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마르잔 사트라피) : 존재 자체로 자유를 입증하다
Book 2021. 3. 19.
페르세폴리스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지은이) 박언주(옮긴이) | 출판 휴머니스트 | 발매 2019.06.03
원제: Persepolis (2000)
> 존재 자체로 자유를 입증하다
.압박.
혁명이 성공하려면 모든 국민이 참가해야 해요. / 넌 나중에 해도 돼. / 네, 네. 다 끝나고 나서 말이죠. p.19, 자전거
책 속에는 수많은 차별이 등장한다. 차별은 사람을 압박하고, 주인공인 마르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재적인 강간의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의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고, 이란의 종교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았다. 더불어 계급의 차이도 있었다. 유학을 간 곳에서는 이란 출신이라는 사실로 차별받고, 이란에서는 외국 여자라며 어느 공동체에도 섞일 수 없게 된 마르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까지 이른다.
우리 자신 속에 틀어박히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p.299, 화장
수많은 압박,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하면 사람은 필연적으로 좌절하게 된다.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변화를 위해 외치는 사람들은 이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유.
나는 결심이 섰다. 혁명의 원인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p.40, 편지
마르지는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가정부 메흐리가 계급에 의해 차별받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히잡을 거부하고 시대가 제안하는 여성상을 뒤집음으로써 사회에 순응하지 않으리라는 결연한 태도를 보인다. '자유'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위해 그녀는 애쓴다. 그러한 그녀의 태도는 이 책이 왜 '정체성과 자유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으로 불리는지 설명해준다.
아무리 크게 울부짖어도 나의 고통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p.147, 안식일
나는 이란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같은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차별'의 근원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나는 마르지의 용기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차별의 근원에서 자유로워지는 세상을 꿈꿔본다.
.마르잔 사트라피.
나는 또다시, 나의 그 변함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배워야 한다' p.336, 위성방송
<페르세폴리스>는 영화로도 제작이 된 작품이다. 뱅상 파로노와 공동 연출하여 만든 이 작품은 200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같은 해 밴쿠버 국제영화제 인기상 등 주요 영화제에서 총 12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이 책은 단순히 '그래픽 노블(만화 소설)'이 아니라 '자전적인 그래픽 노블'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책에 적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많은 압박과 혼란에 굴복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자유를 되찾은 그녀의 삶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는 만화가, 일러스트 작가, 영화감독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자유'를 입증하는 셈이다. 가끔은 수많은 말보다 내가 갈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게 더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다. 책 속 마르지도,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도 결국 당신과 다르지 않다. 마르지의 입장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또, 당신도 '자유'가 될 수 있다고, 결국 입증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예고편




여담
1. '역사', '사회' 내가 알아야 하는 것들이지만 나에게서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분야 중에 하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찾아온 것은 행운이다. 이 자리를 빌려 추천해준 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올리고 싶다.
2. 흑백 속에서도 가장 강렬한 색채를 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해석을 어디서 보았는데 그 문장이 계속 떠오른다. (출처를 밝히지 못해 유감스럽다. 짧은 기억력과 비루한 서칭 능력 탓이다)
책 속 한 문장
나는 신의 정의이자 동시에
신의 사랑, 신의 분노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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