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그랬어(박서련) : 미완의 삶, 온통 무너져도 다시 쌓일 수 있기에

Book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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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저자 박서련 | 출판 자음과모음 | 발매 20201.02.01


 

 

 

책 소개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2015년 『실천문학』으로 데뷔하여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박서련의 <호르몬이 그랬어>가 '트리플 시리즈' 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을 통해 각기 다른 시대와 각기 다른 공간에 존재했던 여성 인물의 삶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다채롭게 변주해온 박서련의 첫 번째 소설집이기도 하다. <호르몬이 그랬어>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은 온난한 기후에서 궤를 이탈해버린, 한랭기단이 드리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동세대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작가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작품이다.

 

 

 

저자소개

박서련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이 있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 미완의 삶, 온통 무너져도 다시 쌓일 수 있기에


.청춘.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얼마나 벅찬가. 우리가 '평범'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사실 이상적인 조건에 속할 때가 더 많다. 많은 이가 '평범'에 자신의 몸을 끼워 넣으려 발버둥 치다, 결국 포기해버리곤 궤도를 벗어난다. 미숙한 선택, 조금은 어리석고 아이 같은 행동. 말도 안 되는 실수와 틀어져 버린 계획. 그 어느 하나 놓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러 버린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청년들. 어쩌면 유별나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진짜 평범'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가장 평범하고 미숙한 '미완의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알고 있어도 예방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p.35,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청춘은 아프다. 갖가지 이유로 아프다. 사랑이 없어 외롭고 돈이 없어 괴롭다. 육체적인 사랑을 추구해도 정서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고, 겨우내 손에 잡은 마음의 위로마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의 '서'처럼 육체적인 사랑을 마음껏 추구해도 마음의 방은 텅텅 비어있는 사람이 있다. 「호르몬이 그랬어」의 주인공처럼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채워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또, 「총」의 주인공처럼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를 순식간에 놓치는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상실의 고통이다. 그러나 가장 아픈 것은 그 순간의 무력한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다. 여러 번 겪어 무뎌지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래서 청춘이 아프고, 괴롭다.


.상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경험의 횟수와는 상관없이 항상 고통과 비애를 가져온다. 경험의 횟수가 많을수록 조금 무뎌질 수는 있어도 완전히 대담해지기란 어렵다. 이러한 상실은 차곡차곡 쌓아왔던 모든 마음을 무너뜨린다. 정서적으로 불안해진 사람들은 충동적이고 미숙한 선택지를 향해 손을 뻗는다.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의 '서'는 '예'를 잃고 여러 사람과의 육체적 관계를 통해 결핍을 채우려고 한다. 「호르몬이 그랬어」의 주인공은 모친의 애인과 자겠다고 결심한다. 「총」의 주인공은 애인을 잃고, 납골당에서 애인의 뼛가루를 훔쳐 오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다.

 

 

 그러나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의 '서'는 '예'를 다시 만나지 못했고("이후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쓴 소설은 아직 없다."(85쪽)), 「호르몬이 그랬어」의 주인공이 세운 계획은 처참히 실패했으며, 「총」에서는 겨우 훔쳐 온 뼛가루를 차에 두고 내리는 실수를 한다. 모든 과정이 서툴고, 미숙하다. 


.미완.


 미완성의 무언가. 그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 자신과 나의 글, 나의 삶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계속 실패하고 부딪힌다. 반복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무언가를 잃는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단단해진다. 불안정한 세상 속, '바뀌지 않는 것'(9쪽)을 찾아 뿌리를 내리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몸을 만들어간다. 청춘의 이러한 미숙한 과정은 우리에게 주어진 미완의 삶을 더 애틋하게 만든다.

 

 

 우리 삶은 '완성'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성'이라는 것은 한없이 가까워지려고 애써도 닿을 수가 없다. 적어도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동안에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그 순간까지 삶은 미완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끝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은 절망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히려 나에게 희망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바꾸어 놓을 수 있고, 끝맺지 않았기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어쩌면 미완의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구원이 아닐까.

 

 

 그러나 한없이 부서지고 무너질 수만은 없기에 서로의 삶에 기대며 살아가야 한다. 청춘들이 서로의 온기에 기대 조금은 덜 아프고, 덜 부서지면서 단단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온기 또한 '바뀌지 않는 것'이 되어 우리의 삶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해가 잘 들지 않아 밤낮없이 무덤처럼 침침한 방'에서 울고 있을 어떤 한 사람을 위해, '지금까지 네가 받지 못한 빛을 모두 모아'(100쪽) 가져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끝없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야 한다. 모두가 미완의 삶을 껴안은 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책 속 한 문장

 

이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온통 무너졌다가
다시 쌓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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