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손원평) : 우리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Book 2020. 12. 15.
아몬드
작가 손원평 | 출판 창비 | 발매 2017.03.31
책 소개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이다. 작품 속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한다. 타고난 침착성,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 가족을 잃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윤재 앞에 '곤이'가 나타난다.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곤이는 윤재에게 화를 쏟아 내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 앞에서 오히려 쩔쩔매고 만다. 윤재는 어쩐지 곤이가 밉지 않고, 오히려 궁금해진다. 두 소년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 간다. 윤재는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는데…. 서로 다른 이유로 '괴물'이라 불리는 두 소년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소개
손원평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장편소설 『아몬드』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해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 『프리즘』 등을 발표했으며, 다수의 단편영화 및 장편영화 「침입자」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씨네21』 영화평론상, 제3회 과학기술 창작작문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 수상,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17년 제주4.3평화문학상,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
❥ 우리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람.
'과연 나라면 사랑할 수 있었을까?'하고 의심할 만한 두 아이가 만들어졌고 그들이 윤재와 곤이다. p.261, 작가의 말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나라면 윤재와 곤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사실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들을 사랑하는 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윤재와 곤은 모두 사랑을 받고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본인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게 되었고, 삐뚤어진 길을 올곧게 걷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 확실하다. 어떤 사람이든 사랑을 받고 나누고 베풀어야 모두가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감정.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p.248, 4부
나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무 신나서 말을 많이 하는 날이면 집에 와서 후회하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서 해아 할 일을 끝내지 못했을 때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감정은 나에게 내 일상을 망치는 짜증 나는 존재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때 행복을 느끼고, 자기 전에 나누는 가족과의 인사에 사랑을 느낀다는 점에서 감정은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감정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날이, 그런 기회가 그의 인생에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251, 4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걸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감정이 없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직장 상사에게 대들지 않고 시키는 것을 군말 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 짜증 없이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들.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언뜻 보면 완벽해 보이는 이 사람들은 사실 감정이 없는 로봇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이런 사회에서 감정과 더불어 건강한 의견 표출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본인의 감정을 존중받고 마음껏 표현할 자유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공식적으로, 그러니까 아이들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는 '적'이었다. 그동안 벌어진 일들만 보더라도 마땅히 그래야 했다. 그래서, 누가 그러자고 정한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곤이와 나는 서로 모른 척했다. 말을 섞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칠판지우개나 분필처럼 그저 학교를 구성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거기서는 누구도 진짜가 아니었다. p.139, 2부
나는 우리나라 10대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이나 책들을 좋아한다. 영화 〈우리들〉이나 〈박화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이 그 예시이다.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생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고〈박화영〉은 탈선 청소년의 이야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또 〈인간수업〉은 똑똑하고 문제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다. 내가 이러한 작품들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실적인 작품들을 좋아한다. 적어도 10대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서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p.261, 작가의 말
물론 앞선 작품들은 너무 자극적이고 '불행 포르노'에 불과하다는 평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이 작품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문제를 누군가 미화 없이 알리고 경각심을 준다는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범죄, 탈선 등은 그 정도가 점점 세지고 심화되고 있는 문제이다. 오랜 논의 끝에도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아몬드》가 왜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청소년들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소설가 공선옥의 말처럼 이 책은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보다 건강하게 살아가야 한다. 모두가 아프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세상이 오기를 감히 바라본다.
책 속 한 문장
그저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아이 같았다.
❣︎ 작가의 다른 책 살펴보기 전체보기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이 슬픔이 언젠가 우릴 빛내줄 거야(새벽) : 하루가 만든 온전한 나 (0) | 2020.12.25 |
---|---|
일간 백문백답 1호(백가희) : 자유롭고 균형 잡힌 삶 (0) | 2020.12.23 |
보건교사 안은영(정세랑) : 일상 속의 영웅들 (0) | 2020.12.13 |
살고 싶다는 농담(허지웅) : 살아남는다는 것 (0) | 2020.12.12 |
피프티 피플(정세랑) : 모두가 춤을 춘다 (0) | 2020.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