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여자들(다이애나 클라크) : 1 킬로그램의 가능성

Book 202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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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여자들

저자 다이애나 클라크(지은이), 변용란(옮긴이) | 출판 창비 | 발매 2021.07.30

원제: Thin Girls (2020)


 

 

 

 

 

❥ 1킬로그램의 가능성


.마름.

 

 다이애나 클라크의 《마른 여자들》은 쌍둥이 자매 로즈와 릴리가 각각 거식증, 폭식증을 겪게 되며 발생하는 일을 다룬 소설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마음이 울리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공감과 동질감, 연민과 안타까움이 온 데 섞인 아주 복잡한 감정에서 기인함에 틀림없다.

 

 누구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고 있지만 아름다움 앞에 그 모든 것은 예외가 된다. 미(美)의 기준에는 언제나 마름이 포함되어 있다. 저체중의 사람들이 미디어에 쏟아지고, 대중은 그들을 치켜세우고 칭찬한다. 길거리에는 손바닥만 한 옷들이 걸려있으며 인터넷 쇼핑몰의 사이즈는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살이 쪘다고 비난하고 너무 말랐다며 손가락질한다. 저체중의 몸에서 건강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찾으려는 사람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우리.

 

 나도 예외는 아니다. 물 한 잔도 안 되는 무게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하루에도 열 번 넘게 체중계에 올라섰다. 0.1 킬로그램의 차이로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고구마 1개, 두유 한 팩 따위로 해결할 수 있었던 저녁 식사를 떠올리며 먹은 음식을 되돌리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럴 때면 선택권이 없는 사람처럼 밖으로 나가 무작정 달렸다. 숨쉬기 벅찰 정도로, 다리가 아파 집에 가는 길이 버거울 정도로 뛰고 나서야 나는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지울 수 있었다.

 

 사실 여전히 마름을 갈망한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저체중의 경계선에 서 있지만 평생을 목표하던 그 말도 안 되는 몸무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체중에 집착하는 다른 이들을 보면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책에 적힌 그대로 "자신의 안녕을 바라는 것보다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 훨씬 더 쉽"(607쪽)기 때문이다.

 

 


.안녕.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터무니 없는 숫자가 나의 삶을 집어삼켜 소중한 하루와 가능성을 빼앗는다. 그것이 해로움을 알고 있지만 포기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신을 말살하면서 눈에 띄기를 열망한다."(459쪽)

 

 잘못된 인식을 어디서부터 바로잡을 수 있을지 가늠도 할 수 없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뒤틀린 미의 기준이 자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 자신의 안녕을 비는 것, 어떤 것에 갇혀버린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깨고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뿐이다. 1 킬로그램의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본인을 위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우리 안에는 1 킬로그램보다 더 무거운 잠재력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답고 싶어서, 아름답지 못해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채 끝끝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굶주린 정신의 미약함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607쪽)다.

 

 

 



 

 

책 속 한 문장

 

우리는 자신을 말살하면서
눈에 띄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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