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 올바른 신념 위에 세워진 정의

Book 202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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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저자 하퍼 리(지은이), 김욱동(옮긴이) | 출판 열린책들 | 발매 2015.06.30

원제: To Kill a Mockingbird(1960)


 

 

> 올바른 신념 위에 세워진 정의


.차별.

 

  세상에는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들로 우열을 나누거나, 후천적으로 일구어낸 것들의 정도를 따지며 순위를 매긴다. 전자의 경우에는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이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직업, 지식수준 등이 있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러한 차별에 끝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스카웃'이라는 여자아이에 의해 전개된다. 이 사회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이러한 차별이 익숙해져 버린 어른들을 대상으로 책 속 아이들은 '왜?'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아이들의 질문을 따라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차별의 밑바닥에는 이유도 근거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60년에 쓰인 이 책의 차별을 살펴보다 보면, 현재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2021년 지금은 그 많던 차별이 극복되었을까? 60년도 더 시간이 흘렀음에도 진전은 없어 보인다.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인종차별적 과잉 진압으로 인해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에서 한 경찰이 흑인 청소년의 목을 눌러 과잉 진압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¹ 명백한 여성 혐오, 성 소수자 혐오 범죄가 발생함에도, 각종 언론에 '묻지마'라는 이름이 붙어 보도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당장 우리나라만 살펴보아도 미관상의 이유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을 제거하는 형국이다. 다양한 차별과 혐오가 세상 곳곳에서 깊어지고 있다. 

 


.정의.

 

  정의는 실현될 수 있을까.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을 바로잡고 나서야 정의는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혐오와 차별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교묘한 형태의 차별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혐오와 차별을 '걱정'의 마음 뒤로 숨기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교묘한 차별은 '그들을 기피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모든 확신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이 침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걱정'으로 위장'하는 형태로 나타난다.²

 

  이 책에 등장하는 부 래들리는 사람들의 편견에 갇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를 괴롭히고, 사람들의 거짓 소문은 날이 갈수록 불어난다.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차별당한 사람들은 자신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혐오와 차별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차별의 극복 방안으로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제안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 쉽고도 어려운 행위로 우리 사회의 차별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부 래들리와 마주하게 된 스카웃은 그의 집 현관에서 마을을 바라보게 된다. 항상 그의 집을 바라보기만 했던 입장에서, 그의 시각으로 마을을, 자신을 살펴보니 비로소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역지사지의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념.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차별 극복과 더불어 올바른 신념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신념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서야 비로소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정의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 스카웃의 아버지는 이러한 신념을 삶으로써 보여준다. 특히 아들인 젬의 행동을 온전히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정의'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면서 나의 편의에 따라 예외를 만드는 것은 모순이다. "읍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살고, 집에 와서는 저런 식으로 살'(504쪽)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의 젬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그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 깊다. 우리가 모두 가져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른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배우고, 흔들리지 않을 신념을 명확하게 설립하고, 더 나아가 진정한 정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역지사지'와 올바른 신념,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온전한 정의를 가르쳐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의 근본적이고 순수한 질문에 올바르고 떳떳한 답을 주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변화는 느리게 이루어진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회 문제들의 경우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를 그냥 덮어둔 채 살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하나씩 천천히'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아야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사회의 정의를 위해, 평등한 세상을 위해 싸우고 싶다. 아이들의 물음에 떳떳한 답을 내놓을 수 있고, 모르는 것은 함께 찾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149쪽)

 


출처

1. 캐나다판 조지 플로이드…경찰, 14세 흑인 청소년 목눌러 제압, 박대한, 연합뉴스(2021), https://www.yna.co.kr/view/AKR20210620039500009?input=1195m 

2.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 정지인, 다산초당(다산북스), 2017, 52쪽

 



 

책 속 한 문장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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