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한강) : 흰 것들을 건네며 삶을 껴안는 방법

Book 202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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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강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18.04.25


 

 

 

책 소개

2018년 봄,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 년 전 오월에 세상에 나와 빛의 겹겹 오라기로 둘러싸인 적 있던 그 <흰>에 새 옷을 입히게 된 건 소설 발간에 즈음해 행했던 작가의 퍼포먼스가 글과 함께 배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작가의 고요하고 느린 퍼포먼스들은 최진혁 작가가 제작한 영상 속에서 그녀의 언니-아기를 위한 행위들을 '언어 없는 언어'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다시 만나게 된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은 수를 놓듯 땀을 세어가며 지은 책, 그런 땀방울로 얼룩진 책이다. 이참이 아니라면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그가 파생시킨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어볼 수가 있었을까. 한강이 백지 위에 힘껏 눌러 쓴 소설 <흰>. 그 밖의 모든 흰 것을 말하는 소설 <흰>. <흰>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소개

한강 
1970년 늦은 가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출간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말라파르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007 1장 ─ 나
045 2장 ─ 그녀
115 3장 ─ 모든 흰
141 해설 권희철(문학평론가)|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181 작가의 말

 

 

 

 

 

❥ 흰 것들을 건네며 삶을 껴안는 방법


.흰 것.

 

 '흰'은 그러므로 노랑, 검정, 빨강, 파랑과 같은 여타의 색깔과 대등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색이고 다른 모든 색들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색이다. p.169, 해설 권희철(문학평론가)|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권희철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흰'은 여타의 색깔과 대등한 색이 아니라 근본적인 차원의 바탕색이다. 따라서 흰 공간은 언제든지 다른 것으로 칠할 수 있는 궁극의 가능성의 심층이다. 그렇기 때문에 흰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끊임없이 다시 시작될 수 있으며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다.

 

 

 무한의 가능성. 그것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무한의 가능성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시작하기를 끊임없이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니 흰 것이 지닌 무한의 세계는 긍정과 부정, 희극과 비극으로 구분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알맞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흰'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계속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인간.

 

 인간은 끊임없이 훼손되고 더럽혀진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든 사람들에게 '흰' 차원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흰의 차원에서 살아남기로 선택한 자들은 반대로 죽어가는 타인에게 온 힘으로 마음을 기울일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가 과거를 돕고 산 자가 죽은 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 p.177, 해설 권희철(문학평론가)|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주인공은 죽은 언니와 흰 차원에서 계속해서 만난다. 자신이 없어야 당신이 살 수 있고, 당신이 살았으면 내가 없었으리라 고백하는 과정. 또 흰 것을 건네는 과정. 그 과정들에서 나는 인간은 인간의 삶을 거부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인간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둠과 빛의 사이(117쪽)', '파르스름한 틈(117쪽)'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얼굴처럼 시간의 바깥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무언가들이 현재의 내가 미래로 나아가게 돕는다. 


..

 

이 작품에 실린 권희철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 그는 한강 작가의 전작품을 어우르며 작품들을 관통하는 질문을 좇고 또 다른 질문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한강 작가는 작품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인간이기를 거부하면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인간의 폭력성과 끔찍한 이면을 밀어내는 것이 이율배반적이게도 인간성인 것이다.

 

 

 

 어딘가로 숨는다는 건 어차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p.10, 1장 ─ 나 

 

 

 한강 작가는 이전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에게는 삶을 껴안는 게 언제나 숙제 같은 일이에요. (중략) 우리가 정말 살 수 있다면, 살아가야만 한다면 결국은 다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연결되는 거죠. <흰>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¹ 나는 삶을 껴안기가 힘들다는 작가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다 글 속에서 답을 찾는다. '굳이 껴안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이미 흰 것이 인간에게 있으니 괜찮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책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책 속 한 문장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들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힌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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