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입니다(김지은) : When they go low, We go high
Book 2020. 10. 3.
김지은입니다
저자 김지은 | 출판 봄알람 | 발매 2020.03.05.
>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급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격을 지킨다
.진실.
이 책에서 피해자 김지은씨는 안희정 전 충남전도지사의 성범죄를 고발하고 수많은 오보와 날조 속에서 진정한 진실을 전한다.
책을 읽는 내내 '진실'이 가진 무게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진실을 밝히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는 '선과 악'을 가르친다. 학교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것들이다. 진실은 선에 속한다. 하지만 왜 우리 사회는 이상적인 '선'을 추구할 수 없게 된 것일까? 특정 목표를 마주치면 도덕성을 잃기라도 하는듯, 진실의 목소리를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틀어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네 번이나 당해?" 나는 이것을 안희정에게 묻고 싶다.p.111
'왜 당했어?'라는 말만큼 사람을 무너뜨리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우리는 살인 당한 사람에게 왜 당하고만 있었냐고 묻지 않는다. 살인자의 체구와 관계없이 가지고 있던 흉기와 위력만으로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성범죄의 경우는 '지위'였다. 지위가 날카로운 흉기보다 더 무서운 위협이 되어 피해자를 무력화시켰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화가 나고, 끔찍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미안했고, 또 너무 부끄러웠다. 요즘들어 사회가 삭막해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코로나뿐 아니라 점차 사회가 어두워지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히려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성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의 구석구석 몸을 숨기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거짓.
'넹'을 보면 연인 관계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은은 절대 피해자가 아니다 p.149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문장 때문이다. 우연히 김지은씨의 재판 내용이 담긴 구절을 읽게 되었는데, 저 문장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이후로 왜인지 '웅', '넹', '알겠습니당'과 같은 말투를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김지은씨는 재판 이후 이모티콘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끊임없는 자가검열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피해자에게 호기심이라는 명목하에 칼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니면 말고 식의 담론은 결국 피해자만 고통받는 영양가 없는 비판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김지은씨는 '안희정 같은 정의로운 사람이 우리나라를 바꾸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꿔주리라 믿었던, 또 응원하고 지지했던 나의 영웅이 결국 두 얼굴을 가진 가해자라는 것은, 또 그 피해자가 본인이라는 공포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두려움일 것이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김지은씨의 용기있는 외침을 우리는 똑똑히 새겨들어야 한다. 또 피해자가 용기를 가져야만 진실을 외칠 수 있는 우리 사회를 반성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고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단순 통계와 수치뿐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살기위해 도망쳤고, 살아내려 노력하려는 생존자들이 안락한 삶과 따뜻한 일상을 되돌려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도와줄게." 그 한마디에 막연히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깨졌다.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할 수 있을까. 과연 p.131
전국민을 경악에 몰아넣었던 'N번방' 사건을 두고 서지현 검사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가 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보면 너무나 믿기 어려운 초유의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베, 소라넷 등에서 이미 동일한 또는 유사한 범죄들이 셀 수 없이 벌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제대로 처벌을 받았나요?'
정말 누가 제대로 처벌을 받긴 했을까?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김지은씨의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피해자들과 함께 서서 목소리를 내야한다. 김지은씨의 두려움을 깨뜨린 한마디 말처럼 우리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책 속 한 문장
살아서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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