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달리기(김상민) :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Book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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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달리기

저자 김상민 | 출판 위고 | 발매 2020.09.20


 

 

책 소개

아무튼 시리즈 서른세 번째 이야기는 달리기이다. '나가서 달려나 볼까?' 온전히 달리기만을 위해 집을 나선 그날 밤, 느닷없이 허술하게 시작된 달리기. 그로부터 매일 밤 이어진 서툰 자신과 마주한 날들. 몰랐다. 그로부터 5년 동안 5,000km를 달리게 되리라곤. 잠수교와 송정제방길에서 뜀박질을 하고, 파리에서 쇼크로 쓰러지고, 오사카에서 홍콩 러너들과 함께 달릴 줄은.

<아무튼, 달리기>는 달릴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 혹은 위로 속에 살아가는 '외콧구멍 러너'의 이야기다.

 

 

 

저자소개

김상민
낮에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막히면 러닝화를 꺼내 든다.

달리기라는 몸과 나누는 솔직한 대화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5,000km를 달렸다. 주로 늦은 밤에 성수동과 중랑천 일대를 달린다. 2017년 파리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베를린, 시카고, 오사카 그리고 서울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목표한 거리를 달리고 나면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 혹은 위로 속에 살아간다.

 

 

 

목차

1부 출발선

2부 반환점
3부 결승선

다시 출발선

 

 

 

 

 

❥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도전.

 

 못 뛰고, 뒤쳐지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홀로 조용히 즐기던 일이 한순간에 민폐로 전락할까 두려웠다. 호기심과 두려움은 매번 충돌했지만 결국은 가지 않는 쪽으로 결론 맺었다. 2부 반환점 : 1인분의 운동 

 

 

 내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였는데 최근에 달리기가 추가됐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는 못했다. 내 달리기는 아직 보잘것없고, 부족하고 부끄러웠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독서 모임과 러닝 크루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결국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내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사람과 말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글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도 결국 내 안을 드러내는 것이 아직은 두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대학교 동아리 홍보글을 살펴보았다. 운동과 봉사, 독서 모임과 토론. 장르도 다양하고 내가 좋아하는 동아리들도 많았다. 대학교에 가면 봉사 동아리와 독서 동아리를 꼭 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해왔건만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특히 독서 모임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책을 읽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의무감과, 틀린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간을 보내기는 싫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고작 이렇게 달리는 내가 누군가와 같이 달리는 것이 두려웠다.

 

 

 

 아마도 우리가 발 담그며 살아가는 곳이 실패에 그리 관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추락과 동의어로 느껴질 만큼 우리는 실패라는 단어에 막연한 공포를 갖고 산다.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보다 한없이 휩쓸려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1부 출발선 : 빼어나게 허술한 시작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린다.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러닝머신을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만보만 채우자는 목표는 다이어트 정체기가 오니 이만보로 늘었고, 하루 두세 시간을 걸었다. 바깥과 다르게 러닝머신은 지루하다. 풍경이 변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빨리 운동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뛰기 시작했다. 그게 내 첫 달리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이어트를 반 포기하고 운동을 쉬었다. 꽤 시간이 흘렀고, 운동과의 권태기가 끝났다. 나는 다시 러닝머신을 걷기 시작했고, 친구의 추천으로 '런데이'를 시작하게 됐다. 런데이는 가볍게 뛰는 것에서 시작해 달리기 근육을 늘리는데 도움을 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게 내 본격적인 달리기의 서막이었다. 나는 10초만 가볍게 뛰어도 숨이 차는 사람이었다. 태생적으로 약한 체력 탓을 하기엔 후천적인 노력이 너무 없어 민망할 정도다. 그런 내가 이제는 30분을 멈추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극적인 변화인가.

 

 

 

 오늘 밤 첫 달리기를 시도한다면 그건 실패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견된 실패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해도 좋다. 1부 출발선 : 빼어나게 허술한 시작 

 

 

 물론 지금 달리기도 형편없다. 누군가의 눈에는 고작 30분을 달려서는 어떤 마라톤의 메달도 거머쥘 수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10초에 헉헉댔던 나에게 30분을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은 엄청난 도약이다. 단순히 오래 달리게 되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꾸준히 또 천천히 무언가를 내 스스로 일구어냈다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머물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전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호흡 속에 섞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첫걸음이 동아리 가입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

 

 내가 달리기의 매력에 매료되었던 점 중에 하나는 달리기의 정직함 때문이다. 내가 달린 거리와 시간, 다리의 통증과 발의 물집 모두 내가 달린만큼 돌아왔다. 그러나 내가 달리기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생각을 비우고 그저 즐거운 감정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걷는 동안에는 전자책을 이용해서 독서를 한다. 걷는 순간은 지루하고 길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뛸 때는 다르다. 달릴 때는 팔을 앞뒤로 계속 흔들어야 하고, 다리를 뻗어야 하고, 시선은 앞을 향해야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삐져나온다. 코로나가 종식된 후 바람을 맞으며 달릴 생각을 하면 두배로 즐거워진다.

 

 

 

 달리는 일에 이렇게 계속 빚을 지며 산다. 2부 반환점 : 생각의 빈틈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찾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생활을 하면서는 60 봉지, 대망의 입시를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무려 120 봉지 가량의 불닭볶음면을 해치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20년 말부터는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불닭볶음면의 섭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었지만,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냄비에 물부터 채웠다.

 

 그 오랜 습관이 깨진 것은 달리기를 접한 뒤부터였다.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러닝 양말과 러닝화를 신고, 러닝머신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무작정 걷기부터 시작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뛴다. 힘들어서 그만 뛰고 싶을 때까지 뛴다. 너무 힘들면 잠시 걸었다가 다시 뛴다. 그렇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내가 뭐 때문에 괴로워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된다. 정말 작가의 말마따나 달리는 일에 계속 빚을 지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니 계속 달릴 수밖에.


..

 

 하지만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일상의 속도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구로부터 정해지기 일쑤다. 1부 출발선 : 마이 페이스 

 

 

 이 책을 찾아 읽게 된 계기는 정말 단순하게 달리기를 시작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뛰는지, 왜 달리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작심삼일인 내가 달리기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단순 정보를 얻기 위해 읽은 글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달리기가 삶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결과는 종종 과정의 의미를 집어삼킨다. 3부 결승선 : 벌지 않는 마음 

 

 

 내가 이전에 오래 걷지 못했던 이유는 이만보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만보를 채우려면 2-3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던가, 오늘은 피곤하다는 등 각양각색의 핑계를 대며 운동을 미뤘다. 안될 거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이상한 완벽주의자 성향이다. 러닝머신 계기판에 찍힌 시간과 칼로리, 거리, 걸음수만이 하루의 운동 성공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달렸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당장 몇십 초만 뛰어도 헉헉대던 사람이 몇 분 동안이라도 멈추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우리는 그것을 자주 까먹는다. 그래서 끊임없는 자괴감과 괴로움 속에 갇혀 자신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초점을 결과에서 과정으로 옮기는 아주 간단한 일이 그 괴로움을 해결하는 열쇠다.

 

 

 

 앞으로도 녹록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삶이 던지는 크고 작은 물음표에 나의 대답은 이미 준비돼 있다. 내게는 아무튼 달리기라고. 3부 결승선 : 다시 출발선 

 

 

 앞으로 나는 내 페이스에 맞춰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속도에 맞춰서 아무튼 달리다 보면 모든 것이 명료해지고 해결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는 친구와 함께 마라톤에 출전해보고 싶다. 자랑스럽게 매달을 목에 걸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달릴 것이다.


 

여담

제목은 아이유의 unlucky 가사를 차용했다.


 

 

책 속 한 문장

 

달리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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