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정세랑) : 일상 속의 영웅들

Book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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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저자 정세랑 | 출판 민음사 | 발매 2015.12.07


 

 

 

책 소개

2015년 12월에 출간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보건교사 안은영>이 출간 5주년과 작품 영상화를 기념하여 '리커버 특별판'으로 출간되었다. 2010년 단편소설에서 탄생한 '안은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소회가 담긴 작가의 편지로부터 책은 시작한다. 그 시간 동안 안은영이 자신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는 정세랑의 고백은 아마 많은 독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친구가 오랜만에 새 옷을 입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람한'의 작업으로 새로 탄생한 표지 디자인은 소설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하는 동시에 유니크한 색감과 구성으로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책의 뒤편에 자리한 다섯 편의 추천사는 독서를 마친 이들에게 편안하고 다정한 대화 상대가 될 것이다. 에세이스트 김혼비, 팟캐스트 '듣똑라' 팀장 김효은 기자, 배우 이설, 작가 이슬아와 시인 황인찬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인공으로 한다. 특별한 것 없는 직업과 평범한 이름이지만 안은영은 보통의 보건교사가 아니다. 일복 하나는 타고난 그녀는 직업으로 '보건교사' 역할에 열심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처치하고 쫓아내거나, 간혹 위로하는 '퇴마사'의 운명에도 충실히 복무한다.

여기에 사립 M고의 한문교사이자 학교 설립자의 후손인 홍인표에게 흐르는 거대한 에너지는 안은영의 활약을 돕는 필수적인 영양제 역할을 한다. 에너지(기)를 보충하기 위해, 학교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둘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맞잡는 사이가 되어 힘을 합친다. 그들 앞에 나타나는 기이한 괴물들, 학생들에게 보이는 미스터리한 현상들, 학교 곳곳에 숨은 괴상한 힘들…… 사립 M고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안은영과 홍인표의 관계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저자소개

정세랑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가 있다.
수상 : 2017년 한국일보문학상, 2013년 창비장편소설상

 

 

 

목차

005 작가의 편지
013 사랑해 젤리피시
047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
061 럭키, 혼란
095 원어민 교사 매켄지
133 오리 선생 한아름
149 레이디버그 레이디
181 가로등 아래 김강선
201 전학생 옴
255 온건 교사 박대흥
241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

281 추천의 글 김혼비/김효은/이설/이슬아/황인찬

 

 

 

 

 

❥ 일상 속의 영웅들


.친절.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벌어지는 일도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나쁜 일만큼 좋은 일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을까? 나는 친절한 사람이 좋다. 나도 친절해지려고 노력하지만 그 벽을 넘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천성이 친절한 사람들에게 존경심까지 느끼게 된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p.123, 원어민 교사 매켄지 

 

 

 우리는 선한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착한 사람들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웃고 있으며,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어줄 것만 같은 이상한 고정관념 말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속 안은영은 화가 나면 화를 낸다(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그녀의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들을 수 있다). 나쁜 사람들이 등장하면 그들을 온 힘 다해 미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녀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선하다고 해서 무조건 호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 정의를 실현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에게 손뼉 칠 필요가 있다. 

 


.영웅.

 

 일상 생활 속에서 '영웅'이라는 단어는 괜히 멀게만 느껴진다. 영웅을 떠올리면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적어도 한 가지의 초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영웅은 우리 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항상 존재해 왔다. 나의 경우에는 나를 항상 사랑으로 보듬는 우리 가족 모두가 나의 영웅이다. 또 고등학교 시절 힘든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한 선생님이 나의 영웅이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내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내 친구들 모두, 내 삶 속에서 모두 작은 영웅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p.271,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 

 

 

 안은영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오래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 일을 하는 한 여자일 뿐이다. 그렇게 평범한 그녀는 어떻게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고등학교 학생들이 젤리에게 지배당하든 괴물에게 잡아먹히든 안은영은 상관없는 일이다. 포기하려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고, 포기한다고 해서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의감에서 비롯한 끈기와 노력을 바탕으로 그녀는 결국 평화를 얻어냈다.

 

 

 나는 안은영처럼 젤리가 보이거나, 괴물들을 비비탄 총으로 쏴 죽이는 일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처럼 목표와 끈기를 가지고 어떤 것을 얻어낸다면, 그 얻어낸 것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면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런 것이 영웅이라면 나의 가장 큰 영웅은 나 자신일 것이다.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정세랑 작가의 글은 이전에 피프티 피플에서 먼저 읽어본 바 있다. 두 책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깊이 있는 이야기라도 재미가 없으면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세랑 작가의 글은 한 번 읽으면 멈출 수가 없다. 나는 책을 되도록이면 빨리 읽고 싶어 하는 편인데도 《보건교사 안은영》은 소중히 아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대체로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에 앞서 마음을 내어 주고 행동한다. 그 많은 것들을 무릅쓰면서 사랑을 할 때나 도와줄 때나 상대의 마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상대를 파악하려 하지도, 당위를 따져 보려 하지도, 이유를 낱낱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냥'에 가까운 이유로, 그렇게 한다. 안은영도 그렇다. p.284, 추천의 글, 김혼비 

 

 

 책을 읽고 나서 왠지 모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정말 좋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사실 어디선가 안은영이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님이 나누고자 했던 따뜻한 마음처럼 안은영이 모두의 친구가 되어서 나처럼 용기를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에 가까운 이유로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책 속 한 문장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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