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박소영) : 변함없는 생명을 지켜낼 차례

Book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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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는 일

저자 박소영 | 출판 무제 | 발매 2020.12.15


 

 

 

책 소개

‘고양이 수제간식’, ‘애견 유치원’.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에 달하는 한국에서 낯설지 않게 된 단어들이다. 동물의 안락과 안위를 생각하는 문화가 생긴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 소비시장은 급격히 커지는데 동물보호법은 얼마나 진일보하고 있나’, ‘극진한 돌봄 서비스를 누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아스팔트 위에서 차갑게 식어 3일을 내리 있어도 아무도 몰라주는 죽음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2019년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학대범에게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28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실형이었다.

≪살리는 일≫은 소비시장에서의 동물과 동물보호법 속의 동물이 같은 생명의 무게로 다뤄지지 않는 사회에, 오롯이 작가의 체험기만으로 명석한 질문을 던지는 ‘동물권 에세이’이다. 10여 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박소영 작가는, 밤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동물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직접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조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또박또박 적어내며,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성실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데 본인의 삶 전부를 내던진 이의 하루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박소영 (지은이)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0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2016년 첫 고양이 토라를 만났고, 이후 길에서 만난 석수, 쇼코, 모리, 수리를 차례로 식구로 들였다. 친동생과 함께 10여 군데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중이다. 모든 동물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바라며, 곧 그런 날이 올 거라 믿고 있다.

 

 

 

 

 

 

 

❥ 변함없는 생명을 지켜낼 차례


.죽음.

 

 꺼져가는 생명을 처음으로 본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집 앞의 공장 주인이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았다. 어미 개는 목줄로 묶여있었으나 강아지 세 마리는 자유롭게 동네를 누볐다. 나는 그들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쓰다듬지도 않는 방식으로 애정했다. 아이들은 순해서 물지도 않았고 내 다리에 매달려 꼬리를 흔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강아지가 낑낑댔다. 평소와는 다른 태도에 본능적으로 따라간 곳에는 한 마리가 차에 치여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 서 있었다. 어른들이 나를 가던 길로 돌려보냈고, 뒤돌아 걷는 내내 강아지의 마지막 헐떡임이 들리는 듯했다.

 

 

 열다섯의 여름, 난생처음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공원 나무에 목줄을 걸어둔 채로 유기한 대형견 때문이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몇 시간이 지나자 그 생각을 접었다. 너무 어린 나머지 방법을 모르던 나와 내 친구는 119에 전화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119에서는 유기견보호센터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차마 센터로는 전화할 수 없었다. 안락사가 그 아이의 마지막이 되도록 둘 수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주인이 나타나 그 개를 다시 데려갈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학원을 다녀온 뒤에도 그 개가 그대로 있으면 센터에 전화하자고 이야기했다. 학원을 마칠 때쯤 비가 내렸고, 다시 도착한 공원에는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앞선 사건들을 겪으면서 나는 생명 앞에 무기력해졌다. 아마 이쯤, 한 생명에 따라붙는 책임감의 크기를 깨달았던 것 같다.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접었다.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어떤 생(生)을 책임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생명.

 

 생명에 귀천이 있는가? 누구나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현실은 그 답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해진다. 실험실에서 태어나 실험실에서 눈 감는 생명과 좁은 철장이 인생의 전부였던 생명, 따스한 손길 한 번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생명이 존재하는 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 울분 섞인 마음을 달랠 길은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삶을 길거리의 생명과 바꾸었다. 그는 수많은 생명을 돌보고 지키기 위해 힘쓴다. 작은 것들에 마음을 쏟고, 아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당신의 삶에 당신은 어디 있냐고 묻고 싶었다"던 배우 박정민의 말처럼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저자에게 물었다. 희생에서 오는 감사함에 마음속 감정이 사그라들었다가도, 다시 마주한 나 자신의 무력함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울분에 휩싸였다.

 


.동물.

 

 작고 약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바꾸지 못할 테니 쓸데없는 일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지기도 한다. 약한 생명을 돕는 과정은 무력함과 끝없이 마주하는 과정과도 같기에 너무나 아프고 지친다. 그러나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닿아 비로소 제 몫의 생을 살 수 있게 된 생명이 있기에 멈출 수 없다.

 

 

 집 앞 공장의 나머지 두 마리 강아지는 무사히 성견이 되어 제 생을 살고 있다. 주인 잃은 공원의 개는 경비 아저씨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어 매일 공원을 누비게 되었다. 어릴 적 집 앞에서 밥을 주던 고양이가 성묘가 되어 내 앞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생명들. 세상이 변하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도 자연을 지키며 살아갔던 생명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지킬 차례가 아닐까. "동물들이 나를 살렸다"는 저자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다.


 


 

책 속 한 문장

 

동물들이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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