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유현준) : 빼앗긴 자연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공간의 확립
Book 2021. 9. 2.
공간의 미래
저자 유현준 | 출판 을유문화사 | 발매 2021.04.25
책 소개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인간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 이 책은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살펴본다.
인간은 늘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지금처럼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에는 그런 요구가 더 클 수밖에 없고, 그에 발맞춰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려 시도했고,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다. 당연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더 올바른 예측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저자소개
유현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화목한 건축으로 관계와 사회를 바꿔 나가는 한편, 여러 매체에서 통찰력 있는 글을 쓰고 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 새로운 시각과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그는 강연, 방송 등을 통해 건축과 대중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tvN의 <알쓸신잡 2>에 출연해 셜록 홈즈 같은 관찰력과 추리력을 보여 줘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책에는 건축가로서의 공간에 대한 진단, 비판 그리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 빼앗긴 자연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공간의 확립
.전염병.
코로나는 온갖 것들의 속도를 가속시켰다. 그리고 공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활 반경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웬만한 만남과 업무를 집과 온라인상에서 해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제대로 된 외출을 해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는커녕, 기존 지인들의 얼굴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각종 전문가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수많은 전염병이 우리의 삶을 덮쳐올 것이라고 말이다. 전염병은 공간의 양극화와 소통의 단절로 우리를 이끈다. 사회의 화합을 가로막고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시킨다. 우리는 이 위기 속에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질문 앞에 《공간의 미래》는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에서는 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공간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예측한다. 더불어 우리가 몰랐던 공간의 역할을 소개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연.
책에서 소개하는 해답은 다음과 같다.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작은 공원과 도서관, 지상 공간을 확보하는 지하 물류 터널, 1층의 정원 등. 찬찬히 살펴보니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안고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함께 자랐다. 주택에서 살았는데, 현관문을 열면 화단으로도 쓰이는 높은 턱의 텃밭이 있었다. 그 텃밭을 따라 나가면 마당이 나왔다. 나는 그곳에서 뛰어다니기도 하고, 언니와 함께 킥보드를 타기도 했다. 선물로 받은 트램펄린 위에서 뛰어놀다가, 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를 따 먹으며 흙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끔 날이 좋을 때는 지붕에 앉아 뒤쪽으로 펼쳐진 산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밤에는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연에 빚지며 살아온 나는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다. 자연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배울 수 있다.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와 공간을 나누어 쓰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질 좋은 공기가 주는 상쾌함과 탁 트인 전경이 주는 일종의 희열감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는 이런 것들을 배우기 어렵다. 집 밖을 나서면 고층 건물과 상업 단지들이 시야에 들어찬다. 자연이 끼어들 틈이 없다. 초록빛 풍경들은 시간을 내어 찾아가야만 겨우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외출에 제약이 생기니 접할 수 있는 자연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가로수가 전부다. 지금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자연의 고귀함과 웅장함을 경험할 기회가 현저하게 적다. 우리는 지금도 태어나고 있는 생명들에게 그들의 일부를 돌려주고, 자연을 충분히 누리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공간의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공간.
"이 도시에는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래왔다. 아파트의 가격이 모여 사는 집단의 부富를 대변하기 시작하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공동체 분화가 일어났다. 이는 코로나 이후 더욱 빠른 속도를 보이며 화합과 다양성을 가시적으로 가로막았다. 오프라인 공간, 특히 자연이 부의 특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재력으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한 이들만이 오프라인 세계를 누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우리는 "구분된 공간은 계층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는 사실과 "그러한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여러 혁명의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이것이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공간을 바꾸면 된다.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녔던 이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논 아이들의 얼굴만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 교실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학교 내부에 위치한 생태공원과 계곡을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이처럼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을 함께 경험하는 일은 오랜 시간 잊히지 않는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
"공통의 추억을 가지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 계층의 양극화, 다양성의 결여와 사라져가는 공동체 인식.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의 중심에는 '자연'이 있다. 그리고 이 자연을 모두에게 공평히 돌려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할 필수조건이다. 사람들이 어떠한 구분과 편견 없이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자연에서 노니며 살아가는 모습을 꿈꿔본다. 꿈꾸는 자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 밝은 초록빛으로 물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는 책 속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 속 한 문장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
❣︎ 같은 분야 책 살펴보기 전체보기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박준) : 계절을 건너 나와 당신을 돌보는 사람 (0) | 2021.09.10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김하나/황선우) : 독립적인 '나'가 모여 '함께' 만드는 삶 (0) | 2021.09.06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 누구든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 (0) | 2021.08.30 |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 유한한 삶, 무한한 오늘 (0) | 2021.08.28 |
지연된 정의(박상규/박준영) : 지연된 정의가 아닌 진정한 정의로 (1) | 2021.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