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정혜신) : 진정한 공감의 의미
Book 2020. 10. 4.
당신이 옳다
저자 정혜신 | 출판 해냄 | 발매 2018.10.10.
책 소개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고, 갑질 하는 조직에서 억지 미소로 참아내고, 성공과 효율을 좇는 사회의 기준에 허덕이고, 관계의 고단함 속에 내 마음은 뒷전이 될 때… 우리는 존재 자체로 존중받지 못한 채 각자의 개별성은 무시된다. 이처럼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을 겪고 있고, 자살률은 몇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 우리, 괜찮은 것일까?
이에 사회적 재난 현장부터 일상의 순간까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해온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우리에게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최근 15년 간 진료실을 벗어나 보통 사람들은 물론 트라우마 피해자부터 CEO까지 다양한 이들의 속마음을 만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무너지고 상처받고 있음을 확인한 결과이다.
이러한 응급 상황에 저자는 신간『당신이 옳다』를 통해 누구라도 심리적 CPR의 행동지침을 배울 수 있게 안내하고자 한다. ‘나를 구하고 너를 살릴 수 있는’ 실전 방법을 세밀히 담은 이 책은,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거리의 치유자로 현장에서 쌓아 올린 그의 경험과 내공, 정성이 집대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5년 전두환정권에서 무고하게 고문을 당하고 18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던 박동운 선생을 만난 이후로 1970~80년대 고문생존자,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자로 살았다. 최근에는 해고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과 민간잠수사들을 치유하는 일을 했다. 지은 책으로 『정혜신의 사람 공부』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공저) 『당신으로 충분하다』 『홀가분』 『사람 vs 사람』 『남자 vs 남자』 등이 있다.
목차
읽는 이에게: 내 아내의 모든 것
프롤로그: 소박한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
1장 왜 우리는 아픈가
2장 심리적 CPR_ 지굼 우리에게 절실한한 것
3장 공감_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
4장 경계 세우기_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5장 공감의 허들 넘기_ 진정한 자유를 가로막는 방해물
6장 공감 실천_ 어떻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에필로그: 삶의 한복판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
❥ 진정한 공감의 의미
.타인을 살리는 공감.
타인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했을 때, 예상했던 대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는 것이 굉장히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곪아있었고 아파하다가 세상과 작별한 사람들도 있었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으나, 방법을 몰랐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정심리학'에 대해 소개한다. '적정기술'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역적 조건에 맞는 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는 심리학에도 '적정심리학'이 있다고 말하며, 사람을 살리는 심리적 CPR 행동 지침을 소개한다.
내 직장이나 학위, 직업이 '나'가 아니듯 내 돈, 권력, 외모나 재능도 당연히 '나' 자체가 아니다. p.64
우리는 상대방을 바라볼 때 나이, 외모, 직업, 집안 등 겉치레에 집중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공감의 첫 걸음은 겉치레를 다 걷어내고, '존재'에 집중해주는 것이다. 고민을 가진 친구에게 '그래도 넌 예쁘잖아', '그래도 넌 취직 했잖아' 등의 세부사항에 집중한 말들로 진짜 존재를 무시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사실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에 집중한 공감을 해준 경험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반성하게 되었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나를 살리는 공감.
나는 내 스스로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말로는 공감을 하면서 속으로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또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는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을 펼치면서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기도 했다. 책의 구절을 접하고 내가 틀린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어딘가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공감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더더욱 없다.
나는 타인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개인 자체에 관심이 많다기 보다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질 때가 많다. 또 어렵고 어쩌면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공감해주는 내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자 자처했다. 어느정도의 보상심리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고민을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니 언젠간 베푼 것이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나이가 들고 돌아보니 정말 어린 생각이었고, 인간관계는 저축마냥 넣은 돈이 이자까지 붙여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서라도 진정한 공감을 찾아가려고 한다. 책 속의 말처럼 남은 다 속여도 나는 속일 수 없으니 '나'부터 공감을 해나갈 것이다.
.공감.
공감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 속에 실린 사례들을 보면서 이렇게 단순한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글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공감의 힘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충조평판' 즉, 충고, 조언, 평가, 판단 이 네가지를 공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해결하려고 들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바로 실패한 공감이다.
그런 점에서 심리적 유형론은 공감을 가로막는 적폐가 되기도 한다. 사람을 어느 특정 유형으로 바라보는 일반화의 시선은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게 한다. 그 시선으로는 절대 개별적 존재의 그를 만날 수 없다. p.253
요즘 MBTI 열풍이 불면서 성격 유형에 따른 특징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나는 이런 성격 유형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내 성격의 특징을 보고 공감을 얻기도 하고, 나와 같은 사람들을 보며 신기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또, 내 성격의 단점이 뭔지를 파악하고 고쳐나가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재미'라는 것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여 모두가 열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아이돌이 자신의 MBTI를 묻는 질문을 거절한 적이 있다. 성격 유형론 안에 갇혀 사람을 바라보지 못하는 현상이 싫다고 답했던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성격 유형론은 하나의 잣대나 기준이 될 수 없다. '쟤는 INFP라서 그래'와 같은 말은 절대 공감이 될 수 없다.
사회가 삭막해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는 집에 어른이 없는 아이에게 '옆집 이모네 가서 잠깐 있어'라고 말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누군가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로 꽂힌다. 이런 사회에서 공감은 선택적인 사항이 아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덕목이다. 책의 소개말처럼 'CPR'과 같이 생존을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모든 이들에게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본인 스스로를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도 자신에게 상처줄 수 없도록 단단해지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인으로부터 시작한 사랑을 널리 나누었으면 좋겠다.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되어 모두가 잘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책 속 한 문장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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