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유전(강화길) : 새겨진 다정함으로 연결되는 우리

Book 202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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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저자 강화길 | 출판 아르테 | 발매 2020.10.14


 

 

 

 

 

❥ 새겨진 다정함으로 연결되는 우리


.우리.

  사람은 비슷하다. 같은 종(種)에서 기인하는 공통점이다. 강화길 작가의 《다정한 유전》은 그런 맥락에서 나의 뿌리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이 책은 불친절하다. 단편인지, 연작인지 그 구조조차 가늠하기 힘들고, 이것이 등장인물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인지, 회상인지, 소설 속 소설의 내용인지 헷갈리는 것투성이다. 화자가 풀어내는 상처들은 나의 아픔이 되었다가, 너의 기억이 되었다가, 끝내 우리의 마음에 다다른다. 작가가 그려낸 모든 인물은 '나'인 동시에 '너'이다. 그렇기에 '우리'다. 


.다름.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출연하는 모 교양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오랜 투병을 마치고 강단에 서 환우들에게 본인의 투병기를 들려주었다던 여성. 환우들 사이에 둘러싸여 비슷한 아픔을 나누며 따뜻한 포옹을 나누었다는 이야기. 나는 그것이 떠오를 때면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완전히 다른 삶, 마주칠 일 없었던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종양을 품고 아픔과 위안을 나누는 모습. 마치 나도 그 현장에 있었던 양 너무나 선명히 그 온기가 전해진다.

 

  우리는 다르다. 살아온 환경도, 겪어온 아픔도, 상처의 모양도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감정을 꺼내어 나누고 위로받는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타인이 한순간 내 심장을 파고들어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정의 내릴 수 없는 친밀함이 끈끈한 유대감을 만든다.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과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지 모른다.


.유전.

  물리적으로 인간을 이루는 원소는 같다. 신체가 움직이는 메커니즘도, 감정을 결정하는 호르몬의 형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삶은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각자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이유로 기쁨과 슬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전혀 다른 원인임에도 호르몬에 의해 결국 감정이라는 비슷한 귀결을 낳는다는 것이 때로는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는 완전히 모르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기 앞에서 함께 절망하고, 죽음 앞에서 함께 눈물 흘린다. 쓰러진 이를 일으켜 함께 걷고, 다시금 나아간다. 마침내 찾아온 기적 앞에서 우리는 함께 손뼉치고 기뻐한다. 저마다의 다른 삶이 같은 감정 속에 연결된다. 다정함이 우리에게 새겨진 유전자처럼 뜨겁게 흐른다. 그야말로 '다정한 유전'이다.


 

 

책 속 한 문장

 

서로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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