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김동식) : 붕괴된 독서 문화의 경계

Book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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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저자 김동식 | 출판 요다 | 발매 2017.12.27


 

 

 

책 소개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에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던 '김동식의 소설집'. 작가는 10년 동안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떠올렸던 이야기들을 거의 매일 게시판에 올렸다. '김동식 소설집'은 그렇게 써내려간 300편의 짧은 소설 가운데 66편을 추려 묶은 것이다.

 

 

 

저자소개

김동식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독립해 나왔다. 2006년에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의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12월,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다. 『양심 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살인자의 정석』,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문어』, 『밸런스 게임』까지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과 『성공한 인생』을 펴냈다. 그 외에도 『텅 빈 거품』, 『모두가 사라질 때』, 『일상 감시 구역』,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목차

회색 인간 / 무인도의 부자 노인 / 낮인간, 밤인간 / 아웃팅 / 신의 소원 /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 디지털 고려장 /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 운석의 주인 / 보물은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 돈독 오른 예언가 / 인간 재활용 / 식인 빌딩 / 사망 공동체 /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 / 흐르는 물이 되어 /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 / 공 박사의 좀비 바이러스 / 협곡에서의 식인 / 어린 왕자의 별 / 444번 채널의 동굴인들 /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 / 스크류지의 뱀파이어 가게 / 피노키오의 꿈

추천의 글 _김민섭

 

 

 

 

 

❥ 붕괴된 독서 문화의 경계


.기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인터넷에서 나름대로 화제성을 몰고 온 책이었다. <회색 인간>이 아닌 김동식 작가의 다른 작품을 추천받았었는데, 숫자가 붙어 나오는 책들은 앞에서부터 읽는 버릇이 있어 그 첫 번째 권을 집어 들었다.


 사실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독서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작가의 표현과 문장, 상상력과 생각에 놀라 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밑줄을 긋는 시간이다. 활자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을 느끼고, 감탄하며 사색에 빠지는 것이 즐겁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에서는 그러한 감동은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몰입.


 그런데도 이 책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김동식 작가만이 가지는 강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강점을 '몰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굉장히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이다. 구성된 문장이 아주 짧고 간결하다. 어려운 어휘는 일절 들어가지 않았으며, 목차마다 소화해야 할 양이 아주 적다. 스토리도 대부분 단순하여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그는 겸손하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공들여 서술해야 할 부분을 문장 하나로 종결짓고는 주목하지 않았던 지점으로 독자들을 이끌었다. 추천의 글 _김민섭 


 그의 이러한 강점은 커뮤니티에서 연재된 글이라는 점에서 더 잘 드러난다. 기사 제목만을 보고 내용을 읽지 않아 본문에 나와 있는 사실을 되묻는 댓글이나, 부분만을 보고 오독하는 경우는 인터넷의 발전 이후로 더욱 심각해진 문제다. 사람들은 읽지 않으려고 하고 자극적인 것을 좇는다. 그의 문장력이 굉장히 훌륭하고 이야기가 짜임새 있다던가,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지 않으려는 어떤 사람들을 읽게 했다는 것만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독서문화.


 커뮤니티와 SNS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읽는 사람은 없는데,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정유정 작가의 말처럼 평균 독서량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데, 쏟아지는 책의 양은 늘어나고 있다. 나는 그가 읽지 않는 사람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경계에 서 있다고 느꼈다.


 최승필 독서교육전문가는 '독서 문화가 붕괴됐다'고 말했다.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다들 스마트폰을 보기 바쁘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독서 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은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굉장히 반가운 변화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붕괴된 독서 문화가 다시금 되살아나 끝없이 발전하고 확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에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독자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물론 독서 문화에 합류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겠지만 말이다.

 

1.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일반화가 아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해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읽게 되는 경우와 입소문을 타고 책을 처음으로 구매해보는 사람들의 글을 본 후 느낀 점을 적은 것이다.
2. 이 책을 한 권 읽었다고 하여 독서 문화가 활성화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를 읽게 만들어 독서 문화에 새롭게 참여하게 될 가능성을 늘려주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책 속 한 문장

 

영원의 구는 누군가에겐 영원한 젊음을 의미했지만,
누군가에겐 영원한 정체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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