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히가시노 게이고) : 단 한 명의 아이도 죽지 않는 학교
Book 2021. 7. 28.
동급생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지은이), 민경욱(옮긴이) | 출판 (주)소미미디어 | 발매 2019.10.15
원제: 同級生
책 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방과 후》에 이은 두 번째 학원 미스터리물. 한 여고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녀의 이름은 유키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녀를 쫓았던 사람들은 알고 보니 학생부 지도 교사 미사키 선생이었다. 야구부 주장 니시하라 소이치는 자신과 관계가 있던 유키코의 사고에 책임을 느껴 미사키 선생을 규탄하기로 한다.
다른 학생들도 가세해서 항의 운동이 일파만파로 커지던 어느 날, 미사키 선생이 교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때마침 알리바이가 없고 미사키 선생을 증오한다고 알려진 니시하라 소이치가 유력 용의자로 몰린다. 순식간에 전교생이 자신을 의심하게 된 상황에 놓인 니시하라는 독자적으로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저자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지은이)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85년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1999년 『비밀』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2006년에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제3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민경욱 (옮긴이)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인터넷 관련 회사에 근무하며 1998년부터 일본문화포털 ‘일본으로 가는 길’을 운영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또 일본 관련 블로그 ‘분카무라(www.tojapan.co.kr)’를 운영하며 일본문화 팬들과 교류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검시관』,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사카 고타로의 『SOS 원숭이』,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 야마자키 료의 『커뮤니티 디자인』, 구마 겐고의 『나, 건축가 구마 겐고』 등이 있다.
❥ 단 한 명의 아이도 죽지 않는 학교
.학교.
이 책은 여고생 유키코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인 니시하라 소이치는 유키코의 죽음에 책임을 느꼈고, 유력 용의자로 미사키 선생을 지목하며 규탄한다. 항의 운동이 거세진 어느 날, 미사키 선생이 교실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주인공은 용의자로 몰린다. 용의자에 대한 누명을 벗고 진실을 찾기 위해 주인공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이 책은 '학교'라는 시스템이 학생을 적절하게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몇몇 몰상식한 교사는 어린 학생에게 사심을 품고 접근하거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등, 선생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아이들을 굴복시키고자 한다. 학교는 또 어떤가? 죽음에 대해 묵인하고 입단속 시키기 바쁘다. 이러한 일들을 마냥 책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일파만파 퍼진 '스쿨미투'를 기억하는가. 고발된 교사들 중 73%가 아직 교단에 남아있다고 한다.¹ 제대로 된 처벌은커녕 2차 가해를 낳는 형국이다. 우리에게 절망적인 소식을 전해준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미 그 학교에서는 6개월 전에 비슷한 사건으로 한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학교는 이를 교통사고로 은폐하고 학교의 보호를 학생의 보호 앞에 내세웠다. 이러한 사건이 아직도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고, 보호하는 아주 기초적인 기관이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화합을 깨뜨린다. 책임을 개인에게로 돌리고 보호는커녕 도움의 손을 뻗기조차 어렵게 만든다.
.어른.
학교와 학생. 그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어른과 아이가 보인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인가? 책에서는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취재를 요청하거나, 상하 관계로 인해 딸의 피해를 무시하는 등 어른들의 행동 결과가 아이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점은 그 사람들이 자신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
"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² 아이들이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다운 어른'과 많이 만나야 한다. 개개인의 변화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
.선.
책의 주인공인 니시하라 소히치의 감정 전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키코를 사랑하지는 않았으나, 그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규탄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선두에 나선다. 그는 '마음 깊은 곳에 깨끗한 자신의 태도에 도취한 마음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보여주기식 행위를 스스로 인정한다. 죄책감을 덜어내고 영웅 심리에 도취하는 감정. 이것은 선일까, 악일까?
이 질문은 더 뻗어 나가 '보여주기식 선'은 선인가 악인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보여주기식이어도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게 있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여주기'에만 집중한다면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조차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의 해결방안만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는 여러 기관들과 인물들을 연상시킨다.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여주기식 선'은 자신에게만은 확실하게 '악'이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선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 보여주기에만 집중하면 그 속이 곪아 무너진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보여주기식에 목숨을 걸어왔는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들과 정책들이 쏟아지는데도 계속해서 아이들은 죽어가고 학생들은 고통받는다. 어른들에 의해 사회의 본질이 부패하면 부패할수록 가장 취약한 계층에 놓인 아이들이 다친다. 학교를 포함한 사회는 보여주기식 보호를 멈추고 진정으로 약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죽지 않는 학교, 국가,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출처>
1. “남자는 하늘” 이러고도…스쿨미투 교사 73% 아직 교단에, 최원형,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81141.html
2. ‘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 이재영, 김포신문, https://www.igimpo.com/news/articleView.html?idxno=61552
책 속 한 문장
그 구조를 부숴버리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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