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프레드 울만) : 영원한 것은 없기에 변할 수 있다
Book 2021. 12. 17.
동급생
저자 프레드 울만(지은이), 황보석(옮긴이) | 출판 열린책들 | 발매 2017.02.10
원제: Reunion(1971)
> 영원은 없기에 변할 수 있다
.우정.
스친 인연이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때는 나란히 하던 마음이 서로 상처를 남긴 채 어긋나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의 연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은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 사이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나치즘과 홀로코스트 시대를 겪으며 변화하는 그들의 우정은 슬프기도, 화가 나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경험한 감정은 우정일 것이다. 몇 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을 포함해, 사랑으로 묶인 가족 안에서도 우정을 느낀다. 우리는 가치관, 자라온 환경, 생각, 사람을 대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이 시간에 비례해 닮아간다. 이는 신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솔한 대화, 약간의 유머를 곁들인 사소한 언어들을 통해 나만이 가진 것들을 공유하고 나눌 때마다 우정이라는 단어의 크기는 불어난다. 그것은 보이지 않은 손을 꽉 잡은 느낌이다. 뒤를 돌았어도, 의도치 않게 손을 놓치더라도, 어딘가에서 내 등을 받쳐주고 있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힘을 전달해준다.
.영원.
인연의 시작과 끝도 예측할 수 없다. 우정도 예외는 아니다. 사소한 것들이 만든 균열이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고, 한순간의 말이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단단한 우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책 속 인물인 슈베르츠는 아마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는 호엔펠스의 행동에 묘한 거리감을 느꼈으리라. 이 미묘한 거리감은 슈베르츠 마음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치'라는 거대한 돌덩이가 그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못한 채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이름 몇 자에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그의 모습에서 상처의 크기를 어렴풋이 가늠해본다. 잊고 있던 얼굴을 떠올리자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처가 맞물려 그의 발목을 잡는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 따라서 인연 역시도 영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후유증만은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이 후유증은 영원의 모양을 닮았다. 영원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는 이 모순은 사람과의 인연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 반증하는 것 같아 묘연해진다.
.변화.
'영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망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 속 반전이 이를 증명하며, 책을 읽어본 이라면 이 의견에 모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참 많이 변했다. 기억 속 흐려져 가는 모든 인연과 여전히 내 옆에 함께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변했을 거다. 그러니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한 한 사람의 일부를 미워하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은 어렵다. 여전히 듣기만 해도 온몸에 긴장을 불어넣는 이름들이 있다. 생각만으로도 아득해져 눈을 감고 싶어지는 얼굴들이 있다. 어떤 사람의 취향과 추억은 가끔 나를 옭아매어 멈칫하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나와 어긋나버린 모든 이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음에도 완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 데도, 내가 진정으로 해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영원한 것이 없다면 영원히 이루지 못할 일도 없기에.


책 속 한 문장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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