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헤르만 헤세) : 그러나 역시 아름답지 않았는가

Book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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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저자 헤르만 헤세(지은이), 김민준(옮긴이) | 출판 자화상 | 발매 2019.03.05

Demai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1919)


 

 

 

책 소개

1919년에 간행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소년 싱클레어가 자각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어두운 무의식의 세계를 알게 되고,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1차 세계대전 중 많은 독일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면서 군복 주머니 속에 품고 갔던 책이며, 어른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껍질을 깨고 고통스런 현실의 세계로 나서는 젊은이들을 은유하는 책이다. 지금까지도 젊은이들에게 '통과의례'처럼 읽히고 있는 명작.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지은이) 
(1877~1962) 독일의 소설가. 시인. 슈바르츠발트의 칼프에서 태어났으며, 1919년에 스위스에 정착하여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독일 낭만주의와 인도철학에 영향을 받은 작가로 기계화된 도시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의 고독, 지성과 감성 사이의 갈등, 그리고 예술가 또는 방랑자처럼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헤세의 소설은 인간의 지적 능력과 감각적인 능력의 종합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크눌프》 《데미안》 《지와 사랑》 《황야의 늑대》 《유리알 유희》 등이 있으며, 194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 그러나 역시 아름답지 않았는가


.세계.

 

 이 책은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난 후,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책에는 크게 두 가지 세계가 나온다. 선과 빛의 세계, 악과 타락의 세계가 그것이다. 싱클레어는 두 세계를 넘나들며 혼란을 겪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두 세계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의 껍질을 벗겨내고,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었다.

 

 

 나를 태어나게 해주었지만 결국 가두고 있는 알. 그 껍질을 깨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껍질은 두 세계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균열을 낳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인 동시에 악마인 하나의 신"(158쪽)은 두 세계의 균형이자 내면의 또 다른 자아이며 어떠한 한계인 동시에 성장의 증표인 셈이다.

 


.껍질.

 

 껍질을 단단하게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한 가지 세계의 고립이다. '싱클레어'가 선의 세계(집) 혹은, 어둠의 세계(길거리)에만 머물 때를 떠올려보자. 그는 정신적으로 점점 더 피폐해져 갔다. 그는 선의 세계에서는 악의 면모를 되내며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도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51쪽)했으며 방황했던 어둠의 세계에서는 본인 스스로를 "다른 존재"라고 느끼며 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선과 악의 세계, 어느 쪽이든 한 세계에 국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는 외부의 사건, 셋째는 의지의 결여이다.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에게 협박을 당해 혼란을 겪은 장면을 살펴보자. '싱클레어'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프란츠 크로머'에 의해 빛의 세계에서 어둠의 세계로 진입했다. 이후 '데미안'의 도움으로 빛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서 '싱클레어'는 없다. 외부의 충격으로 일어난 변화는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막는다. 또한 자아에 대한 믿음과 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216쪽) 느끼는 두려움은 알의 껍질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든다.


.성장.

 

 나를 가로막는, 어쩌면 평생 가로막고 있었던 하나의 알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두 세계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 세계에 속한 채, 알 수 없는 우월감과 패배감을 느끼는 것을 멈추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세상을 공평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본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된다. 더불어 계속해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두려움을 뒤로한 채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무엇하나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207쪽)은 없다. 지속적인 행동 끝에 운이 맞물리는 순간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껍질도 마찬가지다. 백 번을 두드리고 천 번을 부딪쳐도 깨지지 않던 껍질이 무심코 발로 찬 돌멩이 하나에 깨지기도 하니 말이다.

 

 

 나를 감싸는 껍질의 두께와 층은 가늠할 수 없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한 빛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어렵고 힘든 투쟁이 온몸에 남긴 생채기는 때때로 나를 눈물짓게 만든다. 숨쉬기 위해 분투하고 두려움에 눈을 감던 날들은 여전히 떠올리기만 해도 아득하다. "그러나 역시 아름답지 않았는가?"(227쪽) 책이 던지는 질문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나 찬란했던 수많은 세계를 돌아본다. 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이제는 다음 세계를 향해 나아갈 차례라고 되새기면서.


 


 

책 속 한 문장

 

대체 그 길이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그저 어렵기만 했던가?
그러나 역시 아름답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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