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 비로소 보이는 것들
Book 2022. 12. 2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 출판 문학사상사 | 발매 2009.01.05
원제: 走ることについて語るときに僕の語ること (2009)
>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하루키.
하루키는 나를 일으킨다. 가장 무기력했던 시절, 난 그의 책을 품에 안고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금도 넘어져 있는 나를 일으키는 건 하루키의 책이다. 그의 대단한 팬이라거나, 전작을 탐독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 빚을 진 채 살아간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책장에 꽂혀있는 그의 책들은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다.
하루키는 집요하다. 그는 삶의 무게를 스스로 늘려 극한의 상황에서 태어난 작가다. 어쩌면 그 집요함이 나를 하루키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하는 것엔 자신이 없으나 꾸준히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 그와 동일하게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러너의 체질을 타고난 탓이다. 나는 '탓'이라는 글자를 지우고 '덕'이라고 고쳐 써본다. 이제는 꾸준함이 재능이라는 것을 안다.
달리기.
학창 시절, 달리기를 제일 싫어했다. 어릴 적부터 바닥이었던 체력은 성장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달리기에 꽂혀 한창 뛰던 시기가 있다. 가장 열심히 뛰었던 때는 한 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달렸다. 물론 지금은 오래 쉬어서 1분만 뛰어도 숨을 고르기 바쁘다.
나는 괴로울 때 활자로 도망친다. 혹은 억지로 눈꺼풀에 힘을 주어 잠을 잔다. 가끔은 너무 커져 버린 생각들이 모든 것을 방해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무작정 밖으로 나가 뛴다. 뛰는 순간만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본능에 몸을 맡긴 채 거친 숨을 뱉는다. 그렇게 땀을 잔뜩 흘리다 보면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달리기에도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장거리.
우사인 볼트의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장거리 달리기 최고 기록 선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단거리 달리기는 육상 경기의 꽃이다. 그러나 나는 단거리에는 영 자신이 없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삶, 모두에게 인정받는 이름. 그런 것 역시 나와는 거리가 멀다.
어린 시절부터 착실히 쌓아온 것들이 내 삶을 이루고 있다. 재능과 능력의 한계에 좌절했던 시기가 무색할 만큼 아주 좋은 방향으로 천천히 삶을 일구어나가고 있다. 나는 지금처럼 천천히 오래 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 나만의 달리기에서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달리고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삶을 돌아보는 그 순간에도 내 손에는 하루키의 책이 들려있지 않을까? 그 역시 오래 달려보아야 알 일이다.


책 속 한 문장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아무튼, 달리기(김상민) :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아무튼, 달리기 저자 김상민 | 출판 위고 | 발매 2020.09.20 책 소개 아무튼 시리즈 서른세 번째 이야기는 달리기이다. '나가서 달려나 볼까?' 온전히 달리기만을 위해 집을 나선 그날 밤, 느닷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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