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정세랑) : 일상 속의 영웅들
Book 2020. 12. 13.
보건교사 안은영
저자 정세랑 | 출판 민음사 | 발매 2015.12.07
> 일상 속의 영웅들
.친절.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벌어지는 일도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나쁜 일만큼 좋은 일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을까? 나는 친절한 사람이 좋다. 나도 친절해지려고 노력하지만 그 벽을 넘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천성이 친절한 사람들에게 존경심까지 느끼게 된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p.123, 원어민 교사 매켄지
우리는 선한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착한 사람들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웃고 있으며,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어줄 것만 같은 이상한 고정관념 말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속 안은영은 화가 나면 화를 낸다(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그녀의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들을 수 있다). 나쁜 사람들이 등장하면 그들을 온 힘 다해 미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녀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선하다고 해서 무조건 호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 정의를 실현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에게 손뼉 칠 필요가 있다.
.영웅.
일상 생활 속에서 '영웅'이라는 단어는 괜히 멀게만 느껴진다. 영웅을 떠올리면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적어도 한 가지의 초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영웅은 우리 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항상 존재해 왔다. 나의 경우에는 나를 항상 사랑으로 보듬는 우리 가족 모두가 나의 영웅이다. 또 고등학교 시절 힘든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한 선생님이 나의 영웅이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내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내 친구들 모두, 내 삶 속에서 모두 작은 영웅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p.271,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
안은영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오래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 일을 하는 한 여자일 뿐이다. 그렇게 평범한 그녀는 어떻게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고등학교 학생들이 젤리에게 지배당하든 괴물에게 잡아먹히든 안은영은 상관없는 일이다. 포기하려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고, 포기한다고 해서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의감에서 비롯한 끈기와 노력을 바탕으로 그녀는 결국 평화를 얻어냈다.
나는 안은영처럼 젤리가 보이거나, 괴물들을 비비탄 총으로 쏴 죽이는 일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처럼 목표와 끈기를 가지고 어떤 것을 얻어낸다면, 그 얻어낸 것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면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런 것이 영웅이라면 나의 가장 큰 영웅은 나 자신일 것이다.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정세랑 작가의 글은 이전에 《피프티 피플》에서 먼저 읽어본 바 있다. 두 책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깊이 있는 이야기라도 재미가 없으면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세랑 작가의 글은 한 번 읽으면 멈출 수가 없다. 나는 책을 되도록이면 빨리 읽고 싶어 하는 편인데도 《보건교사 안은영》은 소중히 아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대체로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에 앞서 마음을 내어 주고 행동한다. 그 많은 것들을 무릅쓰면서 사랑을 할 때나 도와줄 때나 상대의 마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상대를 파악하려 하지도, 당위를 따져 보려 하지도, 이유를 낱낱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냥'에 가까운 이유로, 그렇게 한다. 안은영도 그렇다. p.284, 추천의 글, 김혼비
책을 읽고 나서 왠지 모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정말 좋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사실 어디선가 안은영이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님이 나누고자 했던 따뜻한 마음처럼 안은영이 모두의 친구가 되어서 나처럼 용기를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에 가까운 이유로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책 속 한 문장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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