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박서련) : 사랑, 편견 없이 사람과 움직이기

Book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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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저자 박서련 | 출판 민음사 | 발매 2020.08.21


 

 

 

책 소개

2015년 「실천문학」으로 데뷔하여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박서련의 신작 <더 셜리 클럽>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9번으로 출간되었다. <더 셜리 클럽>은 우리를 강한 사람이게 하는 사랑을 말한다. 또한 우리를 좋은 사람이게 하는 연대를 이야기한다.

<더 셜리 클럽>은 이국적인 보라색 사랑의 소설이다. 사막 위 바위처럼 강인한 연대의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변에서 즐기는 마카로니피자처럼 사랑스러운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을 읽는 우리는,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남아 있음을, 아주 작은 선의라 하더라도 그것에는 미량의 사랑이 묻어 있음을, 그 사랑이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임을 감각하게 될 것이다.

스무 살 한국인 '설희'는 호주의 할머니 '셜리'들의 클럽에 가입을 신청한다. 설희의 영어식 이름이 셜리이기 때문이다. 발음이 비슷해서 정했을 뿐인 이름이지만 이름으로 인한 놀랍고 사랑스러운 만남은 소설 내내 이어진다.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클럽인 '더 셜리 클럽'은 셜리가 아주 예전에 유행한 이름인 탓에 멤버 중 할머니가 많다. 그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그들은 재미(Fun)와 음식(Food)과 우정(Friend)를 나눈다.

임시-명예-회원으로 가입에 성공한 셜리는 할머니들과 피부색과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는 연결과 연대를 이룬다. 할머니들은 셜리를 아끼고, 감싸주고, 어려움에서 구해 준다. 사랑을 찾는 용기를 주고, 부모를 이해했던 경험을 전한다. 그렇게 셜리는, 모두 셜리인 동시에 유일한 셜리가 된다. 우리 모두의 이름 또한 그러하듯이.

 

 

 

저자소개

박서련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이 있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 사랑, 편견 없이 사람과 움직이기


.사랑.

 

 우리가 타인에게 동질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우리는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같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선의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설희'가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서 겪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설희는 '셜리'들이 모여 있는 '더 셜리 클럽'에 가입하여 조건 없는 사랑을 체험한다.

 

 

 《체공녀 강주룡》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박서련 작가는 사랑 이야기에 능한 것 같다. 단순히 연애와 같은 좁은 의미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서련 작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움직이는 과정을, 그 온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낸다. 그녀가 그려낸 세계는 너무나 따뜻해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진다. 《더 셜리 클럽》도 마찬가지다. 가족 간의 사랑, S와 설희의 사랑, 셜리들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삶 구석구석에 어떤 사랑이 있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사람.

 

 이 책에서는 S의 성별이나 구체적인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더불어 다른 인물들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 이는 어떠한 편견에도 사람을 가두지 않고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더 셜리 클럽'의 할머니들이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스무 살짜리 여자아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였듯이, 우리도 이 책을 읽으면서 S나 설희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이름과 목소리의 색. 그것이 전부임에도 더 많은 정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 어떤 선의를 받아왔고 그것을 어떻게 다시 돌려주었는가. 한 사람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나, 편견에 가두기에는 딱 좋은 조건들의 나열을 듣고 내 멋대로 판단하진 않았나 반성해본다. '또렷한 한 사람'(205쪽)을 계속해서 흐리게 만드는 나쁜 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그저 그 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의 이름, 목소리만을 기억할 수 있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온기.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어요? p.156 

 

 

 나는 사랑에 비관적이었다. 어차피 인생은 개인전이며, 그 개인전을 잘 치러 내야만 사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믿었다. 참 어리석었다.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야 내 삶 곳곳에 스며든 사랑들이 보였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싹 틔울 수도 있고, 장소, 물건,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더 셜리 클럽'의 할머니 셜리들이 설희를 도와주는 모든 말과 행동에도, S를 찾아 떠나는 설희의 끝없는 여정에도 사랑이 짙게 배어있다.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모두가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다정의 손을 잡고 일어난 사람들은 그 작은 따뜻함의 힘을 안다. 엉켜버린 어떤 일의 곳곳에 사랑이 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도라'의 어리석은 행동과 태도를 원래 자리로 돌릴 수 있는 것도, '설희'가 무모하게 도전하며 나아갈 수 있게 돕는 것도 결국 사랑의 몫이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던 것들이, 그저 뒤를 돌았을 뿐인데 내 시야에 가득 들어찬다. 당신의 주변에도 그런 사랑이 가득히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의 이름이, 내 목소리의 색이,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사랑이 말라버린 차가운 삶을 따뜻함으로 감싸준다. 이 온기를 잊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딜 것이다. 결국은 사랑이 사람을 움직인다.

 


 


 

책 속 한 문장

 

나는 어디서나 그대로 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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