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 누구든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
Book 2021. 8. 3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저자 프랑수아즈 사강(지은이), 김남주(옮긴이) | 출판 민음사 | 발매 2008.05.02
원제: Aimez-vous Brahms…(1959)
책 소개
<슬픔이여 안녕>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장편소설.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는 일상을 배경으로 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을 중심으로 로제와 시몽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 그는 마음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젊고 아름다운 여자로부터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폴의 로제를 향한 일방적인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고독만 안겨 주고. 그러던 어느 날, 일을 의뢰한 미국인 부인을 방문한 폴. 그녀는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시몽과 조우한다. 그는 폴에게 첫눈에 반해 수줍지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는데...
저자소개
프랑수아즈 사강 (Francoise Sagan) (지은이)
1935년 프랑스 로트 주의 작은 마을 카자르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성장했다. 사강이란 필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사강 공작부인에서 따온 것으로,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다. 소르본 대학교 재학 시절 집필한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스 문단에 불쑥 나타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는 평을 받으며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파리 문학계의 거장들과 알게 되고 태어나 처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김남주 (옮긴이)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영미 문학을 주로 번역해 왔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녹턴』,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슬픔이여 안녕』,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여자의 빛』, 『솔로몬 왕의 고뇌』, 『가면의 생』,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함머클라비어』, 『비탄』,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장리노』, 벨마 월리스의 『두 늙은 여자』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 『사라지는 번역자들』이 있다.
❥ 누구든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세계.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서 열정과 세계의 확장을 경험한다. 그러나 익숙한 것에만 머물다가는 고립되기 쉬우며, 새로운 것에는 항상 불확실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주인공인 '폴'이 익숙하지만 자기를 괴롭게 하는 '로제'와 새롭고 설레지만 그래서 두려운 '시몽'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도, 도전, 변화. 이러한 단어들은 보기만 해도 우리를 가슴 뛰게 만든다. 아직 도달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고, 속에서 열정이 들끓는 듯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단어들은 끝없는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왜일까? 아마, 다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 '폴'이 고민하는 이유도 같은 것이다. 바람둥이인 '로제'는 '폴'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그녀를 외로움 속에 가둔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14살 연하의 '시몽'은 그녀의 자존감을 채워주고, 열렬히 구애한다. 사실 처음에는 '폴'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의 선택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사랑만은 아니었다. '로제'가 아무리 그녀를 아프게 해도 그것은 '폴'이 그려낼 수 있는 세계의 일이다. 반대로 '시몽'이 불러일으키는 설레는 마음은 '폴'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세계의 일일 것이다. 그녀는 익숙한 세계와 완전히 새로운 다른 세계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브람스.
프랑스에서 '브람스'는 그 당시에 인기 있는 음악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니 책에서 '시몽'이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57쪽)라고 묻는 장면은 '낯선 세계로의 초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낯설지만 행복한 세계 앞에서 왜 망설였을까? 두려웠기 때문일까? 결국, '폴'은 현실과 타협하여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당분간 익숙한 세계가 주는 편안함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그러나 다시금 외로움이 그녀의 삶을 뒤덮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안정감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냈다. p.16
익숙한 것들은 평화를 가져다주지만 때때로 '삶'을 대가로 가져간다. 우리는 작은 변화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행복하고 생기있게 만들어주는지 잘 알고 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가보는 공간, 하다못해 어제와는 다른 날씨와 재미있는 동영상 같은 것들은 우리를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평생을 익숙함에 파묻혀 산다는 것은 수천 권의 책이 꽂힌 책장에서 단 한 권만 꺼내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익숙한 세계로부터의 탈출, 삶에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작.
제목은 물음표가 아닌 말줄임표로 마무리된다. 이는 곧 질문에서 청유로의 전환이다. 앞서 '브람스'를 낯선 세계로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제목은 낯선 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의 일부가 되라는 일종의 권유로 받아들여진다. 낯선 세계로의 권유를 거절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익숙하다는 것 역시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허나, 그 익숙함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로막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익숙함은 불확실성의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불확실성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살면서 마주하는 무수한 선택지는 모두 각각의 불확실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한들, 나의 삶은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 말이다. 이러한 믿음이 없으면 두려움이 나의 선택을 대신하게 된다. 그러니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나 자신에게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집요하게 매달려 있는, 뽑아 버릴 수 없는 고통스러운 뿌리"(136쪽)를 잘라내어야 한다.
'시몽'은 '폴'이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133쪽)고 믿었다. 그러나 '폴'은 그러지 못했다.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타인의 믿음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나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선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몽'의 말을 곱씹는다. 누구든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책 속 한 문장
그녀가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전체보기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김하나/황선우) : 독립적인 '나'가 모여 '함께' 만드는 삶 (0) | 2021.09.06 |
---|---|
공간의 미래(유현준) : 빼앗긴 자연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공간의 확립 (0) | 2021.09.02 |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 유한한 삶, 무한한 오늘 (0) | 2021.08.28 |
지연된 정의(박상규/박준영) : 지연된 정의가 아닌 진정한 정의로 (1) | 2021.08.27 |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 어린이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0) | 2021.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