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하인츠-페터 뢰어) : 치유, 지금도 늦지 않았다
Book 2021. 8. 23.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저자 하인츠-페터 뢰어(지은이), 배명자(옮긴이) | 출판 나무의마음 | 발매 2021.08.20
책 소개
독일 프레데부르크 중독 치료 병원에서 3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유명 심리 치료사인 하이츠-페터 뢰어가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내면 치유를 위해 쓴 심리 치유서이다. 저자는 친족에 의한 성적·정서적 폭력이라는 자칫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우리에게도 친숙한 동화를 통해 다양한 임상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고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오랜 욕망과 금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동화는 인간의 무의식을 자극해 읽는 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역경을 딛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함으로써 치유와 구원의 길이 있다는 강한 믿음을 준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심리적 안도감을 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다.
저자소개
하인츠-페터 뢰어 (Heinz-Peter Röhr) (지은이)
독일 프레데부르크 중독 치료 병원에서 3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치료사. 하인츠-페터 뢰어는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내면 치유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던 중 동화의 치유 효과를 경험하며 환자들과 함께 그림형제의 동화 「털북숭이 공주」를 읽기 시작했다. 동화는 비유를 통해 인간의 문제를 묘사하고 언제나 긍정적인 결말을 맺기 때문에 환자들의 상황과 잘 맞는 동화를 읽는 것은 그들의 심리치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털북숭이 공주」에 드러난 원형을 분석하고 심리 치료의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정리해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를 출간했으며, 이 책은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독서테라피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밖의 저서로는 『행복으로 가는 안내서』 『의존에서 벗어나는 길』 『나르시시즘: 내면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복에 대하여』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중독, 배경과 치유』 등이 있다.
배명자 (옮긴이)
서강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현재는 바른번역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숲은 고요하지 않다』 『아비투스』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은밀한 몸』 『부자들의 생각법』 등 7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 치유, 지금도 늦지 않았다
본 게시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울타리.
어린 시절은 불쑥 나에게 찾아온다.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영화를 우연히 다시 마주치거나, 추억이 담긴 거리를 걷다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먹고 체했던 음식은 아직도 입에 대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의 거스러미를 뜯어내는 습관도 여전하다. 이처럼 과거는 다 자란 어른에게도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에 처음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토록 중요하다.
가정은 주로 '울타리'에 비유된다. 보호와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이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순식간에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경우, 그 울타리에서 받는 안정감이 가장 크기 때문에 가정 내에서 위험이 발생해도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다시 가정을 택하는 아이들의 심리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는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범죄 중에서도 '친족 성폭력'에 대해 다룬다. 동화인 「털북숭이 공주」를 해석하며 그들의 상처를 찬찬히 살핀다. 이 책은 가장 가까운 존재로부터 상처받아,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내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치유서이다.
.친족 성폭력.
친족 성폭력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친딸을 성폭행한 후 낳은 아기를 유기하거나, 몰카를 설치하고 성폭행한 친부 등 끔찍한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 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친족에 의한 성폭력 범죄 접수 건수는 총 1천613건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친족 간 성폭력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500건이었던 범죄는 2017년 535건, 2018년 578건을 기록하고 있다.¹
가정 내 성폭력은 피해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가한다. 먼저, 가정에서의 성폭력은 일반적으로 '한 번으로 끝나지 않'(55쪽)는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피해보다 가정의 해체와 안정감의 박탈을 더욱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족을 지키고 그 안에 머물기 위해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린다."(66쪽)
어린 시절의 상처는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끝없는 자기혐오를 재생산해낸다. 충격으로 인해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해리'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의존 대상을 찾다가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건강한 자아 형성을 방해받았기 때문에 혼자서 어떠한 일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의존성과 확립되지 않은 자아는 그들을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삶으로 이끈다.
.위로.
이 책은 직접적인 위로를 주로 건네지는 않는다. 오히려 동화의 내용에 빗대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이 택한 전개 방식은 독자에게 타인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시각을 제공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객관성을 획득하게 한다. 이러한 객관성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고통을 알리는 것이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는 뜻'(37쪽)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조 집단과 심리상담을 통해 경험을 입 밖으로 내는 경험만으로 많은 정서적 안정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책 제목처럼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추천사를 작성한 권김현영 여성학자의 말대로 저자의 어떠한 귀결은 모순을 낳기도 하고, 어떠한 시각은 협소해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상처 입은 자들에게는 위로의 목소리가 하나라도 더 필요하다. 그러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이 피해자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아픈 이유를 찾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잘못한 게 없고 그때도 마찬가지였다."(153쪽) 피해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잘 돌보고 한계를 깨부숴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발 디딜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은 모두 내면의 왕국을 꾸려,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자격이 있다. 치유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 많은 피해자가 비로소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출처
1. [이래도 되나요] 어떻게 자기 딸한테…매년 늘어나는 친족 성범죄, 전승엽/홍요은/박서준, 연합뉴스, 2020, https://www.yna.co.kr/view/AKR20200827150400797
책 속 한 문장
피해자들은 지금도 잘못한 게 없고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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