데뷔 10년,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내면서도 우리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그가, 사랑스러운 소설을 쓰는 작가에서 이제는 사랑을 행사하는 작가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저자소개
정세랑(지은이)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수상: 2017년 한국일보문하강, 2013년 창비장편소설상
목차
009 시선으로부터,
333 작가의 말
❥ 당신으로부터 뻗어나갈 이야기
.보물찾기.
소설을 쓰면 쓸수록 나는 열심히 숨기고, 독자분들은 가끔 내가 숨기지 않은 것도 발견해가시는 것 같다. 변함없이 즐거운 보물찾기다. p.334, 작가의 말
정세랑 작가는 소설로 소통하는 과정이 즐거운 보물찾기라고 말했다. 보물찾기라는 단어는 책 <시선으로부터,>의 모든 내용을 관통한다. 주인공들은 시선으로부터 시작해 다양한 삶의 의미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시선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은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되었다.
하와이에서 주인공들은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된다. 박지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체이스를 따라 동물 구조에 나서게 되었으며, 정규림은 산호정원사라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우윤은 도전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다. 책 속 주인공들은 그들만의 보물찾기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독서,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같이 많이 읽는 애는 언젠가 쓰게 된다. p.23, 3장
'읽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책 속에는 위와 같은 문장들이 나온다. 읽으면 쓰게 된다고. 그렇다면 쓰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의 문장이더라도 읽는 사람, 상황, 관점에 따라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독자는 작가가 숨기지 않은 의미까지도 열심히 찾아내곤 한다. 같은 글 속에서도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좇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자가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들도 있다.
독서는 이런 부분 덕분에 굉장히 유의미한 활동이다. 읽고, 생각하고, 써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독서는 보물찾기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나도 책 속 이들처럼 나만의 보물찾기를 통하여 한층 더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
.여성 예술가.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p.334, 작가의 말
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 디올 패션쇼에서 선보인 옷에 적힌 문구이다. 왜 훌륭한 여성 예술가는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는 여성 예술가의 이름을 몇 명이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피카소, 고흐. 베토벤, 모차르트. 이 수많은 예술가에 대적할만한 여성의 이름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아이가 아팠고, 돈이 급했다는 흔해 빠진 이유로 저 특별한 여자를 주저앉힌 것이 세상인지 자신인지 헷갈렸다. p.90, 10장
그래도 이전에 비해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세랑 작가는 심시선을 통하여 과거의 여성 예술가가 악착같이 살아남았다면 벌어졌을 일들을 그렸다. 이 책은 마티아스 마우어와 같은 사람들에게 인권 유린, 목숨의 위협까지 받은 심시선이 '생존'하여 남긴 발자취를 좇는다.
가수 제아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며 걱정해요. 그럴수록 제가 ‘다 해먹을 거야!’라면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dongA.com 유지혜 기자 인터뷰 바로가기) 어떨 때는 수많은 말과 위로보다 누군가 이미 이기고 버텨낸 것을 지켜보는 게 더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나도 심시선처럼 또, 생존한 수많은 이들처럼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용기가 되고 싶다.
.함께의 가치.
이십 년 후에 스스로도 놀랄 다음 단계를 맞닥뜨리게 되면 오늘 이날을 떠올려주십시오. 제 어설픈 말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있는 동료들을 기억하고 성취를 서로 알아봐주십시오. 불꽃놀이 같은 기쁨을 느끼십시오. p.229, 23장
피프티피플, 보건교사 안은영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작가의 책을 세 권 째 읽어내면서 끝없이 감탄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납득시키고 짜임새 있게 구성한다는 점은 정세랑 작가의 특장임이 분명하다. 실제 있는 이야기도 이렇게 쓰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그녀의 책 속 등장인물들은 오랫동안 독자들 곁에서 살아 숨 쉰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과 홍인표가 젤리를 무찌르고 있을 것만 같고, 《피프티피플》의 소현재가 당장이라도 공기의 질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심시선과 시선으로부터 뻗어 나온 이 인물들이 또 내 삶의 한 조각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 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p.299, 29장
보통은 주된 캐릭터 한 두 명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읽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라는 책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들이 기술의 발달로 점점 고립되고 '자폐' 성향을 띠게 되면서 비현실적인 콘텐츠, 사람이 등장하더라도 소수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반면에 정세랑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와 '함께'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끝없이 '우리'를 외치는 그녀 덕분에 나도 '함께'의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시선으로부터,》는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다. 시선으로부터 뻗어나간 이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또, 자신만의 뿌리를 가지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상한 용기가 솟았다. 그들처럼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고, 나로부터 많은 것들이 뻗어나갈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책으로 얻은 용기를 통해, 나만의 뿌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시선으로부터, 인물관계도
<심시선 작품 정리>
숫자는 책 속 장을 의미
1978 『월간불교XX』, 작가의 경전 9
1984 『원예와 XX』 5
1986 『코넬리우스 거리에서』 15
1988 『잊은 것에 대해 묻지 마시오』 2
1989 『심시선이 읽어주는 하와이 신화』 10
1993 『잃은 것들과 얻은 것들』 14 29
1994 『심시선 일기 1994년 여름』 20
1997 『나의 말은 그렇게 돌아왔고』 18
1991 『이제는 지나온 갈림길』 8
2000 『사랑은 아무 관련이 없었다』 12 30
2002 『어쩌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 6 11 13 16 24 28
<작품 외 활동>
1981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의 밤> 녹취록 17
1984 한국XXXX부모연합 초청 강연 22
1995 XX미술학부 졸업 축사 녹화본 23
1996 XX 예술대학 특별 초청 강연 4
1998 『광고XX』 「나의 사랑, 나의 동료 홍낙환의 3주기를 기리며」 25
1999 TV 토론 <21세기를 예상하다> 1
2001 『여성XX』 21
2003 『여성XX』 주최 다과회 녹취록 3
2004 XXX라디오 짧은 코너 <작가가 보내온 엽서> 27
2005 <명사와 함께하는 저녁> 31
<심시선 관련 프로그램 및 글>
2009 『미술X』, 해외단신 7
2016 『그때 나를 구한 한마디』 「화가 황민하가 기억하는 심시선」 26
2017 특별기획 <모녀> 미편집본 19
여담
1. 인물관계도와 작품 목록을 정리하면서 쾌감을 느꼈다. 심시선은 내 세계에서 이미 실존하는 사람 같았다.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고 등장인물들에게 정말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이 굉장히 존경스럽다.
2.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은 읽는 중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읽은 후 주어지는 시간이 더 재미있는 작품 같다.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의 미래를 그려보면서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3. 내가 쓴 서평 중 가장 열심히 쓰고, 가장 오랜 시간 썼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고치고 고쳤다. (그래도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든다. 더 잘 쓰고 싶다. 나중에 글을 더 잘쓰게 되었을 때 한 번 더 읽고, 서평을 남길 것.)
책 속 한 문장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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