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김애란) : 기꺼이 삶이 삶에 뛰어들며 나아가자고 했다

Book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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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17.06.28


 

 

책 소개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애란 소설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靈)이 사라지기 전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들이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수록작 가운데서 표제작으로 삼는 통상적인 관행 대신, 김애란은 이번 소설집에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풍경의 쓸모')는 문장에서 비롯됐을 그 제목은, '바깥은 여름'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안'(內)을 골똘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저자소개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Prix de l’inapercu)’을 받았다.

수상 : 2017년 동인문학상, 2016년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13년 이상문학상, 2013년 한무숙문학상, 201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10년 김유정문학상, 2009년 신동엽문학상, 2008년 이효석문학상, 2005년 한국일보문학상

 

 

 

목차

007 입동
039 노찬성과 에반
083 건너편
121 침묵의 미래
147 풍경의 쓸모
185 가리는 손
223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267 작가의 말

 

 

 

 

 

❥ 기꺼이 삶이 삶에 뛰어들며 나아가자고 했다

스포일러 포함


.이해.

 

 스쳤지만 탄 거야. 스치느라고. 부딪쳤으면 부서졌을 텐데. 지나치면서 연소된 거지.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p.214, 가리는 손 

 

 

 타인의 안과 바깥을 들여다본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들여다보려고 노력해보긴 했을까 자문하게 된다. 사람들은 많이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인생은 버텨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처들을 잘 다독여 성장해나가는 여정이라고 느낀다. 어리다고 덜 아픈 것은 아니며, 많이 그을렸다고 해서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아픔과 그을음을 몸에 지닌 채로,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가끔은 타인의 뒤에 숨기도 하고, 타인에 의해 지켜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버텨내는 것이다.


.혐오.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알지 못할 테니까. p.190, 가리는 손 

 

 

 우리 사회에 각종 혐오가 만연하다. 굳이 다 나열하지는 않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 삶 속에서 혐오를 체험해 보았을 것이다. 김애란 작가는 '여러 가지 혐오가 섞인 단편을 써보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일상에 섞여 있는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단편 중에서 혐오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은 <침묵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소수 언어 박물관이라는 이름 아래에 사람들을 침묵 속에 가두며 고립되게 만드는 상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혐오의 형태와 닮아 있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p.132, 침묵의 미래 

 

 

 혐오라는 단어를 보면 울컥일 때가 있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혐오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을까. 혐오가 혐오인지도 모르게 어떻게 그렇게 우리 삶에 스며들었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이제 우리는 고민해야 할 때다. 잊히고, 멸시당하고, 죽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극복.

 

 사실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떠올려 본적이 거의 없다. 내가 경험한 죽음이라고는 아주 어릴 때 한번 방문한 장례식장이 전부였다. <바깥은 여름>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입동>에서는 아들인 영우가 <노찬성과 에반>에서는 에반이, <풍경의 쓸모>에서는 정우의 아버지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는 도경이 그랬다. 죽음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불러오는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단편들에서는 '이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이런 말씀 드리다니 너무 이기적이지요? p.264,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애란 작가는 인터뷰에서 '인물들이 그래도 마지막엔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모양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도경이 지용의 손을 잡았던 것처럼, 명지가 지은의 편지를 읽고 식탁을 잡고 일어섰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팔다리가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계속 넘어지다 보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일어서고 싶은 의지를 잃기 마련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p.266,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혐오가 팽배한 삶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에 기꺼이 뛰어들며 살자고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이해해보고 조금만 덜 미워하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 글을 마치며 다시 한번 나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여담

1.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은 '삶'이 '삶'에게 뛰어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이 책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는 작품이 내 뇌리에 유독 깊게 박혀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 한달이 지난 지금, 이제서야 나는 그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해본다. 어디로든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책이 나에게 기꺼이 삶이 삶에 뛰어들며 나아가자고 했다. 책 속 인물들이, 글자들이 분명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2. 참고한 인터뷰

- [연합뉴스] 김애란 "서로의 고통, 이해하는 찰나 있지 않을까", 김계연 (bit.ly/38vgk5O)

- [허프 인터뷰] 5년 만에 돌아온 김애란은 '번번이 과정'이라 말한다, 박세희 (bit.ly/30Cg0y8)


 

 

책 속 한 문장

 

나는 내가 나이도록 도운 모든 것의 합,
그러나 그 합들이 스스로를 지워가며 만든
침묵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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