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왕 서영(황유미) : 표류가 아닌 건강한 정착을 꿈꾸며

Book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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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서영

저자 황유미 | 출판 빌리버튼 | 발매 2019.01.16


 

 

 

책 소개

황유미 소설집.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즉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적 집단인 가족부터, 학교, 회사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누구나 이 집단에 안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단의 성질과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면, 혹은 집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표류하고 마는 것이다.

<피구왕 서영> 속 단편들은 집단 속에서 표류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집단에 적응하지 못해 분투하는 이들이 잘못된 것일까? 오히려 집단이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의문이 이 책의 시발점이다.

우리는 하나의 개인이면서 집단의 한 부분이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집단에 불편함을 느끼는 개인에 주목했다. 다수가 동의하고 묵인하는 상황에서 혼자만 '불편하다'고 말할 수 없었던 지난날들과 그런 자신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낙인찍었던 과거의 파편들을 떠올렸다. <피구왕 서영>은 개인이 더 이상 스스로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원'과 수없이 선행되었던 불편한 나날들에 대한 '공감'을 담은 반성문이다. 

 

 

 

저자소개

황유미
<피구왕 서영>,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음
아침엔 읽고 낮에는 쓰고 밤에는 생각한다. 생각을 주무르다 문장으로 구현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내 이야기와 남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피구왕 서영
물 건너기 프로젝트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
까만 옷을 입은 여자
알레르기

 

 

 

 

 

❥ 표류가 아닌 건강한 정착을 꿈꾸며


.피구.

 

 왜 어떤 대상과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자꾸 늘어가는지. 알레르기 

 

 

《피구왕 서영》의 단편들은 집단 속에서 표류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 건너기 프로젝트」는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을 극복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 「까만 옷을 입은 여자」, 「알레르기」는 타인의 시선에 갇힌 사람들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피구왕 서영」을 포함해 모든 단편이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피구왕 서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학창 시절에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보통 남자아이들은 축구를 했고, 여자아이들은 피구를 했다. 나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이들은 같은 편이 되지 않으면 마치 우정이 갈라지는 것처럼 굴었다. 우리에게 피구라는 게임은 단순히 놀이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우리들'의 장면이 많이 생각났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갈등과 심리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피구 장면으로 시작해 피구 장면으로 끝난다. 이 두 작품은 학창 시절 피구라는 게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고립.

 

 서영은 무리 지어 노는 현지네 아이들 틈에 끼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진짜 자신을 숨기고 그들이 좋아하는 틀에 몸을 끼워 맞춘다. '피구왕 서영'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서영이는 밤마다 피구를 연습하는 지경에 이른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괜찮은 척하며 어떻게든 안전하게만 넘어가려 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프롤로그 

 

 

 무리에 끼기 위해 노력하고, 밉보이지 않기 위해 말을 조심하고, 최대한 나를 감추고 살아왔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돌아가면서 왕따를 시킨다던가, 은근히 무시한다던가 하는 학창 시절의 풍토는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교묘해지고, 그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사회의 약육강식과 권력 시스템이 학교 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은근한 무시와 툭툭 던지는 비아냥이 결국 폭력으로 번진다. 매년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을 보면 그 악의 고리를 아직도 끊어 내주지 못한 거 같아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른.

 

 서영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건 같은 반 윤정이었다. 윤정은 반에서 혼자 고립된 아이였다. 그러나 몇 번의 우연한 만남 이후 서영은 윤정에게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서영은 학교에서 현지의 눈치를 볼 때보다, 잘 보이기 위한 피구 경기를 할 때보다 집에서 윤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진정으로 피구를 즐기는 시간이 가장 편안했다.

 

 

 왜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까.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남들이 싫어하지 않는 나'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는 단순히 학교 내에서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다른 의견을 내면 별종 취급을 하거나 배척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을 정말 오롯이 아이들의 책임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피구는 죄가 없다. 즐거운 피구를 피구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책 속 한 문장

 

더욱 불편한 점은
날이 갈수록
내가 무감각해진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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